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남북대화와 세대 간의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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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남북대화와 세대 간의 화해
  • 오시영
  • 승인 2018.01.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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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대한민국은 섬 아닌 섬이다. 섬은 단절과 고립의 상징이다. 외로움의 촛대이고, 버거움의 축대이다. 남북이 분단된 후 7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더군다나 6·25 한국전쟁의 후유증으로 그 긴 세월 동안 쌓인 남북 간의 적대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세월이 무심한 것인지 1950년 전쟁 경험자들은 모두 65세 이상의 지하철 무임승차 세대, 소위 지공세대가 되었다. 새해 벽두 남북 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이려는 모양이다. 남북 정상이 모두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화하자고 나서고 있고, 그 첫 단추로 남북간 핫라인이 다시 개통되었다. 지난해 개성공단의 일방적 철수로 인해 단절되었던 핫라인이 재개통되고, 확인통화까지 이루어졌다니 이번에는 남북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지난 72년의 세월 동안 남북분단이 우리 민족에게 안겨준 최악의 폐해는 “끝없는 증오심의 양산”이다. 전쟁을 통해 가족을 잃고 재산 등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보상하지 가해자에 대한 원망과 적개심은 대를 이어 계속되어 왔다. 문제는 할아버지 세대의 전쟁피해인식이 더 이상 손자 세대에 연결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지공세대의 단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을 향한 적개심이 자신들을 제대로 이해해 주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적개심으로 적개심의 방향이 이원화되는 현상이 남한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세대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간의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한때 산업의 역군으로 대한민국 경제부흥의 중심세력이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정말이지 산업현장에서 고생고생해 온 소위 지공세대들이 점차 대한민국 내에서 섬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 섬화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문제는, 국가주의를 최고의 가치관으로, 국민교육헌장을 줄줄이 외우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지상주의에 사로잡혀 국가가 명하면 내 한 목숨 다 바치겠다는 국가충성교육을 받은 세대에게, 국가보다는 개인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교육받고 자란 신세대 젊은이들이 전혀 공감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이 양자의 차이를 두고 누가 옳고 그르냐고 다투는 것은 무망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사회 저변에 장유유서의 유교문화가 깔려 있는 한국사회는 여전히 그 무익한 논쟁을 계속하고 있고, 결국은 논쟁 후 이해되기보다는 갈등의 폭만 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어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한 세대 간 갈등구조 속에 가장 큰 홍색지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남북분단이고, 남북대결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수많은 물밑 접촉을 벌인 결과 북한이 참가쪽으로 마음을 다진 모양이다. 참으로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간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고 쌍방이 제안하였고, 지난 3일 북한이 지난 23개월 동안 단절되었던 남북 간 핫라인을 다시 재개통하겠다고 통보한 후 개통을 서로 확인하였다고 한다. 통일부장관이 북한에 1월 9일에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하였는데,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협상이란 명목상 가장 강한 무기를 가지고 나와 실질상 가장 강한 무기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지난 세월 한반도비핵화전략에 얽매여 북한이 핵포기를 해야만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한미동맹의 산물로 주장된 입장이었다. 한국의 진보정권은 전제 없이 만나자고 주장하였다가 내부적으로 심한 곤욕을 치룬 바 있다. 일방적 친미주의자들에 의해 집중 포화를 맞고 실신하고 말았다. 지금도 그런 현상은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명목상 가장 강한 협상무기는 “핵무기”라고 할 것이다. 국민소득 최빈국의 북한이 죽자 살자 매달리고 있는 것이 바로 핵무기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유일한 명목상 가장 강한 무기가 핵무기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북, 북미대화의 전제로 그 핵무기를 버리고 나오라고 하니 협상 자체가 결렬될 뿐이고, 단절될 뿐이었던 것이다.

남북 간의 대화는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을 향해 “종북”이라거나 “좌파”라고 몰아붙인다. 대한민국을 북한에 갖다 바치려고 한다며 황당한 공격을 계속해 댄다. 이론의 여지없이 한 마디로 정리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종북 좌파 세력이 북한에 대한민국을 가져다 바친다”는 말이야말로 “가장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이자 논리 구조”이다. 무조건적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절대 목적이 “궁극적 핵무기 포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을 북한에 갖다 바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을 설득하여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 핵무기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 않는 전술적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다. 생각해 보라, 반대자들의 주장대로 남한에서 아무리 북한을 향해 “핵무기를 포기해”라고 말하면 북한이 꿈쩍이라도 하겠는가? 아마 이 말을 들은 북한에서는 “남쪽이 돌았나?”라고 말할 것이다. 자신들의 가장 강한 협상무기인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요구가 그들에게는 발가벗고 협상장에 나오라는 황당한 요구이기 때문이다. 협상이란 상대방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양쪽이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제발 좀 “남북 간의 무조건 대화 재개”를 “종북 좌파가 북한에 대한민국을 가져다 바치려고 한다.”는 말도 되지 않는 말이 사라졌으면 한다.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믿고 있으면 어찌 하냔 말이다. 왜냐하면 무조건적인 대화의 시작이 남한을 가져다 바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고 건전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도록 결단케 하기 위해서” 이기 때문이다. 대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설득하고, 줄 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남북협력기금이 북한에 공여될 경우 이를 두고 또 “일방적 퍼주기”라고 난도질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북한이 자신들의 가용 자원 전부를 들여 개발한 핵무기를 아무런 대가 없이 포기”하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말도 되지 않는 남한이나 미국측의 일방적 요구가 아니겠는가?

미국이 세계 각국에 자국의 무기를 팔아 군수산업을 국가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시켜 온 것처럼, 북한 또한 자신들이 공들여 개발한 각종 미사일 등을 팔아 외화를 획득하는 군수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미국측 무기를 구입하는 쪽은 친미국가들이고, 북한이나 중국 또는 러시아의 무기를 사는 나라들은 친중, 친러, 친북한쪽이다. 이처럼 양자는 서로 자기들과 친한 나라들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무기를 팔고, 그 무기판매대금으로 자국의 경제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개발한 K라인의 각종 무기와 한국산 전투기 FA-50 등을 수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에서 개발한 무기 중 대외 경쟁력이 있는 무기를 당연히 수출하는 군수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국 내 무기 개발을 통해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에 무기를 수출하여 군수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모두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감정적으로는 무척 싫은 일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발한 핵무기를 포기시키는 대가로 우리 남한이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은 납득하기도 어렵고, 실행하고 싶지 않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그렇지만 그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으니 문제인 것이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이 계속하여 핵무기를 개발하더라도 아무런 일도 안 하면서 이를 지켜본 채 그 핵무기 위협에 매일매일 불안해하면서 그냥 사는 것이다. 아니 또 다른 하나의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것은 바로 남북 간에 전쟁을 하여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싸워서 우리가 이기면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고, 우리가 지면 우리가 망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농담처럼 말을 하지만, 이런 일이 실재 일어나면 안 되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기에 “핵무기 포기 대가로 북한에 지원하게 될 예상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들여 미국산 무기 구입”을 계속하면서 매일매일 불안하게 살거나, 아니면 북한에 핵무기 포기 대가로 경제지원을 해 북한을 잘 살게 만들어 스스로 전쟁을 포기하게 만들어 남북평화관계를 발전시키거나 양자택일의 문제만 남게 된다. 그게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겠는가? 다른 방법이 있으면 말해 보라. 남북 간에 전쟁을 하게 되면 6·25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쟁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때야 재래식 무기가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장거리 장사포와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전투기가 폭격을 가하고, 최후에 핵무기라도 투하된다면 그 뒷감당을 어찌 하겠는가? 다시 60년 전 6·25전쟁 당시의 피폐하고 가난한 과거로 되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형제자매가 죽어나가고, 부모와 자식이 죽어나가고, 상이군경들이 넘쳐나는 세상을 어찌 또 겪으라는 것인가? 그러기에 전쟁은 안 되는 것이고, 북한을 핵무기 포기의 협상장으로 불러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니 남북 간에 대화를 하자고 하면 “종북 좌파”라며 무조건 매도하는 내부공격을 그만 했으면 한다. 코끼리 같은 대한민국을 개미 같은 북한에게 가져다 바치려고 종북좌파가 혈안이 되어 있다는 그 말도 되지 않는 막말을 이제는 좀 접었으면 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다. 그러니 그런 말을 자꾸 해서 없는 씨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남북 간 대화를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종국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토록 하는 온갖 정책을 수립하여 실행할 필요가 있다. 언어는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 한자어 言語 중 語는 말씀 言과 나 吾가 결합된 글자이다. 즉 말씀 語는 “말이란 말하는 내 자신”이라는 의미를 상징한다. 공자도 말에 실수가 없는 이가 올바른 이라고 했고, 성경도 혀의 잘못 놀림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가르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 중에는 “말의 품격이 엉망진창”인 분들이 너무 많다. 더 나아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당선되는 순간 첫 일성이 “싸우겠다”여서 너무나 놀랐다. 여당이 자유한국당을 배제하면 들개처럼 싸우겠다라는 말이 원내대표의 첫 일성이어서 너무나 황당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극단적인 좌파 포퓰리즘, 무차별 퍼주기 복지를 통한 인기영합주의 국정운영, 전방위적 정치보복, 안보무능 등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고 저지해 나가겠다.”며 싸우겠다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적어도 원내 제2당의 원내대표라면 “싸우겠다”라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 산적해 있는 이러저러한 문제 중에서 이러한 문제는 이렇게, 저러한 문제는 저렇게 해결하고, 해결이 어려운 부분은 여야 간의 합의를 합리적으로 도출하여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하겠다라는 인사말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싶은 것이다. 나아가 홍준표 당대표 역시 최고위원인 유여해 위원을 향해 주막집 주모라고 하지를 않나, 싸이코 패스라고 하지를 않나 이 역시 가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심어진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언어가 경망스럽고, 행동이 조잡스럽다고 이미지가 한 번 만들어지면 이를 바꾸려면 너무나 많은 힘이 든다. 물론 그에게 힘이 있을 때는 그 힘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이치이지만, 그 힘에는 자연스러운 존경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게 된다. 존경하게 되면 따르게 되지만, 경망스러우면 상대방은 내심에 은연 중 경망스러운 언어를 사용하는 이를 자신보다 못하다고 무시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제든지 들이받을 스프링처럼 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남북 간에 대화의 창구가 속전속결로 열리기 바란다. 남북 간의 현안, 핵무기 포기 문제를 포함하여 경제협력과 상호상생의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여태까지의 북한 행태를 보면 북한을 쉽게 믿을 수 없음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여 대화를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러니 강한 우리가 좀 더 참고 인내하며 최대한 실리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야 할 것이다. 서로 간에 통 큰 결단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남한이 북한의 경제개발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거기에 북미 간, 북일 간 공식외교관계가 수립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재인 정권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남북 긴장완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남북간의 상생과 공존을 위한 다리, 그 넘을 수 없었던 다리를 과감하게 서로가 넘는, 그래서 핵무기가 없는 남북평화시대가 열렸으면 한다. 서로 잘 먹고 잘 살면 좋지 않은가? 섬이 아닌 대륙의 출발점이 되는 대한민국이었으면 한다. 지공세대와 젊은 세대가 단절이 아닌 상호 존중과 이해가 넘쳐나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어찌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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