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험이란 이제껏 공부한 것을 뽐내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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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험이란 이제껏 공부한 것을 뽐내는 자리”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7.11.17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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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 최근 기자는 기자수첩을 통해 9급 공무원 시험과목 개편에 대한 글을 몇 차례 적은 바 있다. 시험과목 개편에 대해 수험가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고, 정부에서도 충분히 지속적으로 논의될 만한 사안이기에 중요도를 생각해 기자도 몇 차례 언급을 했었다. 이번에도 언급을 해보려 한다.

기자가 주장했던 9급 공무원 시험과목 개편 방향은 무엇보다 선택과목을 폐지해야 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9급 필수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과목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공무원시험에 국영사 등 소양과목을 보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생각에서였다.

9급 필수과목 능력시험대체가 필요한가. 여러 의견이 나오나 기자는 당장 필요한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시험에서 실무에 도움 되지도 않는 국어, 영어, 한국사를 왜 봐야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능력시험으로 대체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영사를 능력시험으로 대체하고 전문과목을 필수로 정하는 대신 문항수를 늘리는 게(20문항→40문항 등)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눈에 많이 띄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은 공무원 업무 전문성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영사를 보는 현 제도를 탈피해 전문과목을 치르는 이와 같은 방향으로 개편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또 국영사를 능력시험으로 대체해 공무원시험에서 탈락한 이들이 타 기업으로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

가령 9급 공무원시험 영어나 한국사가 능력시험으로 대체되면 토익점수, 한국사능력시험 급수 등을 보유할 수 있는데, 공무원시험에 낙방하면 그 토익이나 한국사능력시험 급수를 타 민간기업 취 시 제공해 메리트를 얻도록 하여 취업에 용이하도록 하면 좋다는 주장인 것이다. 갈수록 공무원시험 지원자, 합격자 연령이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취업연령층으로 집중 형성되는 것을 볼 때, 공무원시험과목 개편 시 그 과목이 민간기업 취업으로도 호환될 수 있도록 검토돼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는 이 같은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은 하나 좀 더 현실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일단 국영사는 업무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비중을 적게 차지할지는 몰라도, 기본실력과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점수가 나오는 과목으로 지원자의 성실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실하게 초중고 정규교육과정을 마치고 그 후에라도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점수가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창시절, 대학시절 공부를 성실히 해 좋은 성적을 맞는 학생들이 공무원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갖곤 한다.

전문과목이야 지금도 한두 달 기출문제 달달 외우면 점수가 8, 90점 이상은 나온다. 업무전문성을 고려해 전문과목을 중점으로 치러야 한다지만, 업무 관련한 심도 있는 출제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기출 암기식 공부만으로도 전문과목 점수가 금방 나올 수 있는 현 출제 형태를 볼 때 업무전문성과 전문과목 위주 시험이 깊은 연관성이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리고 업무 전문성은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소양 3과목, 전문 2과목을 치러 합격 후 교육을 통해 충분히 습득될 수 있다고 본다. 직렬 업무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전문과목을 중점으로 치러야 한다는 것은 국영사를 못하는 수험생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일 뿐 꾸준히 노력해온 수험생들에게는 오히려 낯선 주장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공무원 시험과목 민간기업과의 호환성에 대해서도 약간 의문이 제기된다. 기자도 예전에는 공무원 시험과목이 민간기업과 호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수험생들을 보고 취재한 결과 기자는 공무원 시험과목은 독자 노선을 갖는 게 오히려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토익, 한국사능력시험 등 점수를 필수로 요구하는 회사정도면 그래도 중견기업 이상은 될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과연 시험 낙방 후 타 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지 기자는 물음표가 생겼다. 그래야 시험과목 호환이든 뭐든 납득이 되지 않나. 대부분 공무원 공채 시험장 취재를 나간 기자가 응시자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을 시 대부분이 공무원시험 외 말고 타 기업 취업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이 아니라 기자생각에는 전부 다 였던 것 같다.

직장인 수험생들이 공무원 직업으로 이직하려 시험에 응시했다는 이는 있었으나 공무원 직업을 택한 이상 이를 포기하고 이반 사기업에 취업하겠다는 이는 거의 없었다. 또 공무원시험이라도 자신이 목표한 시험 외 다른 공무원시험에는 응시하지 않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았다. 즉 확고하게 공무원을 직업으로 정한 수험생들은 낙방을 하더라도 공무원시험만 준비하지, 타 기업으로의 취업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로 볼 때 공무원 시험과목이 기업과 호환성을 염두에 둬야한다는 주장은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다는 생각이다.

공무원시험이란 말 그대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 보는 시험이지, 자격을 얻기 위해 보는 자격증 시험이 아니다. 시험이란 자신이 이제껏 공부한 것을 뽐내는 자리지, 무슨 대학교 학점 이수하는 시간이 아니다. 시험보지 않고 공무원이 되고 싶으면 그냥 선착순 뽑기로 하면 되겠다. 능력시험대체는 근본적으로 시험의 본질을 흐리고 공무원시험, 기업취업 등 다발적 지원이 가능해져 본인이 정작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 체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오히려 더 많은 취업준비들의 진로를 방해할 수도 있다.

또 능력시험대체에 따른 사교육비, 응시료 등 지출 비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능력시험대체는 면접 진행 방식의 개편과도 연계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시험과목으로만 보자면 능력시험대체는 장단점이 있으므로 다각도로 살펴보고 신중히 접근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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