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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김정은, 미래를 쏘아올리다.
신희섭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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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1  1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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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 전임 

2017년 11월 29일 새벽 3시 한 개의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당일 북한 조선 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화성-15형 미사일발사가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그리고 11월 29일을 “국가핵무력 완성”한 날로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북한은 화성-15형 미사일을 고각 발사하여 고도 4,500km이상 올렸고 비행거리 960km로 미사일을 날렸다.

지난 9월 15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3,700km짜리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75일 동안 잠잠했던 북한이 다시 미사일발사로 도발을 재개한 것이다. 그와 함께 북한관련 낙관적 기대와 추측은 모두 깨어졌다. 먼저 트럼프대통령의 방한과 3개 항공모함 전단의 동시군사훈련이 있는 동안 북한이 잠잠해있었기에 2017년 계속 이어졌던 북미 간의 긴장국면이 대화국면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했던 기대가 여지없이 깨졌다.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의 특사를 만나지 않아 시 주석을 모욕 한 상황에서 과연 김정은이 호기롭게 추가 도발을 이어갈 것인가의 추측도 깨졌다. 지난 2008년 테러지원국명단의 해제와 함께 냉각탑을 폭파시켰던 그 기억도 2017년 1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과 이번 미사일 발사로 유리파편처럼 깨져버렸다.

북한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미사일에 담아 하늘로 날렸다. 트럼프대통령의 중국방문. 시주석의 전례 없는 환대. 미중관계 밀착. 북한 제재 강화. 미국의 테러지원국재지정. 일련의 사건들 뒤로 북한은 추위가 빨리 온 겨울 추위 속에서 다시 불꽃 퍼레이드를 시작하였다.

기술적인 결함이 노출될 수 있는 겨울철 미사일 발사. 중국특사의 허망한 귀국 뒤 국제사회 주목 속 미사일 발사 결심. 9월 달에 미사일발사 평가로 인한 기술적인 망신에 대한 부담들. 동계 올림픽에 세계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제재가능성. 이러한 비우호적인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다시 미사일 카드를 쥐었다. 그것도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로 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급의 미사일을. 게다가 고체연료를 사용하여 위협을 충분히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지금 시점에서 김정은이 왜 다시 도발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게임이론처럼 미국의 테러지원국재지정과 관련하여 강경대응방침을 고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8년 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 수립 7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능력을 통한 업적 달성을 홍보하기 위한 마지막 실험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또한 북한 내부의 엘리트들의 동요와 관련하여 김정은이 겁쟁이가 아니며 여전히 내부 통제를 할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게다가 동계 올림픽을 치루는 남한 소식에 대한 사전적인 입단속용으로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고 선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사일발사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북한이 “왜 발사했을까?”는 아니었다. “왜 지금 도발을 다시 재개했을까?”가 아니라 “이런 도발을 자체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의미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하는 점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 동시에 날린 것은 무엇일까?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가지는 의미는 지난 미사일발사와 다르다. 11월 이른 추위처럼 북한은 스스로 겨울을 재촉한 것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에서 주목할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북한이 지금까지 걸어온 경로를 벗어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합리적 계산을 넘어선 심리가 북한 정책 결정의 핵심에 있다는 것이다.

먼저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지정과 중국의 특사 파견이후 즉각적으로 미사일 발사로 대응을 했다. 화성 14형 미사일을 개량하여 사거리를 늘린 것으로 보이는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확실히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 발사높이를 높이고 비행거리를 줄여가면서 까지 엄청난 비용의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중국의 제재가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과 겨울철 식량과 에너지 수급이 절실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북한의 이번 결정은 주변 정황을 깡그리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 자체에 대한 강력한 집착.

북한이 자전거라면 이 자전거는 그저 페달을 돌리기 위해 앞으로 굴러가는 것이다. 굴러가기 위해 페달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확보할 수 있는 미사일 개수가 중국의 북한에 대한 보호보다 중요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있다. 기호지세(騎虎之勢)상황이다. 떨어지면 죽는다.

브레이크를 떼어버린 자동차처럼 달리는 북한이라는 열차는 합리성이 아닌 심리가 기관사이다. 약소국이 강대국을 상대할 때 약소국은 객관적인 요건인 힘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결정한다. 그래서 약소국은 일반적으로 강대국 요구에 굴복하거나 타협한다. 그러나 약소국이 강대국과 대적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힘의 객관적 계산은 부차적이 된다. 부족한 힘을 넘어서는 과도한 용기가 필요하다. 때로는 자신이 미쳤다는 인식을 강대국에게 심어주어야 할 수도 있다. 객관적인 능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자극하고 고양시켜야 한다. 그래야 일말의 승기라도 잡을 수 있다.

이런 절박함이 있을 때 강대국의 아주 작은 실수가 약소국 자신에게는 유리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절박함이 절실함으로 바뀔 때, 기대는 손에 잡힐 수 있는 현실이 될 것처럼 느껴진다. 기대감이 투영된 미래. 이것은 약자에게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아편이다. 취하고 또 취하면 일말의 기대는 현실처럼 아른거린다. 두려움이 희망을 고문하는 것이다.

노동신문의 사진 속에서 새벽 미사일 발사 성공을 지켜보며 환호하는 김정은을 보았다. 두려움이 없는 순전한 기쁨의 표정. 그 속에 브레이크 없는 북한 체제가 보였다. 그리고 미사일과 함께 날아가 버리는 북한 체제의 미래도 보였다. 어둠속에서, 김정은은 단지 미사일만 발사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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