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청년의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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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청년의 연말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12.29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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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새해 해돋이 명소를 소개한 글이 한 포털 사이트의 메인으로 올라온 걸 보니 ‘어느덧’ 연말이다.

자주색 중학교 교복에서 감색 고등학교 교복으로 바꿔 입는 것보다 ‘내 나이가 열일곱’이 됐다는 사실에 더 어색해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나이의 두 배가 됐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는 쪽이 맞는 것 같다.

변호사시험이 코앞인 로스쿨 3학년이 당장 그렇고, 3월에 있을 5급 공채와 입법고시 준비생들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어렵다.

한겨울 칼바람 못지 않은 취업 한파로 인해 오랜 기간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취준생 신분으로 있는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며 그동안 맺은 인연, 앞으로 지속될 인연에 감사하는 메시지 한 통 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얼어붙은 상황에 이들이 놓여 있다.

‘자신이 꿈꾸는 밝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땔감 삼아 정진하는 것’이 이전에는 젊은 세대들이 갖춰야 할 바람직한 자세이자 미덕이었다.

오늘 하루를 옴팡지게 즐기고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배짱이 같은 청년은 주변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승부하고자 한 많은 청년들이 몰려들던 사법시험은 정작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지하였고, 한해 70만 인원이 도전장을 내미는 공무원 시험에 대해서도 눈총이 따갑다.

‘청년들이 오늘을 너무 즐기지 말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을 하여야만 하되 시대 분위기를 맞추면서 주변은 힘들지 않도록 하라’는 구체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합격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지만 명절에는 일가 친척들에게 인사도 돌리고 아침 저녁으로 세상 돌아가는 뉴스도 챙겨 보며 운동도 하고 연애도 잘 하고 대신 배우자감은 어떠어떠해야 하며.....’

아무말 대잔치 격인 이러한 가족과 사회의 요구 앞에 청년들은 혼란스럽고, 의기소침해 지며, 때로는 분노한다.

자기주도적으로 살라고 요구하면서도, 더 다양한 길을 마련해 놓기는커녕 테두리를 그어 놓고 ‘이 안에서만’ 꿈을 펼치라고 말하는 모순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 세대 간 갈등이 대립을 넘어 혐오로까지 번지는 양상이 자주 목격된다. 서로가 산 시대 상황의 차이가 너무 크고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빚어지는 양상이다.

윗 세대는 아랫 세대를 가르치고 바로잡는 것을 책무로 여기는 반면 아랫 세대는 가르침 뿐인 이런 소리들로 인해 자신이 스트레스 받아야 할 이유를 못 느끼며 마음을 닫는다. 이런 갈등이 기자 주변에도 있고, 물론 본인도 때로는 그런 갈등의 한 가운데 선다.

이 모든 마음의 혼란을 애써 눌러둔 채 좁은 방 안, 또는 비좁은 독서실 책상에서 한 줄기 빛에 의존하여 두꺼운 책을 뒤적거리며 연말을 보내는 청년들을 생각한다.

모든 소소한 욕망들을 ‘합격하고 나서’라는 철벽 뒤에 제껴둔 채 눈앞의 할 일에 매진하는 의지 굳은 청년들을 응원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빠르게 변하는 현재에 발을 딛고 스스로 중심을 잡겠다고 외줄타기 하듯 흔들거리고 있는 청년들의 외로움에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청년의 때를 살아가고 있는 인생 동지로서, 남과 다른 이들의 땀방울이 의미 있는 결실이 되어 돌아오기를 새해 소망으로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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