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0)- 튤립과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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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0)- 튤립과 비트코인
  • 강신업
  • 승인 2017.12.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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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투기의 역사는 길고도 질기다. 17세기 초 네덜란드 귀족 부인들은 취미로 튤립 꽃을 모았다. 남자들이 부인들의 환심을 사고자 튤립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튤립 가격이 점점 오르더니 하루 밤 자고 나면 값이 두 배로 뛰었다. 꽃이 아니 뿌리까지 튤립으로 취급되자 너도 나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 튤립 구근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튤립의 구근은 부의 척도가 되었고 전 국민의 투기수단이 되었다. 심지어 튤립 1개 가격이 황소 100마리의 가격과 맞먹었다. 그러나 투기의 종말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어느 귀족이 산 튤립 구근이 소포로 배달되었는데 귀족의 요리사가 양파인 줄 알고 요리를 해서 먹어 버렸던 것이다. 한 순간에 집 몇 채 값이 날아갔고 이어 재판이 벌어졌다. 그런데 재판관은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순식간에 튤립 구근은 원래의 가격으로 곤두박질쳤다.

요즘 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더 가상화폐 비트코인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원인이 되어 탄생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그동안 조금씩 세를 불리더니 드디어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튤립이 된 것이다. 비트코인은 주식과 달리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원하는 때 아무 때나 사고 팔 수 있다. 주식과 달리 상하한선도 없고 서킷 브레이크도 없는데다 급등락(急騰落)이 심해 투자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갈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좀비들은 매일 밤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잠들었다가 수시로 눈을 떠서 시세를 확인한다. 심지어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면서도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사무실에서도 컴퓨터에 창을 띄워놓고 2∼3분에 한 번꼴로 시세표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특히 1000원 단위의 작은 돈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까지 공부를 제쳐놓고 온종일 가상화폐 투자에 매달린다. 이 틈을 놓칠세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지하철 요금이나 컵라면 값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광고에 열을 올린다. 대학가에는 가상화폐 투자 동아리와 단체 채팅방이 생겨나고 있다.

이쯤 되면 투자가 아니고 투기를 넘어 광기다. 그저 ‘돈놓고 돈먹기’식 도박에 빠진 것이다. 이들 광기의 투기꾼들에게 ‘가격급등락에 따른 손실은 투자자 본인에 귀속된다’는 등의 가상화폐 투자 위험성에 대한 말 따위는 이미 귀에 들리지 않는다. 또 ‘해킹이나 암호키(Private Key) 유실로 가상통화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도 다만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그들은 비트코인이야 말로 황금 노다지라고 굳게 믿는다. 물론 그들의 기대처럼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낙관론자들의 견해처럼 가상화폐가 미래의 거래수단이 되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가 아닌 투기로 돈을 벌려는 데 있다. 대개의 경우 투기는 단순히 돈을 잃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잃고 생활을 잃고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한다. 투기나 도박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성실한 삶을 파괴한다는 데 있다. 투기나 도박으로 일시에 많은 돈을 벌어본 사람들은 직장에서 얻는 월급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 그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 아니 전문 도박꾼으로 나서게 된다. 그러나 이는 곧 파멸의 시작이다. 투자가 아닌 투기는 결국 언젠가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더 무서운 것은 투기는 중독성(中毒性)이 너무나 강해서 손해를 보면서도, 손해를 볼 것이 분명한 데도 끝장이 날 때까지 거기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단언하건대 투기에 빠진 사람은 반드시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 특히 작은 돈을 벌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학업을 등한시 하고, 소중한 직장과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영국 속담에 “주사위를 가장 잘 던지는 방법은 그것을 아주 던져 없애버리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투기에서 손을 떼는 것이야 말로 투기에서 영원히 승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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