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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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
  • 정명재
  • 승인 2017.10.31 17: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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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소수직렬에 눈을 떠라

오늘은 공무원 수험생에게 문자 상담이 왔습니다. 장애를 안고 있는 23살의 청년으로 그의 절절한 사연은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하루였습니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결심을 하였고, 그 방법을 제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공무원 수험생과 늘 함께 지내며 그들을 바라봅니다.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흔들리며, 질척거리는 비에 마음을 쓸어내리는 연약한 존재가 되어가는 그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 수험가(受驗街)에 발을 딛는 초보 공시생은 막막한 심정으로 이리저리 방황하며 길을 찾아 헤매다, 입구를 찾지 못해 애태우는 심정으로 제게 SOS를 보냅니다. 비단 초보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수험생이라면 저의 경험과 지혜를 함께 나누어, 목표하던 길을 찾아 원하는 지점에 잘 도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적습니다.
 

1. 공무원 시험의 숨은 보석 방재안전직렬

필자는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렬 7급 합격 후,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근무하였습니다. 방재안전직에 대해 생소한 직렬이라고 느끼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압니다.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있어서는 안 될 재난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행정안전부에서 하던 안전 업무를, 국민안전처라는 신생부처를 만들어 전담하게 합니다. 여기서부터 방재안전직렬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국민안전처의 신설과 함께 방재안전직렬이 만들어지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채시험으로 공무원 선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설직렬의 특성상 많은 수험생들의 관심 밖에서 치러진 첫 시험에서는 미달되는 지역이 나올 만큼 낮은 점수의 커트라인이 형성되었습니다. 방재안전직렬은 국가직과 지방직 그리고 서울시 시험이 있으며, 9급과 7급 그리고 5급 공채로 선발되고 있습니다. 경기도와 세종시 등 일부지역에서는 경력채용으로 선발하고 있지만, 공채시험에 비해 경채시험은 비정기적이며 소수인원을 선발하였습니다.

지금까지 7급 공채 시험으로 선발된 인원을 보면, 2015년 방재안전직 7급(서울시 4명, 국가직 10명), 2016년 방재안전직 7급(서울시 4명), 2017년 방재안전직 7급(서울시 10명, 국가직 6명)으로 조금씩 늘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9급 시험으로도 꾸준히 선발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5급 공채로 4명의 선발인원이 공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정부의 중점 관심대상이 재난안전 분야인 만큼 그 수요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에 처음 시행된 방재안전직 5급 공채에서는 4명을 선발할 것으로 공고가 났지만, 현재까지 2차 시험에서 선발된 인원은 고작 2명에 불과합니다. 22명이 2차 시험을 치렀지만 과락으로 선발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입니다. 방재안전직 2차 시험 점수의 커트라인은 46.85로 최저점을 기록하였습니다. 소수직렬이었고 처음 시행되는 5급 공채임을 감안하면, 방재안전직 시험 준비는 천우신조(天佑神助)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공과목 공부로 방재안전직처럼 9급에서부터 5급 시험까지 준비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2. 왜 방재안전직이어야 하는가

처음 방재안전직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2015년 필자는 사업 실패 후, 실의(失意)에 빠져 큰 꿈과 목표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때였습니다. 노량진에서 식당과 헌책방 등을 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였고, 점점 어려운 처지에 몰리자 닥치는 대로 일을 할 상황이었습니다. 영어 과외를 하며 몇 명의 수험생을 도왔고, 그 중에 한 수험생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 수험생활 5년, 일반행정직에 도전하는 것이 자신이 없다고 말합니다. 힘없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간의 고통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고민하는 시간에 시험공고문에 적힌 기술직렬 중 방재안전직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포털에는 관련 정보가 한 페이지밖에 없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시험공부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일단은 처음으로 시행되는 시험임을 알았고, 그길로 서점에 들러 방재안전직에 관련된 시험관련 서적을 사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사흘 정도의 시간 동안 수험정보를 수집하고 첫 해 시행되는 시험임을 감안해, 과락만 면하면 합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험공부는 시작되었고 이것을 토대로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5년이 넘은 장수생인 수험생에게도 자신 있게 방재안전직에 원서접수 할 것을 추천하였으며, 강의가 없으면 제가 공부해 강의를 하겠노라고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원서접수를 하였던 그 수험생은 저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며 곁을 떠났고, 수강생이 없는 저는 혼자서 묵묵히 방재안전직 시험공부를 계속하였습니다.

이후, 생활을 하여야 했기에 몇 명 수험생을 모아 강의할 생각으로 인터넷에 글을 썼습니다. 방재안전직렬 응시생을 위한 강의(講義)의 시작이었습니다. 6명의 수강생이 모였고 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전공과목인 재난관리론, 안전관리론, 도시계획, 방재관계법규 그리고 7급 공통과목이었던 국어, 영어, 한국사를 모두 강의하였습니다. 두 달의 시간동안 밤을 매일 새우며 강의교재를 만들었고 모르는 용어와 개념을 알아가며 새벽까지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결과적으로 3명의 합격생이 나왔고, 저도 이때 국가직 7급에 합격하였습니다. 제가 가르쳐 합격한 수험생 중 한 명은 고졸출신이었고, 한 명은 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된 수험생이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타 직렬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수험생이었습니다.

당시 합격점은 60점대에서 커트라인이 형성되었습니다. 2017년 현재, 방재안전직 9급과 국가직 7급 커트라인은 당시보다는 10점정도 상승하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강의를 하며 전공서적에 관한 책을 출간한 것도 합격점수 상승에 한 몫 한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기출문제집 하나 없던 방재안전직렬 분야의 수험서를 쓰고 강의를 해, 올해도 많은 수험생을 합격생으로 인도하였습니다. 서울시 7급 10명 모집에, 6명의 필기합격생을 배출하였고 국가직 7급 6명 모집에, 3명의 필기합격자를 탄생시켰습니다.

그중에 이병진 수험생은 5년차 수험생이었습니다. 4월에 저를 찾아와 전과목을 지도받았으니, 정확히 3개월의 공부를 제게 사사(師事)한 것입니다. 그는 현재 충남 도시계획직을 합격해 임용 받아 근무하고 있으며,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면접도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수험생들은 방재안전직렬을 알지 못합니다. 방재안전직은 소수직렬의 대표적인 사례(case)라 할 수 있지만, 공무원 수험가는 직렬에 대한 연구나 고민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많이 선발하는 직렬이 당연히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고문만 선사합니다.

3. 방재안전직이 하는 일

방재안전직은 지방직으로 선발되어 시청 등에서 일하는 분들과 국가직에 선발되어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분들로 구분됩니다. 방재안전직 업무는 신설된 직렬이라 매뉴얼(manual)이나 체계가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고, 관심 있게 다루어야 할 업무가 많을 수 있지만, 정확히 업무에 대해 정통한 사람 또한 많지 않습니다. 프론티어(frontier) 정신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마음가짐이라면 일을 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재난분야는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으로 크게 분류되지만, 더 들어가 보면 자연재난에도 태풍, 지진, 폭염이나 폭설 등 계절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 분야가 많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재난의 예방과 대비 그리고 대응과 복구과정을 총괄하는 일이 방재업무라고 보면 됩니다. 방재안전직 공무원의 땀방울과 노력이 재난의 대비와 대응에서 빛을 발하겠지만, 숨은 노력으로 치부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근무했던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직은 서류업무가 많고, 규정에 따른 업무 또한 많습니다. 처음에는 맡은 업무를 하면서 일을 배우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방재안전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미개척 분야이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안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할수록 앞으로 방재안전분야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며, 더불어 발전가능성 있는 매력적인 직렬로 수험가에 자리매김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4. 방재안전직 공부법

방재안전직을 선택할 경우, 먼저 전공과목이 수험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9급 시험의 경우 재난관리론과 안전관리론이 있고, 7급 준비생의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방재관계법규와 도시계획이 있습니다. 5급 공채의 경우 1차 PSAT 통과 후, 2차 논술시험에서 치러야 할 과목으로는 재난관리론, 안전관리론, 도시계획 그리고 하나의 선택과목(행정학 등)을 합해 4과목의 논술시험을 봅니다. 즉, 9급·7급 준비가 5급 시험 준비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016년 박찬도 군(서울시 7급 근무)의 경우 2개월 공부로 방재안전직 9급·7급에 동시 합격하였고, 앞서 소개한 이병진 군의 경우도 3개월의 공부로 서울시 7급에 합격하였습니다. 전공과목 수험서가 몇 권 있지만, 강의를 하는 사람은 저 하나이고, 기출문제집 출간도 제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분야를 홀로 외로이 개척한 것이었지만, 수험생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고 기적 같은 이야기로만 생각하였습니다. 방재안전직렬 합격자를 다수 탄생시키다 보니 조금씩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도 생소하고 낯설다는 이유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두려움만 키우는 수험생이 많습니다. 전략이 필요하고 관련분야의 전문가가 분명 있을 것임에도 이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며, 자신이 초기에 선택한 직렬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행정직 합격점이 400점에 육박합니다. 제가 2015년 일반행정직에 합격할 당시 점수는 408점이었는데, 이때 통상의 합격커트라인은 380점대였습니다. 400점을 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수험가에서는 마(魔)의 점수라 불리기도 한 커트라인 400점 기록이 2017년에 깨진 것입니다. 자신의 실력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비와 남다른 전략을 세울 때입니다. 공무원 수험생은 증가하는 추세이고,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턱대고 합격을 자신하며 지금 하는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부터, 어느 직렬을 선택하고 준비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한 발 내딛기가 어렵지, 막상 시작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수험생의 고민이 깊어갈수록 인터넷(internet) 상 떠도는 뉴스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과 직접 확인하고 체험하며 도전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한 것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5. 소수직렬은 분명 존재합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것은 외롭고 힘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길을 안내하고 불을 밝혀 준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목표를 향해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오늘도 새벽을 밝히며 수험가를 생각합니다. 수험생이 곤히 잠든 시간에도 소수직렬에 관한 탐구로 기출문제를 분석하였고, 출제경향을 살펴 수험서를 출간하였습니다. 기출문제 하나를 풀이하는데 1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4계절이 두 번 지나고야, 방재안전직, 도시계획직, 수산직, 지역개발론 등 기출문제집 하나 없이 공부해야 하는 수험가에 작은 등대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필자의 노력으로 아무도 관심 없었던 소수직렬에 눈을 떠, 단기합격으로 수험가를 떠난 수험생이 많습니다. 공무원으로 생활을 한 적이 있었고, 공직의 주된 업무가 서류업무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술직렬이라 하여 외근이 많거나, 손에 장갑을 끼고 일하는 분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에서 풍기는 선입견으로 인해 소수직렬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틈이 있으니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공무원 시험공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직렬에 대한 분석은 공무원 시험공부 초기에 충분히 검토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의 실력에 맞는 선택을 하여야 합니다.

‘공무원 시험 장수생이라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직렬에 대한 고민을 하여야 합니다. 지금 하는 직렬에 자신이 있습니까? 일반행정직 커트라인 400점대를 자신합니까? 자신의 최고점을 향해 공부하고 있습니까? 1년을 더 준다면 합격을 할 수 있습니까?’

조금은 직설적인 질문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10년차 수험생과 상담을 하였고, 20번의 불합격을 한 수험생을 만나 보았던 저는 이렇게 솔직히 묻고 답하겠습니다. 시간은 또 흘러갑니다. 다시 실패하는 길을 걸어가시렵니까. 기회는 늘 이렇게 존재하는 것이었고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입니다. 결심이 섰으면 실천하고, 시작했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을 믿습니다. 지금의 저도 많은 실패를 통해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것임을 고백합니다. 고민하며 잠 못든 수험생 어느 한 분에게라도 희망의 아침이 되길, 새벽의 길목에서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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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20:19:50
그래봤자 장기적으로보면 일행직보다 비전이떨어질듯.. 일행가면 총무과 인사부서등으로 가서 승승장구할 기회라도있지.. 방재직은그냥scv로평생있어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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