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2)- 위험인물론(危險人物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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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2)- 위험인물론(危險人物論)
  • 강신업
  • 승인 2017.12.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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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사람을 씀에 있어서는 모름지기 위험인물을 피해야 한다. 훌륭한 인물을 골라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위험인물을 미리 알아보고 사용을 피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한 사람이 나라를 흥하게 한 일은 흔치 않으나 나라를 망하게 한 예는 적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용』에서는 공자의 말을 빌려 세 종류의 위험인물을 논하고 있다.

첫째는 어리석으면서도 잘난 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愚而好自用 우이호자용)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잘난 멋에 산다. 때문에 어느 정도 잘난 체하는 것이야 문제 될 것이 없다. 헤겔 (Hegel, Georg Wilhelm Friedrich, 1770년 ~ 1831년)이 인류역사를 가리켜 ‘자존심을 위한 투쟁(The struggle for Pride)’이라고 한 데서 보듯 ‘잘난체’는 인간에게 고유한 속성이고 긍정적인 의미의 자부심은 본인과 사회에 유익한 것이다. 그러나 격에 맞지 않고 능력에 맞지 않는, 어리석음에 연유한 근거 없는 자기 과신은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를 파괴하기 쉽다. 이런 사람이 최악인 이유는 이들은 대개 자기 잘 난 맛에 빠져 타인과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친다는 데에 있다.

둘째는 비천하면서도 스스로 중요하다고 착각하는 사람(賤而好自專 천이호자전)이다. 실제 우리 주위에는 큰일을 맡기에는 그릇이 한참 못 미치는 데도 중요한 일을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 인품이나 능력 면에서 전혀 큰일을 할 만하지가 않음에도 자신에게 능력이 있다고 우기며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능력도 안 되면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경우 자칫 자신의 영역뿐 아니라 다른 사람 자리도 엉망진창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셋째는 현재에 태어났으면서도 옛 길로만 돌아가려는 사람(生乎今之世, 反古之道 생호금지세 반고지도)이다. 현재에 살면서 과거에 얽매이는 사람은 위험한 인물이다. 현재에 살면서도 현재를 부정하고 오지 않은 미래에 천착하는 사람 역시 위험한 인물이다. 역사는 진실과 신화가 적당히 버무려진 가공품이고 미래는 아직 환상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다. 지금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완전한 진실이다. 또한 각각의 시대에는 그 시대에 맞는 가치가 있다. 때문에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거나 지나간 것을 다시 오늘에 되돌리려는 시도는 때로 무용하고 때로 매우 불순한 것이다. 과거에 정신이 팔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거나 과거를 위해 오늘을 희생시키는 것이야 말로 가장 어리석은 것이다. 때문에 공자는 『중용』에서 무모하게 옛길로 돌아가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재를 씀에 있어 위험인물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우리 모두 스스로 위험인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겉으로 번지르르한 자만심을 떨쳐내고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나 잘났다고 강변해서도 안 되고 할 필요도 없다. 또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기기보다는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지금 나를 불러주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원망할 필요도 없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면 된다. 현실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우리는 때로 현재가 고단하다는 생각에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희망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두발을 디디고 있는 지금 이 자리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Schopenhauer, Arthur, 1788년~1860년)는 ‘바닥에 짐이 없는 배는 자꾸 흔들려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듯 고난과 고통의 짐은 인생이란 배가 앞으로 나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현실이 고단해도 그 무게를 이겨내며 성실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가장 잘 사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공자가 말하는 위험인물은 결국 인간의 삶과 처세에 관한 얘기다. 한 해를 보내며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각자 자신의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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