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정쟁대상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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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 정쟁대상 안된다
  • 이상연
  • 승인 2004.10.26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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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동안 수도 이전을 두고 계속돼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은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자명(自明)한 불문(不文)의 관습헌법 사항을 헌법 개정 절차를 따르지 않고 법률의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어서 헌법 개정에서 국민이 갖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을 침해했으므로 위헌"이라고 밝혔다. 또 헌재는 "국가의 정치 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실질적 헌법사항"이라면서 "헌법에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분의 조항이 존재하지 않으나 서울은 사전적 의미로 바로 '수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조선시대 이래 600여년간 오랜 전통에 의해 형성된 계속적 관행이고, 이런 관행은 변함없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으며, 이미 국민들의 승인과 컨센서스를 얻고 있는 국가 생활의 기본사항"이라고 밝혔다.

수도 이전 계획은 애당초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진 무리수였다. 5년 임기 정권이 600년 수도를 옮기는 대역사(大役事)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음이 헌재 결정을 통해 확인됐다. 국가자원을 수도 이전에 총동원했을 때의 비경제와 비능률에 대한 검토가 미흡한 가운데 충청권 표를 겨냥해 내놓은 대선 공약이었고, 총선에 이어 다음 대선에서도 활용하려던 '정치적 카드'의 성격을 부인할 수 있다. 수도권 비대화도 문제지만 그런 식의 수도 이전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 다수가 수도 이전에 반대한 것도 '정치적 무리수'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라고 봐야 한다. 헌재 결정은 국회 다수의석을 무기로 헌법정신이나 헌법제정 목적에 어긋나는 법률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로 읽어야 한다.

그런데도 헌재의 결정을 놓고 여야는 법리공방을 펼치고 있어 또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여야의 공방은 헌재가 위헌결정의 주요한 근거로 내세운 '관습헌법' 논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열린우리당은 △관습헌법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헌재는 관습헌법을 해석할 권한이 없고 △성문헌법의 절차에 따라 관습헌법을 개정하라는 헌재의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성문법 체계의 국가에서도 불문법이 인정되고, 불문법도 헌재의 판단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관습법도 법으로 인정되므로 이에 반하는 법률이라면 당연히 헌재의 판단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불문법이 성문법보다 상위 개념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일을 더 이상 왈가왈부(曰可曰否)할 때는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3개월여 만에 위헌 결정을 한 것은 소모적인 정치공방과 국론 분열을 오래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탄핵 때의 헌재의 결정이 최종적인 것이었듯이 이번 헌재의 결정도 최종적인 것이고 헌법적인 명령이다. 대통령부터 중심을 잡고 민심을 안돈(安頓) 시켜야 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먼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사를 당파적 이기주의로 결정해온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이 우선이다. 이제는 수도 이전 얘기까지 나오게 된 수도권의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를 균형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으고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이전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 없는가를 연구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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