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1)- 과거평가와 미래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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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1)- 과거평가와 미래설계
  • 강신업
  • 승인 2017.12.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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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1636년(인조 14) 12월 청나라가 조선에 대한 2차 침입을 감행했다. 청군이 강화도로 가는 길을 차단했기 때문에 인조는 서둘러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이듬해 1월까지 남한산성엔 삶과 죽음이 공존했다. “살아서 치욕을 당할 것인가?”, ”죽어서 명예에 살 것인가?” 선택은 어렵다. 두 길 중 한 길을 선택하면 바로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김상헌(金尙憲,1570∼1652), 그의 선택은 싸우는 것이었다. 그는 왜란과 호란을 모두 겪은 사람으로서 명분상 왜란 때 조선을 도운 은혜의 나라 명나라를 배반할 수 없었다. 그는 실리적으로도 진정한 의미의 강화는 먼저 싸운 뒤에야 가능하다고 보았다. 최명길(崔鳴吉, 1586~1647), 그의 선택은 화친을 맺는 것이었다. 그에게 청나라에 맞서 싸우는 것은 백성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고 이미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명나라를 섬기는 것은 어리석은 것일 뿐이었다.

우리 역사에 김상헌과 최명길처럼 대비되어 회자(膾炙)되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 때 과연 어떤 선택이 옳았는가에 대해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일부는 김상헌에, 일부는 최명길에 동조하고, 또 그렇게 자신이 취한 입장에 따라 상대방의 견해를 비판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우리 자신이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우리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우리 스스로 이미 많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어느 시대에 어떤 이의 판단과 처신이 옳았는가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어쩌면 가장 다른 것처럼 보이는 주장들이 사실은 가장 닮은 것일 수도 있고, 서로 대척점에 위치한 것처럼 보이는 주장이 사실은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다시 기로(岐路)에 서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미국의 강경대응, 중국의 자국 이기주의와 일본의 군비증강 등 한반도가 다시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고 있다. 이 때 우리 운명을 맡아 쥐고 있는 정치지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때문에 정치지도자의 선택은 지극히 공적이어야 한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과연 정말 옳은 것인가? 내가 하는 선택이 정말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선인가? 나는 정말 사익이 아닌 오로지 공익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정치지도자가 국민의 존경을 받겠다거나 역사에 위대한 인물로 남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가 이끄는 나라는 이미 위험하다. 다른 한편으로 정치지도자의 선택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야 한다. 많은 경우 역사의 순간에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에 대한 오늘의 평가는 이미 현실에 책임 없는 이론적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지도자가 내리는 오늘의 선택은 이론이 아닌 현실이다. 때문에 정치지도자는 두 갈래 길 중 한 길을 선택하기에 앞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과거에서 배워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책임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과거평가가 미래설계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대개 과거는 현재와 연계되어 있을 뿐 미래와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과거평가를 기반으로 미래를 계획한다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사실 미래는 오늘의 관점에서 어떻게 계획하고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 이 순간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가? 과연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통일비전은 어떤 것이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궁극적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밀려드는 외교풍랑 속에서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 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가? 정치지도자들은 위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말들은 어쩌면 모두 하나의 방법론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오직 우리 공동체의 유지·발전과 그 구성원들의 최대 행복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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