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 번의 실패 끝에 거머쥔 사법시험 수석, 단국대 이혜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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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열 번의 실패 끝에 거머쥔 사법시험 수석, 단국대 이혜경씨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11.08 11:45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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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경·제59회 사법시험 수석
  수원 영신여고·단국대 법학과 졸업

 

 

대학 졸업과 동시에 시작해 수험 한 길 ‘13년’
가장 어려웠던 민법, 결국엔 95.14점 ‘초고득점’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16회 박주선(현 국회부의장), 19회 권오곤(전 구 유고전범재판소 부소장), 22회 조재연(현 대법관), 27회 김선수(전 민변 회장), 29회 김소영(현 법원행정처장), 34회 원희룡(현 제주도지사) 등에 이어 59회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로 이름을 올린 이혜경씨(37세).

단국대학교 법학과는 마지막 사법시험 열차에 이름을 올린 그녀로 인해 ‘사법시험 수석을 배출해 낸 학교’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이혜경씨는 “올해가 마지막 사법시험이기에 합격만을 간절히 바랐었는데, ‘수석’이라는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정말 그 타이틀이 자기 것인지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는 소감이다.

그녀는 이번 결과 발표에 대해 “처음엔 ‘다행’이라는 마음부터 들었어요. 그동안 경험했던 수많은 실패가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제 능력보다 과분한 결과를 얻었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저보다 우수한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라고 말했다.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는 배려심 많은 성격의 그녀는 ‘신중함’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그 신중함이 지나쳐 우유부단함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는 것은 자신의 단점이라고 고백했다.

‘그래도 계속 가라'

이혜경씨는 수원 영신여자고등학교와 단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사법시험 도전은 법학과를 진학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그녀의 꿈이다. 13년 동안 수험생활을 하면서 1차 합격은 네 번 했고 2차 시험은 여덟 번째에 합격했다. 1,2차를 합하여 그녀가 경험한 ‘불합격’은 10번에 달했다.

“부모님께서 분명히 힘드셨을 텐데도 제가 신경쓰지 않도록 전혀 내색하지 않으시고 많은 지원을 해 주셨어요. 제가 예민한 성격인 걸 아시니 더 배려를 해 주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죄송한 마음이 커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그런 부모님도 그녀가 계속되는 낙방에 힘들어 하자 조심스레 공무원 시험으로 방향을 돌릴 것을 권유한 적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셉 M. 마셜의 <그래도 계속 가라>는 책 제목처럼 그녀는 다시 일어나 ‘keep going(계속 가는 것)'을 택했고, 결국은 고대하던 합격의 기쁨을 안았다. 나아가 수석까지 꿰찼다.

수험서를 보기가 두려워 다시 책상 앞에 앉기 어려운 때에는 힘을 주는 책들을 반복해서 읽었다고 한다.

그녀의 모교인 단국대에서는 2차 수험 기간동안 장학금을 지원해 주어 그녀가 필요한 강의를 듣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

수석 합격의 비결을 묻자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그녀가 쑥스러운듯 말했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기본서에 충실했던 것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혜경씨는 1차 시험을 위해 대부분의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서를 읽은 후 학원 모의고사를 풀고, 그에 대한 오답노트를 만들어 반복해서 보는 식으로 대비했다.

1차 과목 중 그녀가 가장 어렵게 여긴 것은 민법이었는데,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조금씩이라도 민법 기본서를 매일 보는 것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2차 준비에 있어서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키워드 노트 정리를 하는가 하면 다른 좋다는 방법들을 해 보았지만 결국은 기본서를 다시 붙잡았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마음을 다지면서 스터디를 통해 기본서 읽기를 반복했다.

2차 과목 중에서도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민법이었는데, 꾸준히 반복해서 기본서를 읽고 기출문제 답안작성을 거듭한 결과 95.14점을 기록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면접 준비는 다른 합격생들과 함께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로 집단토론을 하며 준비했다. 그녀는 이번 면접 시험에서 준비해 두었던 논점인 ‘양심적 병역거부’가 나와 다행이라고 말하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서는 입장 정리를 자연스럽게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그녀는 수험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소하는 타입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먹었더니 몸이 무거워져 공부할 때 더 피로를 느끼지 않았나 생각해요(웃음).”라며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래도 힘들면 음악을 들으며 도림천을 걸었고, 스트레스를 지나간 일로 넘기려는 마음에 푹 자는 식으로 풀기도 했다고.

수험 기간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는 ‘처음 1차 합격한 때’와 ‘사랑하는 조카가 태어난 때’를 꼽았다. 그녀는 법조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어린 조카와 같은 어린이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귀기울이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진로 계획에 대해 묻자 그녀는 “구체적인 진로는 사법연수원 과정을 밟으며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재판연구원(로클럭)에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주변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아낌없이 응원해 주신 사랑하는 부모님, 그리고 언니를 위해 옷과 음식 등을 챙겨준 동생과 제부한테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조카 세빈이에게는 이모로서 많이 못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고, 어린 나이인데도 이모를 이해해줘 고맙게 생각합니다. 많은 격려를 해 준 남자친구 희상 오빠, 단국대 송동수 교수님·정진명 교수님, 2차 스터디 팀원들께도 감사합니다. 힘든 시기를 함께 고민하며 위로해 준 민정언니에게도 감사와 합격 축하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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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17-11-10 12:10:01
참 멋진 분이시네요ㅎ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길을 걷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힘이 될 것 같아요.^^

김해성 2017-11-10 00:11:48
역시 인생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대단합니다. 그 끈기와 인내, 자존감과 도전정신이..

이승민 2017-11-09 10:33:39
선배님 멋지십니다.

축하드리지만 안타깝네요 2017-11-08 15:07:13
나는 사시와는 처음부터 무관한 사람이고 학부까지 졸업하고 또 고액대학원 갈 엄두는 아예 내지조차 못해 로스쿨 역시 관심없는 말하자면 중립적인 입장이지만 마지막 사시라는 말은 극히 슬프게 느껴진다. 저 여성만 해도 올해 합격자들 포함해 그 숱한 서울법대 출신조차 오로지 자기역량과 실력으로 누르고 당당히 사법시험 수석이라는 영예를 거머쥐었지만 주변만 봐도 집에 경제적 여유 있고 세칭 금수저이기만 하면 어지간하면 간다는 그 로스쿨조차, 더군다나 서울권은 나이때문에, 대학간판때문에 가지 못할 사람이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개탄스럽다

축하드립니다 2017-11-08 14:49:46
그냥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 그동안 고생한만큼 앞으로 꽃길만 걸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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