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합격률 공개가 필요한 이유
상태바
[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합격률 공개가 필요한 이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7.11.10 10:36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겉만 번지르르하고 그에 맞는 알찬 내용이나 실속이 없는 경우를 두고 흔히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한다. 관리·재배하는 살구에 비해 야생에 나는 개살구는 그 모양은 탐스럽지만 그 맛은 씁쓸하고 떨떠름해 혀를 둔하게 한다.

개살구, 개복숭아 등은 자연 그대로의 성분 때문에 한약재료로도 이용되는 이점이 있다. 반면 농약을 치고 성작촉진제를 뿌려 성장시키는, 흔히 우리가 접하게 되는 재배용 살구, 복숭아 등은 오감을 자극하지만 약재로는 개살구에 못한 측면도 있다. 자연과 인공적인 요소를 적절히 가미한다면 맛과 효능, 모두를 담아낼지 모를 일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법학전문대학원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하라며 원고 대한변호사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변협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법조취업시장에서 취업대상자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요소가 없고 또 이들을 배출한 전국 25개 로스쿨에 대한 평가기준 또한 미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로스쿨 준비생들의 대학선택에서도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배경이다.

기자 역시 비슷한 이유로 지난 2015년부터 매해 각 로스쿨별 합격률(각 기수별, 응시횟수별 현황 포함)을 공개하라며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왔다. 하지만 “각 로스쿨별 합격자 현황을 별도로 생산하여 관리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적 성격과 충실한 법학 교육과정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고 로스쿨의 서열화 및 과다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공개법, 변호사시험법 … 등에 의하여 비공개 관리 대상정보에 해당하여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회신만 되돌아왔다. 심지어 응시횟수별 출원자 현황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도 “관리, 보존하고 있지 않다”며 거부했다.

반복되는 동일한 거부이유에 올해는 이의신청까지 했다. 기왕 치러진 시험의 결과물이, 왜 장래의 시험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각 로스쿨의 합격률 공개가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로스쿨 서열화·교육 황폐화·제도의 성공적 안착의 문제는 분명 구분돼야 하고 이는 교육부의 몫이라는 점, 일본과 미국 등은 시험결과정보를 세세히 공개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의신청 이유로 꼽았다. 역시나 동일한 이유로 기각했다. 내친김에 횟차별 각 선택형 시험의 응시자 평균, 합격자 평균, 합격자 중 각 선택형 최고 득점 및 최저 득점 점수 등에 대해서도 공개를 요청했지만 “관리하지 않을뿐더러 선택형 시험결과는 시험의 합격여부 및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실력검증과 무관”하다며 역시 거부했다. 서술형과 달리 선택형은 점수보정 없이 총점에 반영된다. 이를 공개할 경우 선택형 시험에서 ‘0’점을 받아도 합격할 수 있다는 의혹 검증과 타 유사법조자격자들의 로스쿨에 대한 실력 우려의 문제점도 불식시킬 수 있는, 중요한 표준이 될 듯해서였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을 읽는 순간 기자는 수년간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청량감마저 들었다. 재판부는 로스쿨 통계자료는 생산 가능하고 합격률은 결과일 뿐 시험 공정성과는 무관할뿐더러 과다경쟁, 서열화 우려와는 별개의 문제이며 공개가 오히려 제도안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유가 너무 명료하고 명쾌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법무부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택한 상황이라고 한다. 개살구마냥 야생에 방치된 것이 아닌, ‘교육을 통한’ 양질의 법조인 배출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연착을 기대하는 기자로서는, 꽤나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다. ‘방치된’ 맛없는 개살구보다 공개라는 ‘관리’를 통해 탐스런 살구로, 또 비공개라는 ‘지나친 관리’의 살구보다 경쟁이라는 ‘야생의 환경’을 이겨낸 효능이 좋은 개살구로 익어가려면, 로스쿨이 적절한 관리와 적정한 정보공개라는 양면성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로스쿨 제도의 연착륙을 바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법무부가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를 전향적으로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7-11-10 15:41:48
전병헌 딸내미 로스쿨 다녔다며 ㅋㅋ.

의혹 2017-11-10 13:39:51
변호사시험 채점과정과 결과도 불투명함. 매년 특이할 정도로 초시생 합격률이 특정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로스쿨 바닥에서는 초시 가산점이 존재하는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음. 이런 의혹도 다 채점과정, 채점결과가 불투명해서 제기되는 문제임.

로스쿨 제도 유린?? 2017-11-10 11:23:55
설마 합격률 공개하라는게 로스쿨제도를 유린하는거??
로스쿨제도 취지와 정착을 왜 로스쿨 편의에만
맞추는지 황당함
솔직히 로스쿨 수업들은 집에서도 들을수 있잖아?
요즘같은 세상에 이런 제도가 있다는게 의아함
누구를 무엇을 위한 로스쿨인가?ㅉㅉㅉ
이자들의 악랄함에 할말을 잃는다

ㅇㅇ 2017-11-10 11:11:03
로스쿨제도를 유린한 세력과 이를 지키려는 세력의 다툼~

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지?!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