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39)- 노인과 사회
강신업  |  desk@lec.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2.01  11:21:17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어부 산티아고는 멕시코 만류에서 홀로 조각배를 띄우고 고기잡이를 하며 살고 있다. 그는 매일 바다에 나가지만 벌써 84일 째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날도 여전히 그는 조각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그는 먼 바다로 나가 악전고투 끝에 꿈에 그리던 대어를 낚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작살에 찔린 고기의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든 상어 떼가 배에 매달린 청새치를 공격한다. 그렇게 몇 번에 걸친 상어의 공격을 받은 후 대어는 앙상한 뼈만 남는다. 그렇게 노인은 항구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 ‘아프리카 사자’의 꿈을 꾼다.

『노인과 바다』는 우리 삶의 압축적 형상이다. 헤밍웨이는 노인 산티아고와 소년 마놀린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꿈과 좌절을 노래하고 있다. 노인은 젊은 날 먼 바다에 나가 큰 고기를 잡은 일이 있으며 87일간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으며 일생을 사는 동안 소년처럼 눈부시게 젊었던 산티아고는 어느덧 노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원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마련되어 있지 않아... 목숨을 빼앗길 순 있지만 패배하는 일은 없는 거야”라는 노인의 말은 늙는다는 것이 결코 인간을 굴복시킬 수 없음을, 죽는다는 것조차 자연에 순응하는 것일 뿐 패배하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 보여준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에서 보여준 노인의 삶은 어디까지나 능동적이고 의지적이다. 그러나 2017년 대한민국으로 눈을 돌리면 노인의 삶은 영 그렇지가 못하다. 많은 노인들이 구석으로 내몰린 채 노인 3고(三苦)라고 하는 빈곤· 질병 · 고독으로 고통 받고 있다. 2014년 기준 대한민국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12.6%)의 4배에 달하고,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55.5명으로 OECD 평균(18.8명)의 3배에 이른다.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어쩌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의 노인의 삶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무엇보다 부모 봉양에 자식 부양하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설계를 하지 못한 채 그야말로 ‘어쩌다 노인’이 되고 말았기 때문일 것이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노인인구가 너무 빨리 증가한데 비해 공적 연금이나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유를 따져본들 그것이 노인의 비극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고 중요한 것은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먼저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인 요구에 기초한 복지정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우선 극빈층 노인들에게 생계원조를 해야 하고 노인의 소득 보장을 위한 연금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복지사회의 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는 최저생활과 기회균등은 노인에게 일차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노인을 우대하고 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문화를 발전·정착시켜야 한다. 노인을 이해하고 노인의 지혜·경험을 전수하는 세대 공동체 교육을 실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노인과 바다』에서의 노인은 소년 마놀린의 미래다. 마놀린은 84일째 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노인을 위해 커피를 타주는 등 그를 변함없이 위로하고 응원한다. 우리 삶에서의 노인과 소년도 이와 같아야 한다. 어쩌면 노인이 필사적으로 큰 고기를 잡으려 했던 것도 소년 마놀린에게 꿈과 용기를 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노인의 용기는 소년에게 이어지고 또 소년은 노인이 된다. 인간의 삶은 그렇게 반복되고 또 이어진다.

우리는 노인문제가 비단 지금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이 드는 일은 절대적으로 평등한 것이다. 몸이 약해지고 병에 걸리고 죽음을 피부로 느끼며 마침내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는 일은 모두 인간에게 지극히 실존적이고 지극히 공동체적인 일들이다. 우리 누구도 그 숙명의 궤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늙었다는 이유로 우리 보다 먼저 산 이들을 폄훼하고 경멸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 산티아고와 소년 마놀린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주고받는다. 때문에 그들은 진정 행복하다. 우리 대한민국의 노인들도 이와 같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래야 마땅하지 않을까? 

강신업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최근인기기사
법률저널 인기검색어
댓글 많은 기사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법률저널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2001~2013 LEC.co.kr. All rights reserved.
제호: 법률저널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상연  |  발행인: (주)법률저널 이향준  |  편집인: 이상연  |  등록번호: 서울, 아03999  |  발행일: 1998년 5월 11일  |  등록일: 2015년 11월 26일
주소 : 서울시 관악구 복은4길 50 법률저널 (우)151-856  |  영문주소 : 50, Bogeun 4-gil, Gwanak-gu, Seoul  |  Tel : 02-874-1144  |  Fax : 02-876-4312  |  E-mail :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