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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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07)
  • 박준연
  • 승인 2017.11.17 11: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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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좋은 변호사의 자질

지난주 이 칼럼의 독자분께 받은 메일의 질문 중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린 것이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이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질문의 범위와 관련하여, 변호사로서 일하는 직장과 환경도 다양하고, 그에 따라 요구되는 덕목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 말고도, 평소에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질문에 답을 한 후, 조금 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변호사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았다.

먼저 너무나 당연한 가치부터. 가까워진 재판을 준비하던 어느 주말, 선배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다 어렸을 땐 머리 좋다는 이야기 들었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 받고, 로스쿨 졸업 후에 변호사 자격증까지 땄잖아? 로펌에 취직하고도 똑같이 열심히 일하는데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칭찬해주는 사람은 없어. 왜 그런지 아니?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칭찬해줄 필요가 없으니까. 대신에 일을 게을리하거나 실수를 하면 당연하게 비판을 받는 거지. 우리 직업이 그런 거야. 뉴욕에서 일할 때의 일이니 벌써 몇 년 전이지만, 지금도 가끔 이 이야기를 생각해본다. 클라이언트와 업무상의 필요를 우선시하고 거기에 따라 개인 생활의 우선 순위도 바꾸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쉽게 보이는 일도, 사정을 듣고 보면 여러 안건, 사생활을 한꺼번에 처리, 관리하는 것은 마치 저글링 같아 보인다.

그럼 당연한 가치 외에, 훌륭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종종 선배 변호사 중에서는 팀으로 함께 일을 했는데 나는 생각 못한 시각으로 사실 관계와 법률 문제를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변호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는 이런 변호사를 한번 서류를 보면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기억하는 천재 변호사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런 선배 변호사를 옆에서 보면 단지 머리가 좋은 것이 전부는 아니다. 결론을 미리 내리지 않고, 편견은 가능한 한 배제한 후 관련된 증거를 검토한다. 결론을 예단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의외로 많은 변호사들이 증거의 일부만을 검토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는 경우를 보았다. 반면에 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선배들은 다소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의문을 제기하고 자료를 요구하여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선배들을 보고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또다른 덕목은 클라이언트에게 공감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른 선배와 나눈 이야기는 일종의 "기술"을 구사한다는 의미로 정부의 조사, 소송 절차를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고, 많은 변호사들이 그렇게 업무처리를 할 수 있지만,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 입장에서 추가적인 조언과 설명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에게 생소한 개념과 절차를 설명하고 걱정을 덜어주는 과정은 많은 변호사들이 간과하는 부분이고, 특히 미국 밖의 클라이언트들에게 미국법의 절차와 개념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익숙하지 않은 절차를 겪는 클라이언트가 특히 불만을 느끼는 것은 변호사가 중요하지 않게 느낄 수도 있는 설명 부족일 때가 많다.

그러고 보니 뉴욕에서 도쿄로 회사를 옮길 때 예전 회사에서 일을 도왔던 클라이언트 회사 법무팀의 직원께서 서류를 보내면서 짤막하게, 열심히 일해줘서 고맙고 훌륭한 변호사이니 새로 옮기는 회사에서도 잘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넣어서 보내주었다. 어디까지나 인사라는 걸 알면서도, 기뻤던 그때의 기분을 생각하면 훌륭한 변호사는 어떤 변호사인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는 내 자신이 일을 하면서, 또 주변을 관찰하면서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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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11-19 12: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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