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직 토목설계사로 29개월 만에 법무사 수석 박정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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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직 토목설계사로 29개월 만에 법무사 수석 박정준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12.19 12:31
  •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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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법무사시험 수석 박정준씨
수원 영생고/세종대 토목공학과 졸업

설계업무와 관련된 법률 적용·해석에서 시작한 관심, 법무사 도전으로
“‘대국민 법률서비스 제공할 자격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 답안에 담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다양한 경험과 실무적 역량을 갖춘 전문가. 갈수록 전문화·다양화 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법률전문가의 모습을 정의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17년 제23회 법무사시험에서 수석을 거머쥔 박정준씨는 우리 사회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는 준비된 법률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씨는 수원 영생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종대 토목공학과에 진학했다. 2006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토목설계회사에 입사했고 현재까지 같은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 토목설계 분야의 전문가다.

처음 박씨의 직업과 경력에 대해 들었을 때는 법무사와의 접점이 쉬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박씨가 법무사시험 도전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듣고 나니 직접 경험하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통해 이뤄진 결정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박씨는 설계 업무를 하면서 여러 행정 법률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법률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됐고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부동산경매에 대한 관심도 법률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민법과 민사집행법, 부동산등기법 기본서를 시간이 날 때마다 읽다보니 법률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결심을 굳힌 2015년 5월부터는 업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주 업무로 변경하고 수험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1년 만에 1차시험에 합격했고 재시로 2차시험에 합격했으니 총 수험기간은 29개월, 고작 2년 반 만에 최종합격을 넘어 수석 합격이라는 쾌거를 이룬 셈이다.

박씨는 “부족한 내가 합격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벅찬데 수석합격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돼 솔직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예전부터 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한 것이 비전공자인 내가 합격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경험도 실무적 역량도 갖춘 준비된 법률전문가. “실무에 있어서 책임감 있고 신속한 법률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지속적인 자기계발에 힘써서 부끄럽지 않은 법률전문가가 되도록 하겠다”는 박씨의 포부가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수험공부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시험은 시험답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첫 4개월가량은 법무사시험 전문 인터넷 강의를 듣고 강의 내용을 복기하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박씨는 “강의를 듣고 반복해서 되새기지 않으면 일주일만 지나도 그 내용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것을 경험했다”며 반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4개월간은 강의에 사용된 기본서를 반복해서 읽었다.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기출빈도 등 중요 부분을 표시해뒀고 그 부분을 체크해가며 정독했다. 이는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단점을 고려한 선택으로 무리해서 회독수를 늘리기보다 제대로 주의 깊게 읽으면서 1차시험을 치를 때까지 과목별로 총 4회독을 했다.

2016년 1월부터 6월, 시험을 치르기 직전까지는 기본서 정독에 더해 기출문제 풀이를 했다. 기출문제를 풀면서 어떤 형태로 틀린 지문을 제시하는지를 파악하고 시간안배 연습을 했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헌법과 민법 최신판례집을 구매해 추가적으로 최신판례를 공부했다.

1차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는 헌법을 꼽았다. 법 전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다양한 분야와 사례를 포함하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공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것. 박씨가 헌법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정공법’이었다. ‘어려운 과목이 있다면 과락을 면하고 다른 과목에서 점수를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과목과 동일하게 그저 기본서를 반복해서 읽었다. 실제로 헌법은 1차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상법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며 통과할 수 있었다고.

박씨는 “1차시험을 준비하면서 과목별로 전략을 세우지는 않았다. 기본서 위주로 공부시간을 할당했는데 배점이 큰 과목은 기본서의 페이지 수도 그만큼 많으니 자연스럽게 일정 배분이 이뤄졌다. 어떻게 공부해야 효율적일까라는 고민 없이 무조건 기본서가 답이라는 생각으로 공부했던 것이 오히려 좋은 공부 방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차시험 준비도 시작은 인터넷 강의로 했다. 동차 합격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첫 번째 2차시험을 치렀다. 논리정연한 서술에 중점을 두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부동산등기법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과락을 맞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시험의 핵심은 ‘논리정연한 답안의 구성’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첫 2차시험을 마친 후 10월부터 12월까지는 예비순환 과정 인터넷 강의를 듣고 강의 스케줄 위주로 공부했다. 그 날 배운 것은 반드시 그 날 복습하고 자기 전에 대강의 내용과 목차를 떠올리는 연습을 매일 반복했다.

올 1월부터 4월까지의 기간에는 민법, 민사소송법, 형법, 형사소송법, 부동산등기법 기본서를 반복해서 정독했다. 속독에 약한 박씨였지만 회독수가 많아질수록 하루에 읽는 페이지 수도 많아져서 두 번째 2차시험 전에 총 6회독을 할 수 있었다.

5월부터 9월까지는 민법, 민소법, 형법, 형소법은 기본서 정독시간을 줄이고 학원 모의고사 풀이와 사례집을 통한 케이스 풀이에 시간을 더 할애했다. 학원 모의고사는 실전 시험과 같이 정해진 시간 내에 풀이하는 방식으로 실전감각을 쌓았다.

부등법은 과거와 달리 세분화, 케이스화 돼가는 경향에 맞춰 공부했다. 그는 “목차 암기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 1차 때 봤던 기본서를 최근 기출 부분을 제외하고 계속 반복 정독하는 방식으로 시험 때까지 반복했다”고 전했다.

민사서류작성과 부동산 등기신청서류 작성은 수험교재에 제시된 문제와 학원 모의고사를 하루에 2문제씩 풀었다. 하루라도 거르지 않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작성하는데 드는 시간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민사서류작성은 청구취지까지만 연습하고 부동산등기신청서류작성은 첨부서류 설명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같은 방식으로 1문제를 푸는데 15분이 소요됐다.

2차시험의 핵심은 ‘논리정연한 답안의 구성’이라며 답안 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박씨가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자신이 직접 기술한 답안지가 채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답안을 통해 향후 실제로 업무를 수행할 때의 태도를 예상할 수 있고 때문에 반드시 정돈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박씨는 반드시 목차를 사용해 답안을 작성했고 목차만 보더라도 논리구성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도록 모의고사 풀이를 할 때도 목차의 소제목 작성에 신중을 기했다. 또 모범답안과의 목차구성을 비교하며 더 좋은 구성을 고민했다.

박씨는 “단순히 법률적 지식이 많아서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아는 것을 마구 풀어 놓는 그런 답안 보다는 보기에도 깔끔하고 논리적으로도 정돈된 답안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수석 합격자로서 생각하는 고득점 비법을 묻는 질문에 박씨는 “시험에는 왕도가 없다”는 대답을 내놨다. 그는 “특히 법무사시험의 합격 확률은 공부한 양에 반드시 비례한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고득점 합격 비법은 없는 것 같다”며 노력을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어떻게 공부할지 고민하기 보다는 모든 것은 기본서 안에 있다는 생각 하나로 기본서를 정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본서를 다 이해하고 발췌독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면 그 안에 있는 법조문과 법리, 판례가 다 자기 것이 되므로 이 정도 공부한 사람이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관성 있는 생각이 좋은 점수를 얻게 해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무사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수험생들에게도 “자신이 선택한 공부 방법과 교재를 믿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정진한다면 성과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을 하던지 건강이 제일이다”라며 경험이 담긴 조언과 응원을 전했다.

29개월이라는 기간이 법무사시험 수험기간으로서는 결코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없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자 직장인으로서의 역할과 수험을 병행한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그는 “크게 힘든 경험은 없었다”고 대답했다.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커다란 나무 같은 굳은 심지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박씨가 이처럼 흔들림 없이 무던하게 수험기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가족이었다. 1차시험 준비를 시작한 해에 태어난 아들을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는 박씨는 공부에 지칠 때면 아내와 아들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당일여행을 갔다.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시간만큼은 공부에 대해서도 잊고 활력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박씨가 법무사라는 꿈에 도전해 흔들리지 않고 레이스를 마칠 수 있었던, 그리고 수석 합격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거머쥘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인 가족을 향한 애틋함은 고마운 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독박육아에도 불구하고 법무사시험 도전을 허락해주고 응원까지 아낌없이 해준 아내, 생활의 활력소인 아들, 아버지, 어머니, 장모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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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2018-01-10 16:00:35
멋져요! 정말 꿈같은 이야기네요.
희망적인 글이구요! 멋지게 시험합격 하셔서
너무 축하드립니다^^!!

국숭세단 짱이네 2017-12-24 20:48:19
올해 사법시험수석도 국숭세단( 단국대 )

29 2017-12-22 09:41:56
법무사 합격자 평균기간이 5년이면 그보댜 짧은 기간 내에 합격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이며
29개월이면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기간이에요.
1년만에 사시도 생동차 합격자도 나오는 판에 나온 데 이상할 거없죠.
기간이 중요한게 아니라 공부를 얼마나 집중력있게 하느냐의 싸움이라봅니다.
가정까지 있는 가장이시고 절실함이 느껴지네요.암튼 불합하신 분들 내년엔 합격기원하며
박정준님껜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dd 2017-12-21 21:05:49
직장생활 하면서 책 민법 부등 민집책 들떠본게 1차시험에선 도움 되었겠지만 2차시험에선 도움 되어봤자 얼마나 될거라고 수험기간을 10년이니 29개월은 사기니 왜 왈가왈부 하는지 모르겠다 글 읽어보면 절실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 가지고 영리하게 수험생활 잘하셔서 최종합격까지 단기간에 이뤄내신거같은데 댓글로 그 노력들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돌이 2017-12-21 17:49:17
축하는 못해줄망정들~ ㅉㅉ
읽어보니 한가정의 가장이구먼,
그러니 얼마나 절실하게 했겠어,
괜시리 힘빼지 말고 열심히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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