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진 박사의 형법 사례형 판례정리-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사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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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진 박사의 형법 사례형 판례정리-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사의 의무
  • 신호진
  • 승인 2018.01.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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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진 법학박사, 한림법학원 박사,
고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사안》 ‘여호와 증인’ 신도로 다른 사람의 피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교리를 생명보다 소중히 하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甲(여, 62세)은 우측 고관절을 인공고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받기를 원하였다. 甲은 ‘무수혈 방식’의 수술을 받고자 ??대학교병원에 와서 정형외과 의사인 A에게 문의하였는데, A는 전반적인 검사와 혈액종양내과의 답변을 확인한 후 甲에게 무수혈 방식의 수술이 가능하지만 수술 상황에 따라서는 수혈을 하지 아니하면 출혈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甲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혈을 하지 말 것을 A에게 요구하였고, 위 병원에 “치료에 있어 수혈을 전적으로 금해 주실 것을 본 각서를 통해 알려드립니다.…본인의 이러한 방침을 따름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모든 피해에 대하여 본인은 병원 및 담당 의료진에게 민·형사상의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습니다.”라고 기재된 책임면제각서를 제출하였다. A는 甲의 요구에 따라 무수혈 방식으로 수술하던 도중 과다출혈로 인하여 범발성 응고장애가 발생하여 지혈이 되지 않고 타가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자, A는 수술을 중단한 후 甲을 중환자실로 옮겼다. 그 후 甲의 남편과 가족들 전부가 타가수혈을 원하였으나, 당시는 폐울혈 및 범발성 응고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상태라 타가수혈이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병원 측에서는 甲에게 수혈을 시행하지 아니하였고, 甲은 결국 다량 실혈로 인한 폐부종으로 사망하였다.
의사 A에게 업무상과실치사가 성립하는가?

* 사안판례 : 大判 2009도14407.
* 논점기출 : 2016년 사법시험.
* 참고교재 : 형법요론 274~275면.

[1] 문제의 제기

1) 의사 A가 환자 甲의 요구에 따라 타가수혈을 하지 않음으로써 甲을 사망케 한 점에 대해서 과실, 즉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고, 2) 환자 甲의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의사 A의 환자의 생명을 구할 의무보다 우월한 이익으로 보아 피해자의 승낙(제24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2] 과실의 인정여부

1. 과실의 의의

과실은 주의의무위반, 즉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을 예견하고 그에 따라서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법적 평가에 그 본질이 있다. 주의의무는 행위자가 사전에 주의력을 집중하여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해야 할 결과예견의무와, 위험성을 인식했을 때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외적 방어조치를 취할 결과회피의무를 그 내용으로 한다.

2. 사안의 검토

환자의 자기결정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가장 본질적인 권리이므로 의사의 환자의 생명 보호에 못지않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할 의무가 대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때에는 의사는 이를 고려하여 진료행위를 하여야 한다. 사안에서 의사 A의 무수혈 방식의 수술 및 그 위험성에 관한 수술 전의 설명 내용, 甲의 나이, 타가수혈 거부에 대한 甲의 확고한 종교적 신념, 책임면제각서를 통한 甲의 진지한 의사결정 등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甲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비교형량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타가수혈하지 아니한 사정만을 가지고 A가 의사로서 진료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없다.1) 따라서 A에게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

[3] 피해자의 승낙의 인정여부

1. 피해자의 승낙

피해자의 승낙(제24조)이란 법익의 주체가 타인에게 자기의 법익을 침해할 것을 허용한 경우 일정한 요건 하에서 구성요건해당적 행위의 위법성만 조각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가장 본질적인 권리이므로 법익보전에 관한 공동체의 이익보다 이 개인적 자유의 행사가 더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제24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2. 사안의 검토

원심법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의사의 생명보호의무보다 우위에 있으므로 A에게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도 피해자의 승낙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였다.2) 그러나 대법원은 인간의 생명은 헌법상 최고의 가치이므로 의사가 생명과 직결된 치료방법을 회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다만 특정한 치료방법을 거부하는 것이 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침해될 제3자의 이익이 없고, 그러한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는 헌법적 가치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러한 자기결정권에 의한 환자의 의사도 존중되어야 하고, 환자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비교형량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의사가 자신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환자의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치 중 어느 하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위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4] 문제의 해결

의사 A에게는 환자의 타가수혈 거부의사를 존중하여야 할 의무도 있으므로 타가수혈을 하지 않은 것이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관련판례>

1. 환자의 명시적인 수혈 거부 의사가 존재하여 수혈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환자의 승낙(동의)을 받아 수술하였는데 수술 과정에서 수혈을 하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태에 이른 경우에, 환자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혈 방법의 선택을 고려함이 원칙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환자의 생명 보호에 못지않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할 의무가 대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 진료행위를 하여야 한다. 어느 경우에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될 것인지는 환자의 나이, 지적 능력, 가족관계, 수혈 거부라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게 된 배경과 경위 및 목적, 수혈 거부 의사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온 확고한 종교적 또는 양심적 신념에 기초한 것인지, 환자가 수혈을 거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및 수혈을 거부하는 것이 다른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할 여지는 없는 것인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환자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비교형량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의사가 자신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환자의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치 중 어느 하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위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판단을 위해서는 환자가 거부하는 치료방법, 즉 수혈 및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방법의 가능성과 안정성 등에 관한 의사의 설명의무 이행과 이에 따른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어떠한 하자도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환자는 치료행위 과정에서의 수혈의 필요성 내지 수혈을 하지 아니할 경우에 야기될 수 있는 생명 등에 대한 위험성, 수혈을 대체할 수 있는 의료 방법의 효용성 및 한계 등에 관하여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러한 의사의 설명을 이해한 후 진지한 의사결정을 하여야 하고, 그 설명 및 자기결정권 행사 과정에서 예상한 범위 내의 상황이 발생되어야 하며, 또한 의사는 실제로 발생된 상황 아래에서 환자가 수혈 거부를 철회할 의사가 없는지 재확인하여야 한다. 특히 의사는 수술과정 등에서 발생되는 출혈로 인하여 환자의 생명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수혈하는 것이 통상적인 진료방법이고 또한 수혈을 통하여 출혈로 인한 사망의 위험을 상당한 정도로 낮출 수 있음에도 환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수혈을 포기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술 방법을 택하는 것인데, 그 대체 수술 방법이 수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출혈 방지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만큼 수술과정에서 환자가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에 이를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관하여 통상적인 경우보다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과연 수술을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방법인지 신중히 판단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리고 수술을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수혈 대체 의료 방법과 함께 당시의 의료 수준에 따라 출혈로 인한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사전준비나 시술방법을 시행함으로써 위와 같은 위험 발생 가능성을 줄이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또한 수술 과정에서 예상과 달리 다량의 출혈이 발생될 수 있는 사정이 드러남으로써 위와 같은 위험 발생 가능성이 현실화되었다면 과연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계속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방법인지 다시 판단하여야 한다. 환자가 수혈 대체 의료 방법을 선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생명에 대한 위험이 현실화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전제 내지 기대 아래에서의 결정일 가능성이 크므로, 위험 발생 가능성이 현실화된 상태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계속하는 것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초한 진료라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大判 2009도14407).

<기출사례>

[1] A는 “수술을 하면 완쾌될 수 있지만 수술 없이 봉합만 할 경우 불구가 될 수 있다.”라는 의사 丁의 설명을 듣고서 수술해 줄 것을 丁에게 요구하였다. 丁은 수술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수혈을 받아야 하며 수혈 없이 수술을 하는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A에게 여러 차례 강조하였으나, 특정 종교를 믿는 A는 “수술을 받다가 죽더라도 수혈을 받을 수는 없으니 무수혈(無輸血) 수술을 해달라.”라고 반복하여 요구하였다. 丁은 A가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면서도 A의 뜻을 받아들여 수술을 진행하였고 수술 도중 피를 많이 흘린 A는 결국 사망하였다. 丁 행위의 가벌성을 논하시오. (10점)3)

<해설>
의사 丁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는가와 관련해서, 1) A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수혈을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지, 2) A의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의사 丁의 생명보호의무보다 우월한 이익이 됨으로써 피해자의 승낙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각주)-----------------
1) 大判 2009도14407.
2) 광주지법 2009노1622.
3) 2016년 사법시험 제1문 설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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