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94) -기획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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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94) -기획여행
  • 신종범
  • 승인 2017.12.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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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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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마지막 연휴인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에 나섰다. 그런데, 인천공항에 낀 짙은 안개로 대부분의 항공편이 결항되면서 공항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기대했던 크리마스 여행을 출발조차 못했으니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런데, 때로는 여행가서 본 커다란 낭패 때문에 차라리 여행을 오지 말았을걸 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얼마전 찾아온 A도 그랬다.

A는 아내와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몇 년동안 돈을 조금씩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유럽여행을 가기로 했고, 때마침 나온 유럽여행 상품을 보고, 마음에 들어 구매를 했다.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걱정도 되었지만, 출발부터 도착할 때까지 가이드가 동행하는 여행이라 안심이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유럽으로 향했고, 즐겁게 여행하면서 힘들었던 삶을 새롭게 충전하고 돌아오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A부부의 바램은 이틀째날 무너지고 말았다. 자정이 다 되어 파리 인근 숙소에 도착하였는데, 그만 강도를 당하였던 것이다. 단체관광 버스에서 내린 A부부가 가이드에게 생수를 사가지고 올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한 후 버스에 다시 올라 생수를 구입하고 온 사이에 가이드가 다른 일행만 데리고 먼저 호텔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버스에서 내린 지점부터 호텔 로비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는데, 어두운 밤에 그 먼 거리를 부부만 따로 떨어져 걸어 가다가 미리 준비하고 있던 강도 3명에게 가방 등을 빼앗기고 말았다. 저항하는 도중에 A부부는 상처까지 입었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려 호텔안으로 들어 가니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고, 그제서야 가이드가 와서 자초지종을 듣더니 유럽에서 강도 당한 물건을 찾기는 불가능하니까 물건 찾는 것은 포기하고, 여권을 다시 만들어야 하니 여행 일정 일부도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A부부는 너무 놀라고 더 이상 여행할 기분이 아니어서 그냥 귀국하고 싶었지만, 귀국하는 비행표를 구입할 돈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남은 일정을 함께 해야만 했다. 다음 날, 경찰서에 가 신고를 하고 여권을 만든 후 다른 일행들과 합류하였지만, 이후 여행은 A부부가 꿈꿔왔던 여행이 될 수 없었다. A부부는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다른 일행들을 먼 발치에서 바라 보면서 남은 일정을 끌려 다니는 기분으로 함께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A는 당시 강도 당한 현장 사진, 진단서, 잃어버린 물품목록 등을 자세히 적어서 필자를 찾아왔다. 가이드가 함께 했음에도 자신들만 남겨 두고 가 강도를 당했는데 여행사는 사과의 말도, 책임 있는 자세도 전혀 없다고 하면서 악몽이 되어 버린 여행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고 했다.

A부부가 구매한 여행상품은 여행사가 여행지, 일정, 숙소, 교통편 등 여행과 관련한 전체적인 계획을 세워 여행자를 모집한 '기획여행'이었다. 우리 법원은 ‘기획여행’의 경우에 다른 여행상품에 비해 여행사의 책임을 무겁게 지우고 있다. 즉, ‘기획여행’에 있어 여행사의 책임에 대하여, “여행업자는 통상 여행 일반은 물론 목적지의 자연적·사회적 조건에 관하여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행선지나 여행시설의 이용 등에 관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반면 여행자는 그 안전성을 신뢰하고 여행업자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여행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여행업자는 기획여행계약의 상대방인 여행자에 대하여 기획여행계약상의 부수의무로서,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행목적지·여행일정·여행행정·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검토하여 전문업자로서의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또한 그 계약 내용의 실시에 관하여 조우할지 모르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거나 또는 여행자에게 그 뜻을 고지하여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고, 여행업자가 내국인의 국외여행 시에 그 인솔을 위하여 두는 관광진흥법 제16조의3 소정의 국외여행인솔자는 여행업자의 여행자에 대한 이러한 안전배려의무의 이행보조자로서 당해 여행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여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주의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가이드가 저녁시간에 맥주집의 위치를 가르쳐주고, 심심하면 다녀오라고 하면서 주변에 소매치기가 많고 위험하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여행객이 맥주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강도를 만나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여행사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A부부의 경우, 심야에 호텔로비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버스가 하차하였고, A가 생수를 사 가지고 올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음에도 가이드는 인원파악을 하지 않고 A부부를 남겨둔 채 이동하여, A부부만 따로 떨어져 호텔로 들어가다 강도를 당하였기 때문에 여행사의 책임이 부정될 수 없을 것 같다. 더욱이, 유럽여행시 강도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였음에도 여행사는 이를 사전에 알려 주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안내하지 않았다.

연말연시와 방학을 맞아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설레는 마음으로 떠났듯 돌아올 때도 무사히 행복한 기분으로 돌아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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