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57 / ‘감정평가업자의 보수에 관한 기준’ 논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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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57 / ‘감정평가업자의 보수에 관한 기준’ 논의2
  • 이용훈
  • 승인 2017.12.01 16: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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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전문자격자 중 수수료하한제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곳. 요즘 보수기준 폐지논의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감정평가업계다. 모난 놈 돌 맞는 식은 아니겠고, 이곳만 견고한 가격규제의 틀로 하한수수료를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오해할 문장이므로 첨언하면, 하한수수료가 반드시 최소원가 이상인 것은 아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2011년 밝힌 최소수수료에 해당하는 감정평가서의 원가수준이 적용기준에 따라 114만 원-169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현행 감정평가 최소수수료는 20만 원에 불과하다.

감정평가서에 적용되는 보수기준은 가격규제 중 고정가격제로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이 보수기준을 고시하므로 가장 강력한 가격규제인 ‘가격고시제’의 형태를 띠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기준가격에서 상, 하한의 폭을 정하고 있으므로 ‘가격상하한제’의 성격도 있다. 상, 하한의 폭은 얼마 전 10%에서 20%로 확대됐다. 이렇다보니, 수요자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공급자와 협상의 여지를 봉쇄한 종가제는 상품 및 서비스시장에 어울리지 않는다. 상품 구매에선 회사 직원가라든지 특정카드할인가 등이 존재하고 서비스시장에선 에누리라는 게 공공연하다. 경제학적으로 ‘소비자후생감소’와 ‘서비스품질 저하’를 지적받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의 후생이 감소한다는 것은 시장 균형가격 이상으로 수수료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즉, 수수료하한제가 없었다면 정상적인 공급자 경쟁으로 소비자가 지출해야 할 감정평가 수수료가 지금보다는 경감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비스품질 저하는 경쟁 무풍지대에서는 공급자의 혁신을 기대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우수한 공급자를 출현시킬 유인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일단, 서비스품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두꺼운 보고서, 잘 쓴 보고서, 그리고 친절한 설명과 응대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 간 부실한 보고서를 탓하는 목소리를 거의 접해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소비자에게는 원하는 숫자가 적힌 정식 감정평가서가 필요하다. 각종 법률에서 감정평가서에 적힌 ‘감정평가금액’을 적정시가, 적정보상가액, 적정 매각가격, 공정가액으로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산업계에서 말하는 혁신 요구가 서비스품질 제고라면, 정확한 감정평가액 외에 감정평가업계를 독려할 만한 내용은 그리 없다.

따라서 보수기준 폐지에 반박하기 위해서는, 공급이 많아지고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시장이 탄력적으로 작용하지 못해 소비자가 입는 후생감소를 대체할 만한 카드가 필요하다. 보수기준 폐지 주장은 공급자 측의 후생감소의 폐해를 크게 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업계에서는 사회적 후생 감소에 ‘외부불경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을 우선 내세운다. 감정평가액의 신뢰성이 허물어지는 최악의 상황에서 감정평가업계가 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의 심각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반박논리를 내세울 것은 자명하다. 감정평가업계가 일탈하지 않도록 최저수수료 보장의 당근을 왜 쥐어줘야 하냐는 지적이다. 현행 보수기준이 그동안 부실 감정평가를 제어할 장치로서 역할을 하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그런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서의 심사나 검토 그리고 강력한 징계 등의 규제책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감정평가 업무의 유형에 따라 입김을 넣고자 하는 이해관계인이 너무 많다는 사실은 생각해 봄직하다.

감정평가서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상반된 이해 당사자가 그렇게 많다. 보상평가에서는 사업시행자와 피수용자, 담보평가에서는 금융기관과 채무자, 조세평가에서는 과세당국과 납세자, 재무보고목적 평가에서는 기업과 주주, 정비사업 평가에서는 조합과 현금청산자 등이 그들이다. 감정평가업자가 이들 중 어느 누구와도 보수를 협의할 수 없다면, 수수료를 매개로 한 감정평가 의뢰자의 압력 행사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부실 평가는 주로 특정 이해당사자에게 편향된 감정평가를 가리킨다고 볼 때, 현행 보수기준은 감정평가업계가 의뢰자의 횡포를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가림 막 역할은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제도와 규제는 드러난 폐해로 인한 후속대책이기도 하지만, 현실화되지 않은 후폭풍의 방지책이기도 한다. 사회적 후생을 논할진대, 보수기준이 수요자의 후생만 감소시켰다고 주장만 할 게 아니라, 부실평가로 인한 외부불경제가 의뢰인을 제외한 대다수의 소비자 후생을 심각하게 감소시키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음도 고려해봐야 한다.

특수한 산업인 감정평가업계에서 감정평가사의 직무윤리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제도적 장치다. 현행 보수기준이 폐지되고 수수료 자율화의 길로 나아가 착수금과 성공보수 시스템으로 전환될 때 벌어질 난장판은 상상하기 두렵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아닌 전문 자격자에게 보호대를 착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모양새가 궁색해보이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위기감이 조금이라도 노출되었으면 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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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랑 2017-12-09 22:20:03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얼마나 중요한데..
가격이 엉망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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