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흡족한 양보와 물러날 수 없는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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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흡족한 양보와 물러날 수 없는 양보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7.12.08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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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옆 낡은 건물을 헐고 신축공사를 하기에 주인이 돈을 많이 벌어 집을 올리나보다 하고 좀 불편하겠지만 웬만한 것은 참기로 했다. 이웃으로서 ‘수인의 한계’를 용인키로 했다. 그런데 수일이 지나도록 분진·소음막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기에 현장소장을 만났다. 그런데 알고보니 신축공사가 개인소유자가 아닌, 건설회사가 신축해 분양하는 것이었고 현장소장은 막연히 참아달라고만 했다.

제발 그 흔한 방음·방진막이라도 좀 치고 공사하라고 졸랐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고 결국 관할구청에 민원을 제기, 그제서야 허름한 천막으로 공사장을 에워 쌓다. 하지만 소음과 분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시 현장을 찾아 한바탕 고함을 쳤다. ‘최소한의 공사예의를 지켜달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고선 또다시 무시했다. ‘이웃도 아닌, 사업자가 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양보해야 하지’라는 극도의 분노로 다시 현장을 찾아 한바탕 난리를 치고 관찰구청에 재차 민원을 넣었다. 이는 주변 한 지인이 겪은 실화이며 하소연이다.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코자 했던 그는 그 외의 불편함도 제법 참았다. 거의 1년만에 건물이 완공되고 10여 가구가 입주를 했다. 또 다른 불편이 이어졌다. 입주자들은 종래부터 이용하던 신축건물 입구공터에 주변인들의 주차를 금했고 또 이웃과 불과 1미터 남짓한 신축건물에는 창문, 거실 가림막조차 설치하지 않아 생활소음과 훤히 들여다보이는 생활상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단다.

‘참 나쁜 사람들아, 내가 당신들 건물 지을 때 얼마나 양보했는데, 당신들은 그것도 모르고 당신들의 권리만 주장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내 모든 권리를 찾을 걸...’라는 뒤늦은 후회가 막심했단다.

‘권리 위에 잠자는 이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이 있다고는 하지만 타인의 양보가 당연한 권리인 듯 싸잡아 들려는 잔행이 우리사회에 일반화된 듯하다. 양보를 하면 바보가 되고 그럼에도 또 다시 양보하면 되레 바보취급 당하고 상대방은 그것이 권리인 듯 착각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우리사회가 아닌가.

최근 한 판사의 구속적부심을 두고 말들이 많다. 구속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한데 왜 풀어주느냐며 그를 향한 신상털기부터 갖은 욕설까지 소위 ‘배설’이 판을 쳤다. 법관의 법적양심에 따른 고유권한인데 왜 비판을 하느냐는 반박 또한 매한가지로 극한 표현들이 난무했다. 민주주의 여론형성 과정의 정반합은 온데간데없이 가치성향간, 진보·보수간, 청장년 세대간, 심지어 정치인들도 자신들의 입맛에 이를 적극 이용하는 지경이다.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다. 다만 익명을 등에 업고 ‘지나치고’ ‘극심한’ ‘인신공격성’ 비판은 성숙되지 못한 자세라는 것이다. 언론 또한 이를 교묘하게 그들만의 정체성 유지에 활용하는 것도 뭇매를 받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지인은 이번에 겪은 신축공사 사건으로 깨달은 바가 크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젠 절대 양보하지 않고 살겠단다. 그러면서 이번 구속적부심 인용 논란을 두고서도 “그동안 우리 국민 중에는 유죄판결을 받아 억울한 옥살이 후 재심에서 무죄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그 배상금마저 나 같은 선량한 국민들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양보에 길들여지면 국민들은 호구로 보일 뿐”이라며 분개했다.

종종 판사의 직업적 애로를 보아왔던 터라 ‘그럼 누가 판사를 하겠나’라고 했더니 그는 “대한민국에 자신의 결정에서 자유로운 직업이 어디있나”며 반박했다. “그간 법원, 검찰이 올곧은 재판으로 존경받아 왔더라면 이번 건이 도마에 올랐겠나. 자업자득”이라는 강변이었다. 중도론을 펴고자 했던 기자가 오히려 크게 혼쭐을 당했다.

특히 로스쿨 등 전국의 법학도들은 이번 논란을 어떻게 볼까, 꽤나 궁금하다. 법조계를 향한 국민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지는 듯하다. 양보에 식상해져가는 국민들은, 그럼에도 ‘대쪽같은 법조계’를 염원하며 양보의 미덕이 다시 회복되길 은근히 바라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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