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별과 혐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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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차별과 혐오의 시대
  • 김종민
  • 승인 2017.12.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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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동인 

지역감정으로 인한 분열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 최근 들어 차별과 혐오의 분위기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화합과 건강한 공동체 의식을 소중한 가치로 여겨왔던 우리였지만 이제는 충동적이고 극도의 이기심 가득한 자기중심적인 사회가 되어 버렸다. 과거보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졌으나 개인적 성취에 집착하면서 공동체와 지역사회가 무너졌고 더 좋은 지위와 물질주의적 열망을 추구함으로 인해 분노와 좌절, 불안이 교차하는 ‘불안한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지적은 더 이상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관용과 개방, 다양성의 존중은 국가발전과 융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영국이 1689년 권리장전과 함께 관용법 Act of Toleration을 입법한 이후 자유롭게 영국사회로 진입할 수 있게 된 유대인, 위그노교도, 스코틀랜드인들이 산업혁명과 금융혁명의 핵심적 역할을 하여 강대국으로 발전했던 역사의 교훈에서 볼 수 있듯 로마와 몽골제국, 미국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도약했던 비결도 예외 없이 관용과 개방 덕분이었다는 점은 깊이 새길 부분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통합과 상생은 외면한 채 오직 승리만을 목적으로 선거전략 이라는 이름의 정치판의 패스트푸드가 난무하였고 승자독식의 논공행상으로 인해 보수와 진보, 세대 갈등으로 사회가 사분오열되는 심각한 정치적 역기능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래의 주인공이어야 할 일부 대학생들이 학과 점퍼에 출신 고교 이름을 새겨 우월감을 과시하고 다닌다는 뉴스까지 나온 것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극단주의의 조짐이 보이는 일부 단체의 부적절한 행태에 더하여 차별과 배제, 혐오의 사회적 병리현상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 난무하는 극단주의적 혐오는 보수와 진보, 남녀와 세대, 종교를 불문하고 결코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차별금지와 혐오범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본격적인 대응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차별금지는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근본적 토대이고 혐오범죄를 방치할 경우 종국에는 증오와 폭력이 난무하는 치유 불가능한 갈등사회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용부문과 장애인 차별과 관련해 법률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다른 분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고 차별금지법 입법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어야 한다.

외국과 같이 중대한 차별행위를 범죄행위로 처벌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형법으로 차별행위를 처벌하고 파리지방검찰청 차별금지 거점수사부를 통해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반이슬람주의와 같은 차별범죄와 혐오범죄의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법무부와 검찰도 전향적으로 차별범죄와 혐오범죄의 근절을 형사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천명하고 관련 수사에 집중하여야 한다.

공동체의 존중, 문화적 다양성과 삶의 질,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발전, 보편적 인권과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고 일류국가다.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미래도 희망도 없다. 데릭 보크는 <행복의 정치>에서 국민의 행복은 개인의 물질적인 부분보다 개인과 가족의 건강한 삶과 신뢰할 수 있는 정치, 교육을 통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사회에서 나온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골고루 잘사는 사회, 반목과 질시가 없는 ‘강한 사회 The Strong Society’를 통치철학으로 삼아 23년간 재임하면서 극심한 빈곤국 스웨덴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고서도 1969년 퇴임할 때 집 한 채가 없어 사민당 청년연수원 별장에서 여생을 보냈다는 에를란데르 총리 같은 위대한 정치인은 바라지 않더라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편가르기와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관용과 포용의 정신으로 모든 형태의 차별과 혐오를 배척하고 이를 위해 행동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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