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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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14)
  • 박준연
  • 승인 2018.01.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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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2018년, 다시, 로스쿨에 진학할 것인가

도쿄에서 보낸 최근의 새해는 밖에서 보낸 적이 많았다. 서울이나 뉴욕에 비해서는 따뜻하다고는 해도 그래도 추운 도쿄의 겨울을 밖에서 제야의 종을 칠 차례를 기다리며 보내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지만, 이것도 새해를 맞이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다. 한때는 해가 바뀌는 것도 숫자가 바뀌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숫자가 바뀌는 만큼 마음가짐도 새롭게 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낀 것이 최근이다.

2018년은 이 연재를 시작하고 세 번째 맞는 새해이기도 하다. 2015년 가을에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는 물론 많은 쓰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이렇게까지 길어질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연재를 시작하고 독자분들께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다양한 상황에서 미국 로스쿨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많은 경우 변호사가 아닌 다른 직업에 종사하면서 미국 변호사 자격증 취득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내 자신도 대학 졸업 후 처음 진로를 고민할 때는 변호사라는 진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지만, 첫 직장에서 일하면서 로스쿨 진학을 처음 고민하게 된 경우라서, 여전히 이런 질문이 남의 고민같지 않다. 정답이 없는 질문인 만큼, 의견을 정리하는 데에도 생각이 많아진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몇 가지,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정리해보았다.

기회 비용을 생각한다. 미국 로스쿨 진학이 맞는 결정인지 아닌지 일단 가보고 선택하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 따른다. 로스쿨에 진학함으로써 포기하는 가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비뿐만 아니라 JD과정이라면 3년, 그리고 바 시험에 응시할 2-3개월동안 다른 일을 하면서 얻을 경험이나 지식 등이 이 기회비용에 포함된다. 막연하게 미국 로스쿨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머릿속에선 이런 사고과정을 이미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내 상황이 이러하고 로스쿨을 가면 이런저런 부담이 따르니 다 감안하면 로스쿨 가는 쪽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시점에서 기회비용을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미국 로스쿨 진학에 회의적인 지인 누군가에게 자신이 왜 로스쿨에 가려고 하는지 설명하는 가상적인 상황을 생각해도 좋겠다. 이런 결정은 자신이 내리고 자신이 그 책임을 지므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이 결정의 정당성을 설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왜 잘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가려고 했는지, 로스쿨 진학하기 전뿐만이 아니라 진학중, 졸업 후에도 되풀이하여 질문을 받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 시간을 맞추어 LSAT(로스쿨 입학시험) 기출 문제를 풀어본다.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어느 정도 기울었으면, 실제 시험시간에 맞추어 조용한 환경에서 기출문제를 한 셋트 풀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LSAT이 로스쿨에서, 또 변호사로서 성공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GRE 점수를 입학 사정에 도입한 몇몇 로스쿨을 제외하고는) LSAT은 로스쿨 입학 사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연필을 들고 기출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은 로스쿨 입학, 보다 구체적으로는 원하는 로스쿨 입학이라는 첫번째 관문을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듣는다. 주변에 미국 변호사가 있으면 만나보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연락을 취해서 얘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는 학생층도 점점 두터워지고 있으므로,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 유사한 고민을 선배 누군가가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여러 경로로 알게 된 선배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 조언에서 큰 도움을 얻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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