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38)- 술, 돈, 미망(迷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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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38)- 술, 돈, 미망(迷妄)
  • 강신업
  • 승인 2017.11.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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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한화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이 한 대형로펌 신입 사원들의 친목 모임 자리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해 변호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고 해서 시중이 떠들썩하다. 김씨는 얼마 전인 2017년 1월에도 술을 마신 후 술집 종업원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었는데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음주사고를 친 것이다. 김씨는 공개 사과문을 통해 자신이 만취해서 실수를 했다며 용서를 구하고 치료와 상담을 받겠다는 말까지 하며 몸을 바짝 낮추었다.

술의 화(禍))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가령 조선 중종 8년(1513년) 별시 과거 시험의 책문(策問)은 ‘술의 폐해(酒禍)’를 논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을과 급제를 한 김구(金絿, 1488~1534)는 대책(對策)에서 “술은 잔치 때 먹으라고 갖춰 놓는 것이지 곤드레만드레 취하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면서 “사람에게는 떳떳한 성품이 있는데 술이 그것을 멸해 버리고, 차례에는 오륜이 있는데 술이 그것을 어지럽게 하고, 제도에는 만사(萬事)가 있는데 술이 폐지에 버리니, 술은 성품을 베는 도끼입니다”라고 하여 술의 폐해를 크게 경계하였다.

술은 분명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는 도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김씨가 사고를 친 것은 꼭 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김씨가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 변호사들 앞에서 최소한 동년배이거나 나이가 더 많은 변호사들에게 “똑바로 앉아라”, “네 아버지 뭐 하시냐”라며 일장 수퍼 갑질을 할 수 있었던 건 뒤에 한화 그룹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씨의 수퍼 갑질은 사실 술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를 말해주는 우리 속담도 많다.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는 천한 사람도 돈이 있으면 멸시 받지 않고 남들이 귀하게 대접해 준다는 뜻이고,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는 모름지기 돈으로 못하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돈에 범 없다’는 돈만 있으면 호랑이도 무섭지 않다는 뜻이고, ‘돈 없으면 적막공산이요, 돈 있으면 금수강산이라’는 말은 경제적으로 넉넉해야 삶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인의 돈 사랑은 유별나다. ‘비단장수 왕서방’으로 상징되는 중국인들은 옛날부터 ‘돈벌레’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의 새해 인사는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니라 ‘돈 많이 버세요’다. 오죽하면 ‘중국인들의 핏줄 속에는 돈이 흐른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인도에서도 돈은 신이다. 때문에 함부로 취급하면 안 된다. 돈을 잘못해서 땅에 떨어뜨리면 주어서 이마와 땅에 대고 절을 한다. 일본엔 ‘돈은 지옥에서도 통한다’는 속담이 있고, 희랍엔 ‘예수도 돈 때문에 배반당했다’는 속담이 있고 독일에는 ‘돈이 나가면 정의는 움추린다’는 속담이 있다.

돈이 나가면 정의가 움츠리고 법조차 물러나니 돈을 가진 자들은 그야 말로 무서운 범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실 돈은 그냥 돈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머리를 조아리게 만드는 절대 권력이다.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데 그까짓 사람 부리는 것쯤이야 무엇이 문제겠는가? 왜 일류 대형로펌의 신입 변호사들이 새벽까지 재벌 아들을 만나 술을 먹어야 했는지, 뺨을 맞고 머리채까지 잡히는 봉변을 당하고도 왜 말 한마디 못한 채 몇 달을 흘려보내야 했는지, 따지고 보면 사실 다 돈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대형로펌의 수퍼 고객인 김씨가 돈을 믿고 거칠 것 없는 호랑이처럼 행동하다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돈에 취해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은 마치 매미 뒤에 사마귀가, 사마귀 뒤에 참새가, 참새 뒤에 포수가, 포수 뒤에 죽음의 신이 각각 앞을 노리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화(酒禍)도 무섭지만 전화(錢禍)는 더 무섭다. 돈의 화(禍)는 자칫 명예를 잃게 하고 자유를 잃고 하고 종국에는 그가 그토록 믿는 돈조차 잃게 만든다. 김씨라고 예외일 수 없다. 김씨는 가문에서, 대한민국에서 멍석말이를 당해 모든 것을 잃고 내쫒기기 전에 얼른 정신을 차리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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