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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36)- 살인과 사형
강신업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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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0  10: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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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용인 일가족 살해 사건은 패륜 범죄의 극단을 보여준다. 자신의 이복동생과 의붓아버지는 물론 친어머니까지 무참하게 살해한 대목에서, 또 그것이 돈을 위한 치밀한 계획범죄였다는 데서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유명 탤런트 송 모씨의 남편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목에 칼이 찔려 살해된 사건은 돈과 관련된 청부살인이라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의 여중생 살해 사건은 딸의 친구를 대상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한 범행이었다는 점에서 엽기적이다.

살인 범죄는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사회병리학적 현상, 물질만능주의의 탓, 아니면 롬브로소 (Cesare Lombroso, 1835~1909)가 말하는 범죄인 개인의 생래적 특질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가 되면서 누가 누구를 어떤 이유로 몇 명을 죽이든 범죄인 자신은 적어도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안도감 때문인가. 만약 그런 안도감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사형수에 대해선 남김없이 사형을 집행하면 살인 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

사형이 형벌로서 살인범죄를 억제할 정도의 위하력이 있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먼저 18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벡카리아(Cesare Beccaria, 1738~1794)가 그의 저서 ≪범죄와 형벌≫에서 사형은 법률상으로나 형벌의 효과 면에서 실효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역설한 이래, 사형폐지론자들은 사형은 사실상 순간적이며 일반인에 대한 위하·경계의 면에서 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장기간 자유박탈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현 사형 폐지국의 범죄 수치는 사형이 폐지되면 사회 안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서, 가령 캐나다의 경우 10만명당 살인율은 1975년 3.09%였으나 사형을 폐지한 지 27년이 지난 2003년 살인율은 1975년 대비 오히려 44%가 낮아진 10만명당 1.73%을 기록했다는 것 등을 예로 든다. 반면 사형존치론자들은 여전히 사형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 본능을 이용한 가장 냉혹한 형벌로서 일반적 범죄예방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일부 사람들은 사형의 범죄억제 효과가 무기징역형보다 명백히 그리고 현저히 높다는 견해를 뒷받침할 합리적·실증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하지만 반대로 무기징역형이 사형과 대등한 혹은 오히려 더 높은 범죄억제 효과가 있어 무기징역형만으로도 사형의 일반 예방적 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현재로서는 가설(假說)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어떤 이유로든 살인이 용인되고 제어되지 않는다면 인간사회는 만인 대 만인의 살육의 장으로 바뀌고 말 것이다. 때문에 국가는 살인 범죄를 막는 사회방어망을 촘촘히 구성해야 한다. 물론 흉악범죄인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라면 사형제도 존치니 사형집행이니 하는 논의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살인범죄를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법질서확립을 통해 살인을 예방해야 함은 물론 사이코패스 등 개인의 범죄적 특질에 대해서는 이를 조기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범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의 형사법체계를 점검·보완할 필요도 있다. 혹시 사람을 살해하고도 자신은 징역형을 살면 그만이고 또 잘하면 가석방으로 방면될 수 있다는 사정이 살인 범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도 신중히 살펴야 한다. 특히 돈을 목적으로 한 청부살인의 경우 형벌의 위하력이 약한 것이 범행을 막지 못한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경합범 형량 산정에서 가중주의로 되어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서 누적주의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령 금품을 목적으로 세 사람을 죽였을 뿐 아니라 친어머니까지 살해한 용인살해 사건 같은 경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누적주의를 취하면 징역 몇 백 년이 나올 수도 있고 오히려 그것이 집행 없는 사형보다 일반예방 효과가 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더 이상 무고한 국민이 살인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방법을 찾아 행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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