‘정부기관 근무혁신 대책’ 국무회의 보고…업무 효율화↑
2022년까지 초과근무 40% 단축·연가 100% 사용 기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A과장은 출장지로 이동하는 동안 ‘모바일 행정전화’로 업무에 응대하고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전자정부’에 접속해 직원들이 올리는 결재를 처리한다. 긴급한 경우 노트북으로 정부원격근무서비스(GVPN)에 접속해 현장에서도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이처럼 과장, 직원 등 담당자 부재로 향후 일처리가 늦어지고 대기성 초과근무를 하는 일이 적어지고, 정부 부처의 세종-서울 분산으로 생겨난 ‘길과장’들에게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효율적으로 일하는 ‘스마트과장’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공무원 B씨는 들쑥날쑥한 업무강도에 힘들어한다. 업무가 몰릴 때는 밤 11시까지 일을 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바쁠 때에도 하루 8시간 복무규정으로 저녁 6시까지 사무실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처리할 업무가 많은 날에는 초과근무를 하지만 사무실 내 여건이 허락될 때는 적립된 초과근무시간을 이용해 단축근무도 할 수 있게 된 것. 업무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되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자주 떠올라 ‘시키는 일만 하는 공무원’에서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무원’으로 바뀌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장시간 근로문화를 해소하고 보다 효율적·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공적 사회 근무혁신이 만들어 낼 변화의 모습이다.
인사혁신처(처장 김판석)와 행정안전부(장관 김부겸)는 초과근무가 만성화돼 있음에도 근무혁신 실적 등이 미흡한 기관에 대해 전문가 합동진단을 통해 인력운용을 효율화하는 등 공직사회의 체질 전환을 유도해나가기 위한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16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보고서는 핵심정보 위주로…경찰·우편 업무에는 드론 등 첨단기술 이용
이를 위해 지난 해 9월부터 인사혁신처장을 단장으로 관계부처 차관급으로 구성된 근무혁신 T/F를 구성·운영해왔으며 49개 중앙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실태 조사도 실시했다.
조사 결과 1인당 평균 연간 근무시간은 현업직(경찰·세관 등)의 경우 2,738시간, 비현업직은 2,271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현업직 70.4시간, 비현업직 31.5시간 이었으며 연평균 연가사용일수는 20.4일의 절반가량인 10.3일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연간 근무시간은 OECD 평균(1,763시간)에 비해 현업직의 경우 약 1,000시간, 비현업직은 약 500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과도한 근로시간으로 이해 업무효율성 저하 뿐 아니라 저출산, 과로사 등 많은 사회적 문제가 유발돼 왔다.
과도한 근무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F는 부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주요 내용은 △업무혁신 및 인력운용 효율화 △최상의 근무여건 조성을 위한 복무제도 혁신 △초과근무 감축 및 연가활성화 △근무혁신 이행확보를 위한 범정부 협업체계 구축 등으로 업무집중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대국민서비스를 제고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관행적으로 해오던 불필요한 일은 과감히 버리고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해야 할 필요한 일은 적극적으로 찾아서 스마트하게 일하는 ‘업무혁신’을 추진한다.
보고서 작성 시 형식주의를 탈피해 핵심정보 위주로 실용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일방적 전달형 회의는 최소화해 정책마련을 위한 실태 파악과 대안 검토에 보다 집중하도록 하는 한편 모바일 전자정부, 정부 클라우드 서비스 등 ICT기반의 스마트한 업무환경 확산을 통해 장소의 제약 없이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 일처리가 집중되거나 지연되는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기관별로 업무프로세스 분석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일상적·반복적 교대근무 등에 ICT와 첨단자동화 기술 등을 활용해 불필요한 근무시간을 최소화하고 대국민서비스 품질도 제고한다.
예를 들어 경찰청의 경우 드론을 실종자 수색, 인명구조, 취약지 순찰 등에 활용해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추진하고 우정사업본부는 스마트우편함, 스마트 PDA 보급, 우편물 자동 구분기 도입, 드론을 활용한 우편물 배송 등으로 업무량을 감축한다. 법무부에서는 바이오정보 활용과 항공사 탑승정보를 연계한 출입국심사 절차 간소화, 자동심사대 증설 등으로 이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에서는 이달 중에 ‘범정부 업무혁신 지침’을 시행하고 기관별로 자체 계획을 수립해 추진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근무혁신 대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민간 전문가로 업무혁신 자문단을 구성해 필요시 기관별 업무특성에 맞는 현장 맞춤형 업무혁신 추진방안을 자문해 줄 예정이다.
이 외에 새로운 행정수요가 발생하는 신규 기능과 현장 서비스 필요 분야 등에는 진단을 거쳐 기존 정원의 5%를 재배치하는 등 인력운용 효율화를 추진한다.
동계휴가제·연가저축기간 확대 등으로 생애주기 맞춤형 장기휴가 활용
인사처는 ‘불필요한 일 버리기’와 병행해 필요한 일은 효율적으로 수행하되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무제도를 정착시키는 등 최상의 근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복무제도혁신’도 시행한다.
그 동안 초과근무를 한 경우 초과근무시간이 축적만 가능하고 보상도 금전으로만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초과근무를 한 경우 상대적으로 덜 바쁠 때 그만큼 단축근무 또는 연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간 보상도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이를 위해 1일 8시간, 주 40시간의 복부 칸막이를 완화한다.
앞으로는 하계 휴가 뿐 아니라 자녀들의 봄방학이나 연말을 이용한 동계휴가제를 운영해 연가사용을 활성화하고 연가저축기간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해 자녀교육, 자기개발, 부모봉양 등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시기에 장기휴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기관장이 자율적으로 지정·운영해온 현업공무원 제도도 그 취지에 맞게 상시근무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심사위원회에서 엄정하게 심사해 지정·운영하도록 하고 기관별로 그 결과도 공개하도록 개선한다.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신혼부부와 육아기 공무원이 안심하고 출산·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정비된다.
임신한 경우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상인 경우에만 근무시간을 1일 2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허용되던 ‘모성보호시간’을 임신 전기간 적용되도록 확대하고 부부 공동육아 실현을 위해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5일에서 10일로 늘린다.
학교 공식행사에 한해 최대 2일까지 허용된 자녀돌봄휴가를 병원진로, 검진, 예방접종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3자녀 이상인 경우 최대 3일의 휴가를 주기로 했다.
인사처는 “공직사회에 이같은 근무혁신이 정착되면 업무효율성이 향상되고 ‘일과 삶의 균형’도 이뤄져 초과근무시간이 2022년까지는 현재 대비 약 40% 감축되고 연가도 100%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 부처는 연두업무 보고시 근무혁신 추진계획을 반영하고 매년 정기적으로 이행실적과 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하는 한편 부서원의 초과근무·연가사용 실적 외에 부서장 자신의 연가사용 실적도 부서장 평가에 반영토록 하는 등 성과평가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동시에 근무혁신 실적을 매년 조직 및 예산 운영·관리에 반영해 근무혁신 추진의 선순환을 유도할 예정이다. 근무혁신 실적이 미흡한 기관은 ‘근무혁신 진단 T/F’에서 전문가 합동으로 원인분석을 통해 개선대안에 대한 컨설팅을 추진하며 진단을 통해 현장 인력의 교대제 개편 등 인력운영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한다.
이번 대책은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며 지자체, 공공기관 등으로의 확산 방안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에서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공직사회가 우리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근로문화를 해소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 조성의 모범이 돼야 한다”며 “주5일 근무제가 공직에서 시작돼 민간부문까지 성공적으로 정착됐듯이 근무혁신이 공공부문과 민간까지 확산되고 대국민 서비스 품질 향상과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