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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법학자 이시윤의 소송야사(訴訟野史) 10 / 변호사의 3가지 유형- 투사형, 요건사실형, 지극정성형
이시윤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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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7  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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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윤 대륙아주 고문변호사
전 감사원장, 전 헌법재판관

독일 변호사법에서는 변호사를 사법(司法)기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변호사직의 공익성 때문에 변호사 보수는 법정화 되어 있다. 계약자유의 원칙의 적용이 없다. 다분히 선비형을 지향한다. 이에 반하여 영미법계에서는 집단소송은 별론으로 하고 그 보수에 관하여 법적 통제 없이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한다. 우리나라는 대륙법계와 영미법계의 절충형 비슷하게 변호사 보수에 관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을 따르되 판례상 지나친 보수는 신의칙(信義則)에 의한 규제를 받게 한다. 그러므로 변호사업으로 큰돈을 벌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것으로 큰돈을 쥔 사람은 주로 부동산 등 재테크 부업으로 승부한 변호사이다. 여기에서 재력가 변호사는 논외로 보고, 다음 세 가지 유형의 각 대표격이라 할 세 인물의 면모를 살펴본다.

다만 놀라운 경제성장과 글로벌 세계로 진입함에 따라 공정위의 벌과금 사건, 세무소송, 재벌가 상속사건, 집단소송과 국제중재, 국제특허사건 등에서 월가(Wall Street)형의 재력가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1. 투사형의 용태영 변호사
 

   
▲ 용태영 변호사

용태영 변호사라는 분은 ‘태풍의 눈’이라는 평가를 법조계에서 받았다. 그는 고등고시 8회 사법과 합격자로서 고향인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시보로 수습을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용 시보로 적지 않은 일화를 남겼다고 한다. 그 하나는 ‘검사 시보가 경상북도 경찰국장(지금은 경찰청장)을 수사한다고 불러서 호통을 치며 무릎까지 꿇게 하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재조생활은 한 일이 없어 변호사로 일관하였는데 그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별도의 수도변호사회를 창립하여 회장을 맡기도 하였고, 말년에는 법조원로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아 법조원로들이 발언권을 갖도록 시도하기도 했다. 요사이말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로 그룹 내지는 나라를 세워 ‘화려한 세상을 꿈꾼다’는 뜻의 화세(華世)라는 아호를 쓰면서, 자신이 용 총재, 예하(隸下)라고 불리는 것을 즐겼다. 특별보좌관도 두는 등 호쾌한 삶이었다.

그러한 그가 큰 기획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 탄생일은 공휴일인데 석가 탄생의 석탄일은 공휴일로 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상 금지한 종교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여 소송을 냈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따로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소송의 방식으로 주위적 청구: 석탄일에 공휴권이 있다는 확인청구를, 예비적 청구: 성탄절 공휴 무효확인의 청구를 하는 희한한 형태의 병합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사건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특별부 재판장 김기홍 부장판사는 본안판결의 처리가 난처했는지, 행정소송인 이상 그 제기에 앞서 행정심판절차를 거쳐야 했음에도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소를 부적법 각하하였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당시는 심판전치주의가 있었는데, 이를 잘 이용한 셈(?)이다. 비록 소송은 각하 판결로 끝났지만 이 사건은 엄청난 정치적‧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종교의 차별이라는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다. 결국 정부는 이에 손을 들고 음력 4월 8일 석탄일을 12월 25일 성탄절처럼 공휴일로 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와 같이 석탄일의 국정 공휴일화는 용태영 변호사의 소송을 통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여 불교계는 용 변호사를 잊을 수 없는 공로자로 두고두고 기념비적인 평가를 하는것으로 알고 있다. 법적으로는 패소판결이나 사실상 승소판결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착안점이 발군이었다.

이분은 이러한 공익소송에 재미를 붙여 그 여세를 몰아 우리 국조인 단군은 일연의 삼국유사에서 거론되는 신화 속 인물에 불과하고 실존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부 국사학자를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고 보았다. 그리하여 이들 사학자들을 상대로 ‘단군이 실존인물임을 확인한다’는 확인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고증해 줄 대만 사학자를 전문가 증인으로 세우고자 하는 등 열의 있는 소송수행을 하였다. 그러나 이는 누가 보아도 역사적인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직접적인 소송이었기 때문에 확인의 소의 대상적격이 없다고 하여 바로 부적법 각하되었다. 법률적 쟁송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석탄일 사건과 같은 파장 없이 조용히 끝났다.

최근에 서울대 총동창회에서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을 받은 고 조영래 변호사도 투사형 변호사였다. 그는 법정 투쟁을 통해 망원동 수해사건에서 한국형 집단소송의 모델을 새로 구축하였는가 하면, 전두환 시대에 국제그룹을 공중분해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선언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그는 온건하게 접근하는 마일드(mild)한 투사형 변호사였다. 반면 용태영 변호사는 박진감 있는 와일드(wild)한 편의 투사형 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

2. 요건사실형의 김남이 변호사
 

   
▲ 김남이 변호사

소장의 청구취지에는 원고가 바라는 법원 판결을 적게 되어 있고, 청구원인에서는 원고주장의 권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누구 사이에 생긴 내용의 것인가 하는 발생원인 사실을 밝혀야 한다. 원고가 권리근거규정에 기하여 권리주장을 하면 그 규정의 요건사실을 주장할 것이다. 권리근거규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된 것은 물권적 청구권, 계약, 부당이득, 불법행위 등의 민상법 규정으로 각 그 규정에 맞추어 요건사실을 밝힐 것이다. 청구원인은 소가가 고액이어서 피고의 적극적인 방어가 예상되는 사건이면 별론이겠지만 길게 복잡하게 쓸 필요가 없다. 낫과 망치가 생산도구였던 우마차 시대에는 소장이 장황하여도 사건 수가 적어 여유를 갖고 읽을 수가 있었지만 제2차‧제3차의 산업혁명을 거쳐 AI, 로봇, IOT의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드는 이 스피드 시대에는 이 상황에 걸맞게,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FRCP) 제8조(a)에 규정한 바와 같이 간단하고 명확한 진술(short and plain statement)이 적절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범을 보인 김남이 변호사를 적는다. 이분은 대단한 재조 법조경력이 있었던 사람도 아니고 특징이라면 풍모가 영국신사처럼 보타이(bow tie)를 매는 등 단정한 변호사 분인데, 이분이 내는 소장의 청구원인에는 원고주장의 권리발생원인사실을 권리근거규정의 요건사실에 맞추어 간단하게 적으면서도 그 요건사실 중에는 빠뜨린 것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분이 내는 소장은 많아야 두 페이지, 보통은 한 페이지 이내였다. 그러므로 법관 사이에서 이분이 변호사로서 인기가 대단하였다. 이분이 고령으로 이제 복잡한 서울을 떠나 조용한 제주에서 변호사 일을 계속한다고 하며 소박하게 인생을 정리한 것도 변호사 업무 스타일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였다.

D변호사는 이 분과 비슷한 형의 변호사로 한때 인천에서 소위 ‘실비사건’(졸저 민사소송법입문 114쪽 이하)으로 유명했지만, 권리발생의 요건사실 중심으로 간결하게 소장과 답변서를 작성하여 법관들을 탄복하게 하였다고 한다. 인천 지방에서 동시에 300~400여 건을 수임하였지만 어렵지 않게 사건 소화를 하였다고 한다. 경기고-서울법대-사법시험 수석으로 일관한 수재이다.

3. 지극정성형 허규 변호사
 

   
▲ 허규 변호사

고법 부장판사로서 앞날이 창창하던 유능한 법관이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나서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런 분이 변호사를 하면서 소장은 최소한 A4 용지 30~40페이지, 준비서면 50~60페이지, 증인신문사항이 100항목이 넘어서는 것은 보통이었다. 법관들은 이분을 매우 존경하면서도 동시에 ‘선배님, 제발 우리 좀 살려주는 의미에서 서면을 좀 줄여 달라’고 하는 등 애소(?)의 대상이었다. 요건사실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사실 즉, 간접사실을 잔뜩 나열하여 법관의 심증을 자기편으로 유도함에 열을 올린 분이시기도 하다. 사택에서 당사자와 철야로 대면하며 너무 열심히 변호사 일을 하여 건강을 해친 탓인지 요즘 기준으로는 일찍 요절하신 편이다.

그분 집 앞에 Y대 총장을 지낸 Y교수의 말을 빌리면 허 변호사는 교수인 자기 집보다 항상 더 밤늦도록 불을 켜 놓고 있었다고 회고하였다. 그렇듯 위임당사자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초월하여 혼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기 때문에 당사자가 패소하더라도 변호사를 원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고 장황하게 서면을 작성하면 사건 의뢰인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법관은 싫어하는 법이다. 그리하여 2017년 개정 민사소송규칙 제69의4로 제출 서면의 30쪽 제한제도가 나오게 되었다.

미국 법정을 견학하였을 때에 법대에 판사가 타이머를 놓고 분초를 재면서 변론 시간을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았다. 장황하게 오버타임을 하면 ‘당신이 과연 공무담당자(public officer), 즉 사법협력자인가’ 하고 호통도 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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