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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3)-곤이지지(困而知之)-어려움을 통해서 성장한다
정명재  |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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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9  11: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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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공자의 <논어>를 보면 배움의 조건과 태도 그리고 인간의 지혜를 기준으로 사람의 그릇을 분류한다. 생이지지(生而知之), 학이지지(學而知之), 곤이지지(困而知之)가 그것이다. 여기서 지지(知之)라는 말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나 세상이 굴러가는 이치를 아는 것을 뜻한다. 생이지지는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고, 학이지지는 배워서 아는 사람이며, 곤이지지(困而知之)는 곤란을 겪고 나서 아는 사람이다.

공자 스스로도 본인을 생이지지(生而知之)가 아니라 학이지지(學而知之)라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깨닫고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

   

새해가 밝았고 수험생의 계획은 분주하다. 공무원 합격을 목표로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은가. 필자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날이 되기 위해 목표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생각을 해 보니 이러한 계획이 얼마나 잘 실천되었는지를 돌아보는 일은 많지 않았음을 깨닫곤 한다. 수험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나의 삶을 돌아보는 일이 많아지고, 수험생의 마음이 되어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기에 늘 반성하고 돌아보는 일이 많다.

곤이지지(困而知之)에서 ‘곤(困)’은 곤란하고 부족하며 괴롭다는 뜻이다. 곤란함 가운데서 배움을 얻고 깨달음을 얻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필자는 어렸을 때 공부하는 것을 즐겨하였다.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자식들을 보살피는 부모님의 그늘에서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란 없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도서관에 가서 다시 복습하며 열심히 공부하였고,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지식을 쌓아가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군 제대를 얼마 앞두고 아버지의 부음(訃音)을 받았다. 어린 시절이라 아버지의 부재(不在)가 실감나지 않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연해지는 가운데 제대를 하였다.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세상에 나와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부럽게 쳐다보며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는 일이 잦았고, 부족한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늘 새벽 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했다. 얼마 뒤 체력은 바닥이 났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 되자 공부를 하기 위해 먼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돈을 벌기 위한 명분이 공부였다는 것은 잊고, 하루하루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갔고 어느덧 마흔이 넘었다.

살아가는 일은 참 힘들었다. 세상에 나가 사람 구실을 하고,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버는 일이란 무척이나 고되고 힘든 일인 걸 살아가면서 배우고 있었다. 한번이라도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며 꿈을 꾸는 일을 찾기 보다는 돈을 버는 일에 더 마음을 두고 살아간 것이다. 어릴 적 내가 공부하기를 좋아하였고 책을 가까이 하는 아이였다는 것을 깨우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문득, 아주 우연히 내가 공부를 하기 좋아하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기까지 말이다.

노량진에서 필자는 자영업자였다. 새로울 것이 없는 하루를 무심히 흘려보낸 시간이 2년이다. 무턱대고 시작한 식당일 그리고 노점상을 하였고, 실패하면 또 다른 자영업의 삶을 쳐다보았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인생을 이리저리 방황하는 시간이었고, 내가 선택한 것이 최선이고 유일한 방법이라 여겼다. 그러다 모두 실패하고 비로소 멈춤의 시간을 강요받은 때가 있었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던 그때, 아주 오래된 꿈이 생각이 났다. 공부를 하면서 도서관에 앉아 꿈을 키우던 내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 마음껏 공부를 했던 그때가 무척이나 그립고 행복한 순간으로 생각이 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는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고, 가진 것 하나 없이 내팽개쳐진 세상에서도 공부할 때 느끼는 즐거움으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점심을 건너뛰고 자투리 시간을 아껴가며 시작한 것이 공무원 시험공부의 시작이었다. 걸어 다닐 때도 공부한 것을 생각하였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공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았으며 행복했다. 2개월의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마음 편한 순간이었다. 딱 2개월만이 허락된 시간이었다. 마흔이 넘은 남자가 돈을 벌지 않고 공부하기란 어려운 것이기도 하였지만, 가장 빈곤하고 힘든 상황에서 견뎌낼 수 있는 최후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합격을 하였고 서울정부청사에서 근무하기도 하였다. 기회란 아주 우연히 오는 것이었고, 결과는 짜릿할 만큼 달콤하고 행복하였다. 더불어 많은 깨우침을 얻은 소중한 순간이었다.

필자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은 수험생에게 자랑함이 아니요, 내가 잘났고 뽐내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많이 부족하고, 약지 못하게 삶을 살아간다는 핀잔도 들었으며, 우직하지 못하게 이일 저일 하다 보니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늘 움츠리고 나약하게 산 기억도 많았다. 세상을 배우는 데 있어서 경험은 소중한 가르침이 된다. 수험생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밤을 새우는 일이 많은 강사로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과목을 혼자서 소화하며 책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행복한 적은 없었다. 곤이지지(困而知之), 어려움을 통해서 배우고 깨달은 바가 많다 보니 지금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끼니를 거르는 일도 있었고, 동전을 모아 시험 원서 사진을 찍던 날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꿈을 향해 가는 길은 행복했다.

겨울이 되어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가 얼마나 푸른가를 알 수 있다. 사람도 큰일을 겪은 후에야 그 진가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패했을 때도 최선을 다했지만, 꿈을 찾아 나선 지금도 나의 일을 소중하게 하려 한다.

‘늦게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 말고, 하다가 중단하는 것을 두려워하라.’

이번 주는 장애인 수험생으로 필자를 찾아온 제주도 수험생이 있었다. 세상에 상처받고 살아온 시간이 많았고, 혼자서 외톨이로 지낸 수험기간이 제법 있는 수험생이었다. 필자가 깨우친 공부의 즐거움을 가르쳐주고, 따뜻한 인성(人性)을 간직한 채 공직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이처럼 누군가의 선생이 되고 안내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어렵고 힘들게 보낸 시간이 내게 준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험생으로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이 많을 줄 안다. 혼자서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커다란 산(山)처럼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고통의 터널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막막한 순간이면 한숨을 내보내는 것도 어려울 때도 있다. 누군가의 한숨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가 있을까. 그러나 기억하자. 필자도 그러했고 나의 선배들도 그러했으며, 우리네 부모님도 이러한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필자만큼 실패한 인생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 적이 참 많다. 힘들고 지친 날이면 놀이터 벤치에 앉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늘을 본 적이 있다.

역경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모든 것이 보약이다. 실패도 해야 하고, 배고픔의 시간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실패한 것에 슬퍼하고 있는가. 그 슬픔이 지나면 그대는 성장할 것이고, 아문 상처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을 걸 믿는다. 곤이지지(困而知之), 어려움을 통해 얻은 지식은 온전히 내것이 된다. 그렇게 얻은 지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전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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