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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95)- 고백과 다짐
신종범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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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2  11: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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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http://nulim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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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태어났을 때 둘째 아들은 첫째 딸 때 보다 더 튼튼해 보였다. 그런데, 누나는 커 가면서 잘 아프지를 않는데 이 녀석은 감기를 달고 사는 듯 기침과 콧물이 자주 나와 수시로 병원을 가야했다. 그러다 혹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어 유명한 종합병원에 가 진단을 받아 보았다. 다행히 걱정할 만한 사항은 없었지만, 천식과 알러지 등이 있어 한동안은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아 보자고 한다. 그 후로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몇 달 간격을 두고 병원을 다녀 오곤 했다. 며칠 전에도 아내가 아이와 함께 병원을 간 날이었다. 사무실에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내가 뭘 잘못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나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아내는 의사에 대한 불만을 토해냈다.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는 귀담아 듣지도 않으면서 의사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면 기분이 나쁘다는 투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더 지켜 보아야 하니 다음에 와서 똑같은 검사를 또 하자고 한다는 것이다.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거 같은데 이번에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냐며, 의사가 바뻐서 그런 것 같으니 그냥 이해하자고 아내를 다독이며 전화를 끊었다.

아내와 통화를 마치고 순간 뜨끔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의사의 모습이 나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나를 찾아온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나 또한 그 의사와 같은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상담하러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스스로 재단해 버린 적이 있었다. 알아서 실수없이 성실히 소송수행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의뢰인들에게 사건 진행 경과를 제 때에 알려 주지 못한 적이 있었다. 의뢰인들이나 상담하러 오신 분들이 내가 이야기한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다른 의견을 표시하면 기분이 나쁜 내색을 하거나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몰라서 그런다고 면박을 준 적도 있는 것 같다. 찾아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느끼는 고민의 무게가 아닌 수임료의 다소에 따라 다르게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병원에 갔을 때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기는 어렵다. 환자가 느끼는 아픔에 공감하고 진정어린 위로를 전하는 의사를 찾기는 더욱 힘들다. 병원에서 가장 친절한 곳은 진료비를 수납하는 공간이지 않은가 싶다. 변호사 사무실 역시 예전보다는 바뀌었다고는 하나, 의뢰인이나 상담하러 온 사람과 충분히 공감하고 소통하지는 못하고 있다. 나 역시 고백한 것과 같다. 의사나 변호사는 자신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나 의뢰인이 하는 많은 이야기는 불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하는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에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의뢰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하고, 내 견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뢰인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 주고, 공감을 표시하는 어렵지 않은 말 한마디에 의뢰인은 커다란 위로를 받기도 한다.

얼마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예전에 우리 사무실에 오셨던 할머니셨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씀과 함께 그 때 자신의 이야기를 묵묵히 잘 들어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고 하신다. 당시 할머니께서 원하시는 해결책을 드리지는 못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이렇게 한 참이 지나서 새해 인사까지 받을 정도로 내가 한 것은 없었기에 몸둘 바를 몰랐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공감하려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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