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4)- 선택과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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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4)- 선택과 결단
  • 강신업
  • 승인 2018.01.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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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산다는 건 어디론가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삶이란 결국 수많은 가능한 행위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행위를 정하는 선택의 과정이다.

대개의 경우 선택은 쉽지 않다. 무엇을 할 것인지, 한다면 누구와,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때로 어렵고 고통스런 일이다. 한 순간의 선택으로 모든 것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이 산 자의 숙명이라면 망설이고 주저할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과 신중한 것은 다르다. 신중하다는 것은 오히려 짧은 시간 깊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북송 철종 황제 때의 명재상이자 제왕학에 관한 명저 <자치통감(資治通鑑)>의 저자인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은 어렸을 때 물이 가득 찬 항아리 위에서 놀던 아이가 항아리 속에 빠져 살려 달라고 소리치며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았다. 어른들은 항아리가 깨질 것을 걱정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기만 했다. 그때 사마광은 주저 없이 돌을 던져 항아리를 깨 버렸다. 물이 쏟아지고 그 아이는 무사할 수 있었다.

기원전 49년, 로마제국의 야전 사령관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 100.~ B.C. 44]는 갈리아 전쟁에서 승리한 뒤 귀환하는 길에 루비콘 강 앞에 다다랐다. 그 때 카이사르에게 군대를 해산한 후 로마로 돌아오라는 로마 원로원의 명령이 도달했다. 그가 로마를 비우고 전쟁에 나간 사이 그가 중심이 되어 구성한 삼두 정치의 단결이 깨져, 삼두정치의 한 사람인 크라수스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숨지고, 다른 한 사람인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의 적으로 돌아서 로마 원로원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두 갈래 길 앞에, 선택의 기로에 섰다.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너면 원로원 결의를 따르지 않는 것이니 조국 로마 제국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고, 항복하면 역적은 면하겠지만 폼페이우스가 주축이 된 원로원의 결정에 따라 처형될 것이 분명했다. 그 때 카이사르는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하고 루비콘 강을 건넌다. 로마 제국의 새로운 주인은 이렇게 탄생했다.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두렵고 고통스런 것이다. 그러나 성공은 대개 두려움과 고통을 이기고 신속하게 결단을 내리는 사람들의 몫이다. 우유부단은 성공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택한다는 것은 다른 하나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포기를 위해선 미련과 욕심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 1963)는 시 <가지 않은 길>에서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미련보다는 선택한 삶에 대한 긍정을 노래하고 있다. 누구도 두 개의 길을 한꺼번에 갈 수는 없다. 부득이 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 때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다 결국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하게 된다. 물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지겠지만, 그리고 그 길을 택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 길을 선택하고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선택에 앞서 늘 불안을 겪는다. 이런 불안은 선택을 주저하게 하고 오랫동안 망설이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를 걱정하며 오늘을 불안하게 사는 것은 최악이다. 톨스토이는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거나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을 부여받은 것은 과거 또는 미래에 대한 고찰에 따라 현재의 행위를 보다 올바르게 결정하기 위함이지 과거를 슬퍼하거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은 결코 아니다”라고 하였다.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지금 살아 있다는 의미고, 내가 자유인이라는 의미고, 내가 주체적으로 삶을 영위한다는 의미다. 2018년 무술년 (戊戌年)이 시작됐다. 두 갈래 길 앞에 섰을 때, 그래서 한 길을 선택해야 할 때, 그때는 먼저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자! 그 다음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내가 택한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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