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교사의 품격과 교원평가제, 보수의 줄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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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교사의 품격과 교원평가제, 보수의 줄 세우기
  • 오시영
  • 승인 2017.12.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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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보수는 현재 자기모순의 감옥에 갇혀 있다. 한국의 보수는 유교, 특히 성리학을 사상적 가치로 하고, 토지 즉 지주의 지대를 경제적 바탕으로 성장하여 왔다. 대한민국의 현재는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500년 조선시대의 연결선상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조선의 지배계층이 성리학을 바탕으로 하여 삼강오륜이라는 신분차별을 전제로 한 절대가치를 통치철학으로 삼음으로써 지배층의 우월성을 유지하여 왔고, 토지의 절대 소유를 통한 경제적 부의 축적으로 형성된 힘으로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피지배층을 지배하는 사회구조의 고착화를 가져왔음의 연장선상에 현재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선시대의 보수층은 현대에 들어와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 하였으나, 어찌 보면 긍정적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면이 이제는 감출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르러 폭발하고 있는 것이 현재라는 점이다.

유교의 수직적 가치관과 기독교의 평등적 가치관은 상호 융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삼강오륜이 상징하듯, 부자간에 서열이 있고, 군신간에 서열이 있으며, 부부간에도 유별이 있다. 즉 유교는 철저하게 신분의 경계를 통해 상위 계열의 신분이 하위 계열의 신분을 지배하는 상하관계를 당연시한다. 반면에 기독교는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피조물이고, 따라서 동등한 인격체라고 보기 때문에 상하의 수직적 인간관계가 아닌, 수평적 인간관계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조선의 지배계층을 이루고 있던 수직적 가치관을 가진 보수층이 잽싸게 신문물이라 할 수 있는 수평적 가치관을 가진 기독교 정신을 접목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모순을 내재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편 지주 중심의 경제적 가치는 상업 중심의 자본주의 가치와 부딪칠 수밖에 없는데 묘하게 한국의 보수는 이 두 가치를 뭉뚱그려 지주계급과 상업계급이 혼재되어 있는 양상이다. 우리 사회에 부동산 광풍이 계속해서 몰아치는 까닭은 이와 같은 자본과 토지의 상호복합적 가치관이 무질서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조선시대 특권층에게만 인정되어 왔던 교육을 모든 국민에게 보급함으로써 종래 피지배층에 속했던 일반 국민들의 의식이 깨어남으로써 보수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반기의 대표적 사례들이 4.16의거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2016년 겨울의 촛불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종래의 보수는 자체적인 모순, 즉 성리학과 기독교의 혼재와 자본주의와 지주주의의 혼재를 통한 힘의 강대함으로 자체 모순을 스스로 억누르고, 아니 드러나도 상대방인 피지배층의 저항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 모순을 위태롭게나마 유지해올 수 있었으나, 지난해의 촛불혁명으로 상징되는 민심의 거대한 저항 앞에 보수가 안고 있던 자체적 모순이 극명하게 표출되며 스스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지도 모르겠다. 억눌려 왔던 반항의 힘이 극대화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종래의 보수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줄 세우기 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줄을 세움으로써 그들은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것이 줄을 통해 서열이 정해지게 되고, 서열이 정해지는 순간, 피지배층은 지배층을 상대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대신 자신들끼리 서열의 순서를 바꾸기 위해 내부투쟁을 벌리게 되고, 그 내부투쟁에 몰두하다 보니 자신들이 통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되어 지배층의 지배가 더욱 공고화되는 모순이 고착화되어 온 것이다. 보수지배층은 이처럼 줄을 세우는 하나의 책략만을 국가정책으로 삼아 모든 사항에 대한 줄 세우는 계획을 세우면 족하고, 이를 실행하는 순간 그들의 목적은 저절로 달성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전국대학수능시험이고, 간헐적으로 학교 내에서 실시되는 전국일제고사이다. 일제고사와 대학수능시험을 통해 전국의 모든 학생들은 초중고 12년 동안 자신의 성적이 서열 어디쯤에 속하는지에 골몰하게 되고, 다른 것을 고려할 여유를 상실하게 된다. 자녀들이 이러한 국가의 줄 세우기 게임을 통해 장차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사회적 신분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눈치 챈 학부형들 역시 자녀들의 전국적 서열을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교육비를 들여 아이들을 들볶게 되고, 아이들의 인격형성이나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관심을 쏟을 정신줄을 놓아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줄 세우기는 성리학에 가치를 둔 보수층이 즐겨 써 온 지배방법이었다. 그런데 이런 수직적 가치관이 수평적 가치관인 기독교 가치관과 접목을 하고서도 제대로 된 본질을 흡수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이익됨만을 좇아 우왕좌왕하다 보니 사회가 혼란을 겪고 있게 되고, 최근 한국 최대교회 중의 하나인 명성교회가 교단총회헌법이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할 수 없도록 금지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속 노회장을 부당하게 갈아치우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목사를 노회장으로 새로 선출하여 편법적 방법을 통해 교회세습을 번개처럼 해치워 버리는 후안무치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지배층뿐만 아니라 종교지배층마저 가치 혼돈 속에서 자신들의 지배올로기 강조에 몰두하다 보니 보수의 진정한 가치가 실종되는 보다 큰 본질에 부딪히게 되고, 이는 결국 반작용으로 저항이 일어나는 사회구조가 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들에 대한 전국수능시험과 일제고사를 통한 줄 세우기 못지않게, 교사들에 대해서도 줄 세우기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 30만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의 교사들에 대해 “교원성과급”이라는 줄 세우기 정책을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자칭 주장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행한 후 지난 9년 동안 더욱 공고화되고 세밀화되면서 전국의 교사들 역시 학생들처럼 줄 세우기 게임에 핀 하나가 되어 버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22일 기본급의 400%에 해당하는 특별상여금(상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기본급이 300만원인 직원이라면 1200만원을 특별상여금으로 받게 되고, 이는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기본급을 기준으로 400%의 특별상여금을 공평하게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교원성과급은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S등급은 약 350만 원 가량, A등급은 약 300만 원 가량, B등급은 약 250만 원 가량을 받는다. 결국 평균하면 300만 원 정도인 것을, 예전에는 그렇게 전국의 모든 교사가 평균적으로 300만 원 가량을 동일하게 받아 왔던 것을 갑자기 교원성과급제도라는 새로운 줄 세우기 게임을 실시하면서 30%로부터 50만 원 가량을 빼앗아, 다른 30%에게 추가하여 지급하는 정책으로 등급제도로 바꾸면서, 전국의 30만 가량의 교사들을 줄 세워버린 것이다.

조삼모사라는 말이 있다. 송나라 저공(狙公)이라는 이가 원숭이를 기르면서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도토리를 세 개 주고 저녁에 네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아침에 네 개 주고 저녁에 세 개 주겠다고 바꾸자 원숭이들이 좋아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결국 원숭이가 하루에 받게 되는 도토리는 일곱 개로 같은데도 아침에 네 개 준다니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원숭이들이 좋아했다는 고사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사자성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교사들은 단돈 50만 원의 차등지급을 통해 전국 교사를 줄 세우는 것에 대해 대부분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더 받게 되는 50만 원이라는 돈보다는 자신의 평가가 B등급으로 낮게 평가되는 그 차등이 싫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교원평가제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원숭이꼴이 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교사평가제에서 S등급을 받는 이들이 거의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등급화해 평가하기가 난해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무부장, 연구부장 같은 보직을 맡은 교사와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들의 업무과중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그들을 S등급이라는 우수교사로 선정하고, 보직을 맡지 않거나 담임을 맡지 않은 교사나 보건교사나 체육교사처럼 특수학과를 맡은 교사들은 아예 B등급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사로서의 우수성은 학교에서 어떤 보직을 맡고 있느냐에 의해 평가될 사항은 아니다. 어떻게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인격적 감화를 통해 좋은 인성의 제자들을 훈육하느냐가 교사의 우수성의 기준이라 할 것인데, 이러한 점은 교원평가제에서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은 교원평가제를 통해 모든 교사를 줄 세울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체제에 순응하는 교사들을 승진대상자로 애호(?)하는 모순을 반복하게 되고, 이렇게 승진한 교장, 교감은 역시 같은 방식으로 교사를 옥죄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는 그 마음에 따뜻함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사랑하고 하늘을 경애하는 경천애인의 품격이 있어야 한다. 보직교사나 담임교사는 보직수당 등이 별도로 지급되고 있다. 그들의 보직에 대한 감사는 그러한 수당으로 충당된다. 물론 그 수당이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보직수당이라는 별도의 수당 항목이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족하다고 보는 것이 현행 법제상 타당한 해석이다. 따라서 보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또 다시 우수등급을 받아 교사를 편가르기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촛불혁명이 추구하는 가치는 그동안 보수가 안고 있었던 수직적 가치관이 빚어낸 모순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적인 진보적 가치관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진보적 가치관이 안고 있는 오류는 예방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급진적이거나 기존 체제를 전면적 부정하는 방식은 배제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점진적이고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사회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한국사회를 순간에 전면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사회의 모든 적폐의 첫 출발에 교육이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교육이 바로 서지 않고서는 사회 변혁, 올바른 가치관, 즉 진보와 보수가 적절히 융합된 합리적 인간이 창조될 수 없다. 그런데 교육은 너무나 많은 시간을 요한다. 대학까지 치자면 무려 16년이라는, 한 인간의 거의 모든 인격 형성의 전 기간이 걸리는 문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이 줄 세우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흔아홉 가지를 잘 하는 학생을 단 한 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바보라고 배제하려 하고, 경쟁에서 낙오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세상을 제법 살다 보니 모든 분야의 정점은 모두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화가를 어찌 음악가가 따라갈 수 있으며, 음악가를 어찌 화가가 따라갈 수 있겠는가? 화가는 화가의 길을, 음악가는 음악가의 길을 가면 그것으로 행복한 것이다. 줄 세우기가 최고의 가치인 양 전국의 학생을 줄 세우는 대입수능시험이나 전국의 교사들을 줄 세우는 교원평가제 같은 잘못된 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촛불혁명은 보수의 줄 세우기가 잘못된 것임을 고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단 돈 50만 원으로 전국의 교사를 줄 세우고, 그것도 제대로 된 교육자로서의 품격과 능력이 아닌 보직을 맡았는가, 담임을 맡았는가 등의 구조적 직분의 문제로 대부분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은 비극을 넘어 희극이다. 물론 모든 조직이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가가 필수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같이 연말 특별상여금으로 400%를 주는 것도 아니며서, 겨우 1년에 단돈 50만 원의 차등으로 교사의 인격을 모욕하고, 평가라는 줄 세우기 방법을 통해 은연 중 복종을 강제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 부당한 지배이데올로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가 건강하지 않으면 학교가 건강할 수 없고, 학생이 건강할 수 없고, 가정이 건강할 수 없으며, 사회가 건강할 수 없다. 교권이 교권답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교사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교육부를 중심으로 한 정책당국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한 번 시행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품격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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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호 2017-12-08 17:44:25
교원성과급과 일제고사는 한 통속.
오시영 교수의 두 번째 칼럼
http://m.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202#_enliple

macmaca 2017-12-08 12:25:28
한국인은 행정법상 모두 유교도임. 가족관계의 등록등에 관한 법률 제 44조 제2항 및 제 71조 제 3호에 의해 그렇습니다

http://blog.daum.net/macmaca/2179


세계사의 正史 개념으로 보면, 제자백가이후,漢나라때 국교로 성립된 유교는,이후 동아시아의 주요이념으로 세계종교화.

http://blog.daum.net/macmaca/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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