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 前 대사, 유엔 내 인권 이슈 및 북한 인권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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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前 대사, 유엔 내 인권 이슈 및 북한 인권 강의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11.30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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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차원 인권 논의 한계 갖는 이유는...
“국제적 활약하는 한국법률가 더 많아져야”
국제 사회, 북한 인권 어떻게 다루고 있나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지난 29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UN 차원에서 논의되는 인권이슈의 현실과 한계’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의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37년 간의 외교 경험을 가진 최 전 대사로부터 현재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인권 이슈에 대해 듣고 UN 차원 대응의 한계 등을 짚어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와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전문 외교관 출신 최석영 전 대사는 FTA 교섭대표, UNHCR 집행이사회 의장, WTO 서비스무역이사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유엔에서의 인권 이슈
 

▲ 최석영 전 주제네바 대사 / 사진 김주미 기자

유엔 헌장 제1조는 ‘유엔의 목적’을 규정하면서 제3항에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또는 인도적 성격의 국제 문제를 해결하고 또한 인종·성별·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협력을 달성한다’고 하고 있다.

이어 제2조에서는 구체적인 행동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데, 제7항에서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본질상 어떤 국가의 국내 관할권 안에 있는 사항에 간섭할 권한을 유엔에 부여하지 아니하며 또는 그러한 사항을 이 헌장에 의한 해결에 맡기도록 회원국에 요구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즉 유엔헌장은 제1조에서 보편적 이념으로서의 인권에 따른 유엔의 목적을 선언하면서도, 제2조 제7항에서는 마치 인권이 어느 국가가 갖는 주권의 하위 개념인 듯한 양보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석영 전 대사는 “유엔 헌장이 보이고 있는 모순적 태도로 미루어 알 수 있듯 유엔이 갖는 기능과 역할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내 인권 이슈의 중요도는 그간 차츰 높아져 왔다고 평할 수 있는데, 특히 2006년 3월에 발표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보고서는 같은 해 유엔 인권이사회 창설의 모멘텀이 됐다.

인권이사회는 그 전신인 인권위원회가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소속이었던 것과 달리 총회 산하기관으로 격상, 이는 곧 유엔 내 인권 이슈 중요도의 격상과도 같은 의미다.

여세를 이어받아 2013년 11월에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연설을 통해 “유엔은 모든 것에서 인권 이슈를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국제 인권 논의의 쟁점

최석영 전 대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인권 논의의 쟁점을 크게 7가지로 꼽았다. ▲각 나라의 주권 vs 책임성 ▲각 나라의 문화적 상대성 vs 인권의 보편성 ▲집단적 인권 vs 개인적 인권 ▲국가안보 vs 자유 ▲국제사회에서 NGO의 역할 ▲정치로서의 인권 ▲내전과 같은 ‘치유할 수 없는 권리’의 문제 등이다.

이 중 특히 NGO에 대하여 최 전 대사는 “유엔 인권이사회 논의는 NGO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라며 “이것은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아울러 “이상하게 한국의 전문직들, 소위 말하는 고학력의 유능한 인재들이 국제사회에 진출할 생각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국제사회에서 각 나라의 활약상을 보면 한국은 초라할 지경”이라며 “특히 법을 아는 법률가들이 국제사회에 진출할 때 한국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이기에 로스쿨에서는 국제법을 필수 과목으로 하고, 예비 법조인들의 국제사회 진출을 적극 장려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에서의 북한 인권 이슈

2013년 3월, 제22차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 결의를 통해 북한조사위원회(COI)를 설치했다. 마침 2013년은 북한 인권 논의의 상정을 줄기차게 거부해 왔던 중국과 러시아가 방침상 이사회에서 동시에 빠지게 된 해로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을 비롯한 이사국들이 COI 설치를 밀어붙인 결과다.

이 COI가 발간하고 있는 보고서는 북한 인권에 대하여는 ‘바이블’과 같이 여겨지는 텍스트다. 철저한 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상당히 자세하고 방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COI 보고서는 북한 내 인권침해가 국가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인권침해의 대다수가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개처형, 구금시설내 가혹행위, 강제노동, 연좌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억압, 여행통제,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통제, 강제송환 탈북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면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는 북한에 대하여 △정치·제도의 근본적 개혁 △정치범 수용소 폐쇄 △인도에 반한 범죄자 처벌 △식량권 보장 등을 권고했다.

또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안보리 결의에 의해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 및 책임자를 제재할 것’과 ‘COI 후속조치 담당 조직을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 지도부를 소추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다만 최 전 대사는 위 보고서가 ‘북한당국이 북한 주민을 보호하는데 실패한 만큼 국제사회는 인도에 반하는 죄로부터 북한 주민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의 ‘보호책임(R2P)'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이슈에 대한 각국의 대응 태도

최석영 전 대사에 따르면 현재 북한인권에 대한 대응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 행정부는 2015년 소니사 해킹을 계기로 발동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에서 ‘북한의 심각한 (자국 내) 인권침해 행위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되며 이를 근거로 관련 대북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또한 미 의회는 대북제재 이행법안(H.R.757)을 채택하여 ▲북한주민에게 접근가능한 무제한·무감시·저렴한 대중 통신계획 보고 ▲미 행정부가 인권 침해를 포함한 북한의 제재 대상 행위들 조사 ▲국무장관에게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보고와 인권침해 가해자 명단 및 가해행위 파악 보고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연합(EU)은 북한 인권과 관련해 강력한 문안으로써 인권이사회·유엔총회 결의를 주도하고 EU 자체 대북결의 채택과 함께 북한과의 양자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회에서 결의안에 북한인권 사항을 포함시켜 북한 인권 관련 워크샵 등도 개최하고 있다.

일본 역시 적극적이다. 심지어 일본 내에는 ‘납북자 한 명의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아베의 지지도는 10%씩 올라간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이 때문인지 일본은 인권이사회·유엔총회 결의상에서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고, 납북자 문제에 초점을 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보고서 발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 보츠나와의 경우도 특기할 만하다. 보츠나와는 2014년 2월 북한인권 COI 보고서가 발표되자 북한과 단교를 선언했는데, 인권 문제로 외교단절을 한 것은 보츠나와로서는 처음 있는 경우다.

이런 국제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 또한 미묘하지만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국제사회의 인권논의를 일관적으로 무시해 오다가 2014년 COI 보고서가 발표되자 보편적정례인권상황검토(UPR)를 적극 수검하고 2015년 3월에는 리수용 외상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일련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

다만 리수용 외상은 “북한은 인권유린국가가 아니라 인권 보장의 천국이다. 김정은이 죽었을 때 운구차가 오랜 시간 옴짝달싹 못한 것은 온 인민이 운구차를 붙잡고 울었기 때문인데 국가가 인권을 유린했다면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등의 말로 공세를 폈기에 별다른 공감과 설득력은 얻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법적 검토가 되어야 할 부분은...

최석영 전 대사는 “한국의 법률가들이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선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것부터 단순하지 않다. 기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북한 내 인권침해행위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뒤바뀔 수 있고, 양자에 대한 정의 실현 방식도 다르다.

처벌 및 보상 등과 아울러 사회통합을 이룩하는 것, 남북한 주민 간 정체성 융합에 대한 부분, 교육 등 서로 간 적응훈련 문제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처벌가능한 범죄행위와 책임자 확인과 관련해서는 △범죄행위가 자행된 대상 시기 및 사법기구의 존속기간 선정 △범죄행위가 발생된 대상 영역 특정 △처벌대상자의 개인적인 법적 책임 소추 및 처벌 면제자의 범위 설정 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또 사법적 처리 방식과 관련, 독립적 사법기구를 통할 것인지, 국내 법정에 의할 것인지, 특별법 제정 여부와 진실화해위(TRC) 설립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구 유고전범재판소(ICTY) 및 국제형사재판소(ICC) ▲코소보·캄보디아 등과 같은 ‘하이브리드(hybrid) 법정 또는 국제화된 법정’ 등도 사법적 처리 방식의 하나로 고려할 수 있는데,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문제의 사법적 처리를 국내 법정에서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최 전 대사는 첨언했다.

한편 그는 현재의 시점에서 채찍과 당근을 가진 미국의 역할과 ‘강제송환금지’ 등의 역할을 해 줄 중국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나아가 보편적 인권보호라는 차원에서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중요한데, 인권 문제가 정치화되는 것을 최대한 경계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과 인권개선을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주민에게 북한당국의 인권유린 상황을 인식하도록 조치 개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서울 사무소에에 대한 협력과 지원체제 구축 ▷북한인권법의 조기 시행 추진 및 남북간 인권대화 추진 검토 ▷북한 해외노동자 송금 등과 관련한 북한으로의 불법자금 유입 철저히 차단 ▷정치적 전환기 및 인도적 위기상황 대비 등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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