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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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4)
  • 정명재
  • 승인 2017.11.0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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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직장인 수험생을 위한 조언

10월의 마지막 날은 누구에게나 가을의 문턱에서 가져 봤을 감정을 선사하는 시간이다.

수험생이 되면 시간의 흐름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 시험에 직접 응시해 합격하고, 그 노하우(know-how)를 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 보니, 계절이 바뀌고 달력을 넘기는 것을 잊곤 하였다.
 

오늘 무심히 달력 한 장을 넘긴다. 영화배우 故 김주혁의 갑작스런 이별 소식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이지만, 그의 생(生)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며칠 간 그의 인생 이야기를 눈여겨보았다. ‘10월의 마지막 날 일어난 비보(悲報)여서였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허망하다, 황망하다는 감정이 많은 이들이 나누는 인사였을 사건이었다. 살아가는 일이 행복을 좇고, 돈을 찾아 나서고, 희망의 파랑새를 곁에 두려 하지만, 시간은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 정확히 흘러가는 것이다. 필자가 직장인이었을 때가 생각난다. 늘 같은 생활의 반복임을 허무해 한 적이 많았다.

내가 무얼 위해 일하는지, 어디로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을 대하던 시간이 있었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공감할 스트레스를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늘 다른 곳을 쳐다보는 일이 많았다. 자격증공부, 재테크, 새로운 사업 아이템 등 눈과 귀는 몸담고 있는 회사가 아닌, 다른 곳을 쳐다보는 일이 잦아지고  인터넷 상 정보를 찾아 수집하는 일도 많아졌다.

2년 전 10월의 마지막 날, 필자를 찾아온 직장인이 있었다. 회사마크가 적힌 옷을 입고 있었고, 비가 오는 날 저녁이었다. 그는 조금은 지친 표정으로 나를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였다. 나는 그 때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고, 그는 한사코 밥을 먹고 왔다며 사양해, 나 혼자 꾸역꾸역 허기진 배를 달랬으며, 그는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였다. 그래서인지 기억이 참 오래도 간다.

박찬도. 나이는 서른여덟이란다. 직장은 그동안 10번 이상을 옮겼고, 간혹 열정페이(熱情pay)만 받고 일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제약회사, 연구소 등을 전전하였고 늘 생활고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문득 공무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수소문하여 날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그는 조용히 읊조리듯 내게 전했다. 꼭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고. 사내아이만 둘을 둔 아빠이기도 하고, 가장의 역할도 해야 하며, 부모님을 봉양할 아들의 역할도 해야 하는 그의 상황은 보통의 직장인의 모습이었고, 직장인이었던 예전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에는 아예 문외한이라고 말하며 무조건 시키는 대로 공부하리라는 결심을 보이기도 했던 그의 눈을 보며, 삶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필자는 흔쾌히 승낙하였고, 당장 내일부터 나와서 공부하라고 말하였다. 그렇게 찬도와의 동고동락(同苦同樂)이 시작되었다. 4개월 간 새벽 강의를 포함하여 잠자는 시간을 빼면 같이 지냈던 것 같다. 새벽 5시에 수업이 끝나는 강행군도 있었지만, 즐겁게 공부를 가르쳤고 그는 열심히 배웠다. 그는 최선을 다했고 2016년 4월 국가직 시험에 응시했지만 아쉽게 실패하였다. 그리고 나는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로 갔다. 이것이 찬도와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찬도는 수업시간에 늦은 적이 없었으며,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았다. 그날 시키는 학습량을 반드시 소화하려 애썼고, 내가 이야기하는 공부법 즉, 즐기면서 책 1권만 보라는 명령(?)을 꼭 지켜냈다. 그 사이 다른 수험생들은 불안하다는 이유로 이책 저책을 사 들이며 갈팡질팡했지만 찬도는 그렇지 않았다. 4개월 공부로 점수가 나오기 시작했기에, 합격을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론은 불합격이었다.

나는 공직에 입문하여 그를 더 이상 가르칠 수 없었다. 찬도는 그렇게 홀로 남겨진 독서실에서 피곤한 눈을 부치는 일이 많았다. 가끔 그를 찾아가면 그는 엎드려 있었고, 눈에는 희망의 불씨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아 보였다. 그는 이제 운전직을 도전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빨리 되는 시험이라면서 3과목이니 한번 해보겠다고 한다. 나는 그때, 찬도의 선생님이 아닌 서울정부청사로 출근을 하는 공무원이었다.

수험생활을 함께 하였고 전쟁의 선봉에 서는 장수(將帥)의 마음으로 살았었기에 불합격한 이들을 보면 마음 한켠이 늘 아리다. 내가 더 열심히 가르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합격생에게는 할 도리를 다 했으니, 늘 불합격한 수험생이 눈에 밟히는 것이다.

찬도를 설득해 방재안전직렬을 소개하고 내가 유일한 강사이고 저자이니 널 가르쳐 합격을 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하였지만, 그는 자신 없다고 주저하였다. 자신감은 내가 심어준다고 했고, 구체적인 공부시간을 계산해 보니 내가 공직에 있으면 불가능한 시간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시 수험생에게로 돌아가기로. 누군가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 준다면 노량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2개월의 공부로 7급 공무원이 되었으니 내가 아는 길을 안내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없으면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된다. 체력이 안 되면 정신력으로 보충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불가능이란 도전하지도, 가 본 적도 없는 길에 대한 두려움의 또 다른 이름으로 생각하였다. 말도 안 되는 도전을 찬도와 선주, 우리는 그렇게 용사(勇士)가 되어 전쟁에 나갔고, 찬도는 2관왕 그리고 선주는 3관왕을 하고 돌아왔다. 이것이 직장인 찬도와 선주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그간 수험생과의 대화 주제는 절박하고 진지한 삶의 고민과 공무원 합격의 희망이었다. 현재의 괴로움을 이길 힘도, 지금의 누추함을 감내하고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일도 희망이 있다면 괜찮았다. 4평 남짓한 공간에서 우리는 밤을 새우며 공부하고 집중하였으며 서로를 격려하였다. 그렇게 찬도는 서울시 7급 공무원으로 생활하고 있고, 선주는 그 뒤를 이어 공직에 입문하였다.

필자는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라는 저서를 이번 주에 세상에 내 놓았다. 이 책은 수험생의 이야기이며 찬도와 선주와 함께 한 수험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합격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는 수험서로써 국어, 영어, 한국사의 기본 강의(마중물 강의)교재이기도 하다. 수험생에게 실제적인 조언과 충고를 하고 싶었다. 막연한 방법이 아닌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공부기술을 전하고 싶었다. 수험서를 집필하고 강의를 직접 하고 있기에 바쁜 나날이었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책을 쓰다 보니, 밤을 새우며 일을 한 기억이 많다.

오늘도 만원 지하철에는 피곤한 하루를 긴 한숨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아르바이트생, 자영업자, 취준생 그리고 직장인. 이들은 공무원이 되기를 바란 적도 없고, 알려고 한 적도 없었지만 공무원의 인기가 많다는 건 모두 알고 있었다. 왜 공무원 시험공부를 할까? 누가 공무원이 될까? 어떻게 합격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실제적인 질문에 본지를 통한 칼럼을 쓰면서 그간의 나의 경험을 알리고 싶었고, 이미 그 전에 책을 집필하고 있었다. 찬도와 선주는 처음부터 공무원은 아니었다. 평범한 누군가가 공무원이 된 것이다.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지금 실패하셨나요.
그래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십니까.
괜찮아요.
모두 다 보약입니다.
이 세상 어떤 것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실패의 경험도 하셔야 합니다. 배고픔과 고통도 지나야 합니다.
그래야 강해지고 그래야 또, 힘든 일이 있어도 견뎌냅니다.
시험공부를 정말 단기에 끝냈습니다.
누구는 기적이라고, 누구는 말이 되냐고 합니다.

'시험은 기술입니다.'

저는 이 하나의 Key-Word를 잡고 공부했습니다.
열심히만 하려고 하지 마세요.
즐기면서, 내가 재미있어 하는 공부는 밤을 새워도 재미있습니다.

사랑하세요,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서울시 7급에 합격한 박찬도 군의 책상입니다. 단출한 교재로 과목당 한 권의 책 이외에는 본 것이 없었습니다. 많은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반복해 보는 것이 합격하는 방법이라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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