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스쿨, 올해도 보조금 ‘제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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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로스쿨, 올해도 보조금 ‘제로’ 나와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01.05 18:4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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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대·도쿄대·교토대·와세다대 등은 보조금 증액
정원 20명 중 7명 채운 난잔대, 2년째 보조금 0원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일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저조한 사법시험 합격률과 지원자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조금 차등지급 배분률이 공개된 가운데 올해도 보조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는 곳이 나왔다.

보조금 배분 대상이 되는 국립대 로스쿨 16곳, 사립대 21곳 등 총 37개 로스쿨 중 35곳(국립 16곳, 사립 19곳)이 2018년 보조금 지급을 신청한 결과 14개 로스쿨이 보조금을 100% 이상 지급받게 됐고 21곳은 0~95%까지 차등적으로 배분을 받는 것으로 결정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로스쿨의 질 향상과 성적이 저조한 로스쿨의 통폐합 등을 촉구하기 위해 교원 수에 대응해 일괄적으로 지급하던 보조금을 차등배분하는 제도를 지난 2015년부터 도입했다.

보조금의 배분율 결정은 먼저 각 로스쿨의 사법시험 합격률과 입학정원 충족률 등을 기초로 보조금의 기초액 산정율을 0~90% 사이로 설정한다. 여기에 각 로스쿨이 제안한 개선안 등의 심사결과에 의해 결정된 가산율을 더해 최종적인 배분율이 결정된다. 공립 로스쿨과 2018년도에 학생을 모집하지 않는 곳은 보조금 차등배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 일본 정부가 로스쿨 지원자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보조금 차등지급 제도에 따른 2018년 보조금 배분률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2일 열린 국내 로스쿨 공동입학설명회.

가장 높은 배분률이 결정된 곳은 고베대(神戸大) 로스쿨로 학부 3년차에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135%의 보조금을 지급받게 됐다. 이어 도쿄대(東京大), 교토대(京都大), 와세다대(早稲田大)가 130%, 히토츠바시대(一橋大), 게이오대(慶応大), 오카야마대(岡山大) 12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난잔대(南山大) 로스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난잔대의 지난해 입학생 수는 정원 20명의 절반도 못 되는 7명에 그쳤다.

다만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로스쿨의 수가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한 로스쿨은 첫해와 지난해 모두 4곳이었지만 올해는 난잔대 1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한 곳 중 토인요코하마대(桐蔭横浜大)와 아오야마가쿠인대(青山学院大) 등이 신입생 선발을 중단하는 등 문과성이 의도한 로스쿨의 통폐합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에 보조금 가산을 위해 각 로스쿨이 제출한 프로그램을 심사한 ‘법과대학원 공적 지원 검토 강화·가산 프로그램 심사 위원회’의 사사키 타케시(佐々木 毅) 주사는 “로스쿨은 법조양성제도의 중핵으로 지난 2004년 창설돼 지금까지 다수의 유익한 인재를 법조계를 시작으로 민간기업과 국·지방의 공무 부문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배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 프로그램은 이같은 로스쿨 전체의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 질이 높고 매력적인 교육과 국제화 대응 등 특색이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각 로스쿨의 선도적인 대처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보조금 차등지급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사사키 주사는 “이번에도 각 로스쿨로부터 다수의 신청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로스쿨간 연계, 미수자 교육의 개선 및 충실화, 조기졸업과 조기입학 제도를 활용한 재학기간의 단축, 학부의 연계로 법학교육의 충실을 기함으로써 로스쿨이 안고 있는 과제를 극복하고 강점을 확대하는 의욕적인 제안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한국보다 5년 앞선 2004년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은 연간 3천명 이상의 법조인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야심차게 운영을 시작했다. 도입 초기 7만 2,800여 명이 지원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던 일본 로스쿨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사법시험 합격률이 낮게 형성되면서 점차 지원자 수가 줄어들게 됐다.

2년(법학전공자)에서 3년(법학비전공자)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싼 등록금을 투자하고도 사법시험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로스쿨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것. 여기에 어렵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포화상태인 법조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 더해지며 로스쿨 지원자가 급감하게 됐고 이는 대량의 정원미달 사태로 이어졌다.

지난해 봄 입시에 지원한 인원은 8,159명(중복지원)으로 도입 초기의 9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 중 실제로 로스쿨에 입학한 것은 1,70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올해 신입생을 모집한 로스쿨은 43개교로 이들 로스쿨의 정원은 2,566명, 정원충족률은 66.41%에 그쳤다. 정원을 모두 선발한 곳은 히토츠바시대와 센슈대(専修大) 2개 로스쿨 뿐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조금 차등배분 제도를 통한 통폐합 추진을 비롯해 연간 배출 법조인 규모를 당초 목표의 절반 수준인 1천 5백명 이상으로 기준을 조정했다. 또 법학부 3년과 로스쿨 2년을 연계하는 코스를 마련하고 로스쿨 지원자에게 부담이 되는 적성시험을 각 로스쿨이 자율적으로 입시에서의 이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임의화하는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법조계 지원자를 늘리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변호사 등의 교육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으로 폐지됐던 사법연수생에 대한 급여지급 제도도 사실상 부활시켰다. 과거 일본은 사법연수생에게 월 20만엔 가량의 급여와 보너스를 지급했지만 재정부담 감축 등을 이유로 2011년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분활상환하도록 하는 대여제로 변경했다. 하지만 급여제 폐지로 인한 사법연수생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법조 지원자 감소라는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에 매월 13만 5천엔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로스쿨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시도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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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입 2018-01-08 15:13:14
국내도입이 시급합니다.

변시합격률 2018-01-08 13:37:42
우리도 변시합격률에 따라서 로스쿨보조금 차등지급했음 좋겠다. 일단은 로스쿨입학정원부터 변시합격률 높은순으로 재조정했으면 좋겠다.

힘쌘죠스바 2018-01-08 11:20:06
우리나라도 학부3년이면 로스쿨에 진학할수있게 제도가 시행되면
정부 시민 사회가 어떤반응일지 어떻게될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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