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사람을 물기 시작한 개들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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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사람을 물기 시작한 개들의 세상
  • 오시영
  • 승인 2017.10.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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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우리는 흔히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개 같은 놈”이라거나 “개보다 못한 놈”이라고 개를 빗대어 비난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개의 특징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개는 그 자체로는 좋은 동물인데, 왜 못된 사람을 비난하는데 개를 가져다 붙이는지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요즘 개 같은, 혹은 개보다 못한 사람들이 더러, 혹은 많이 있는 모양이다. 여기저기에서 사람을 향해 “개새끼”라거나 “개새끼 같은 놈”이라거나 하는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정말 대책이 없다. 개돼지 같은 짐승이야 어떻게 살처분이라도 한다지만, 사람은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는, 한 생명이 온 우주보다 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도덕기준에 의해 어찌 보면 사람 같지 않은, 개 같은 사람은 정말 짐승보다 못한 인면수심의 사람이니 개돼지처럼 살처분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극단론적인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기에 존중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문화국가라는 미명이 허망해지기조차 한다.

가수 겸 탤런트인 최시원의 반려견 프렌치불독이 이웃 주민인 한국관 여주인의 발뒤꿈치를 물어, 피해자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였다. 유명연예인의 애완견이 사람을 물었고, 그 후유증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다. 어찌 보면 개 같은 사람들이 넘쳐나, 개 같은 사람이 사람 같은 사람을 비난하고 게거품을 물다 보니 진짜 개가 사람을 무는 상황이 지천에서 벌어지고 있다. 개가 사람을 무는 비일비재한 현상을 지켜보며, 올 것이 드디어 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대한민국은 애완견, 애완묘의 세상으로 바뀌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람을 좋아하기보다 개나 고양이를 더 좋아하게 되고, 그 애완의 범위가 확대되어 곤충이나 심지어 뱀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기호 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애완동물 애호가들이 그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이 끔찍하다 보니 애완동물의 모든 행동이 용서되는, 그리고 애완동물에 대한 비난을 견디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난자에 대해서는 엄청난 충격의 반격을 가할 정도에 이르고 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애완견의 엄마나 아빠라고 부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개새끼의 엄마나 아빠는 개가 분명한데, 사람이 졸지에 개새끼의 엄마나 아빠라고 스스로 자신을 칭하는 현상을 어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애완견이 어느 누구보다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생명체라는 사실에 감사하며 사랑을 듬뿍 쏟고 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나 자기가 낳은 자식보다 더 애완견을 애지중지하는 이들조차 넘쳐나고 있다. 그러니 애완견의 모든 행위가 예뻐 보이고 설령 잘못된 행동일 경우조차도 모두 용서가 되는 것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또 믿었던 이들에게서 종종 배신을 당하면서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오로지 자신을 향해 온갖 재롱을 다 피우며 사랑해 달라고 안겨오는 애완견에게 푹 빠져드는 것은 어찌 하지 못함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기에 다른 이들이 애완견의 행위를 이해하거나 용서하지 않으면,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보다 더 큰 비난으로 인식하고 가학적 공격으로 방어를 대신하는 측면조차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와 개주인이 동일시되는 견인동일체주의(犬人同一體主義)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애완견 주인들은 자신의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자기에게 그렇게 살갑게 구는 애완견이 어찌 사람을 해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말이야말로 주인에 충성하면 충성하는 개일수록 주인 이외의 사람을 적대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바로 그런 소리를 개소리라고 한다. 앞으로 개의 사람에 대한 공격이 늘어날 것이다. 그것은 어찌 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다. 애완견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애완견이 주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대적일 수밖에 없고, 시샘과 질투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주인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키려 하고,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키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기에 애완견이나 애완묘에 의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공격당하는 것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개새끼가 사람을 무는 것이므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지만, 개 같은 사람이 사람 같은 사람을 물어뜯고 비난하고 욕설을 퍼붓는 적반하장의 세상이 전개되는 이 사회현상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촛불혁명이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지난 해 이맘때쯤 JTBC 뉴스룸이 최순실(개명 최서원)의 태블릿피시에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한 사실이 저장되어 있음을 보도하면서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이 하나에서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는 놀라운 확장의 팽창력을 전 국민이 경험하였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형사기소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는 행정권력의 교체가 국민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종전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었음에도 “탄핵 이전의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던 자세에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수구정당”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홍준표 대표가 어렵게 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제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조처를 취하였으나 아직도 미완성단계에 있고, 덩달아 골수친박이라 불리던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까지 자유한국당에서 출당하려고 하였지만, 그들의 반격이 오히려 홍준표 대표를 절벽으로 밀어내는 친박의 총체적 반격이 시작되었다. 홍준표 대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경남기업 고 성완종 대표로부터 받은 1억원 뇌물사건에 대해, 서청원 의원이 홍준표 대표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홍준표 대표에게 1억원의 뇌물을 건넨 윤승모의 검찰 진술 내용(뇌물을 홍준표에게 주었다는 진술)을 번복해 달라고 부탁하였다고 폭로한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죽을 맛일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예전의 새누리당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에서 오히려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탈퇴로 인해 수구보수정당으로서의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강고해지고 있는 마당에 자유한국당을 살리는 유일한 출구는 탄핵받은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추종세력인 친박들을 자유한국당에서 분리 제거해야만 “건전한 보수당”으로서의 외피나마 입을 수 있게 되어 바른정당과 합당을 추진하여 원내 제1당의 지위를 확보하고, 친박으로 상징되는 당내 부정부패세력의 척결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품고 국민에게 이를 제시할 수 있는 건전한 보수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창출해 보려던 모든 시도가 서청원 의원의 반격(홍준표 대표가 오히려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자신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유죄의 취지로 파기환송되는 불이익을 입게 될 것)으로 인해 친박세력과 홍준표 세력이 동시에 자멸하는 이전투구, 동패구상의 예상밖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니 말이다.

결론은 그렇다, 결국 그 동안 누적된 지은 죄가 많으니 아무리 빨아도 걸레는 걸레일 수밖에 없구나 하는 한탄이 쏟아져 나올 형국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청와대로부터 언질을 받고 국정원의 국정농단개입사실이 없다고 그렇게 강조해 왔던 모든 사실들이 부정부패를 부정하는 강도가 높으면 높았을수록 자신들의 뺨을 때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이 현실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업자득의 교훈을 보고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김태흠 의원이나 김진태 의원 등이, 김진태 의원, 이장우 의원 등이 최순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사태를 방어하고자 국정원이 수립한 작전에 따라 국회에서 행동대장처럼 행동했던 많은 의정활동 등이 결과론적으로 친박의 몰락을 자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역사 앞에서 바로 서는 이들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해도 해도 이럴 수가 있을까 할 정도로 국정원의 “어두운 죄악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댓글,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작성을 통해 지원과 배제의 이중주, 자칭타칭 보수논객들을 동원한 여론몰이 내지 여론 호도,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관변단체를 동원한 관제데모,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의 나체합성사진, 대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통한 화이트리스트나 관제데모 동원 보수관변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등 열거하기조차 벅찬 수많은 불법과 범죄행위들을 국정원으로 상징되는 수많은 국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단체 활동을 해왔음이 점차 수면위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이 북한 등 적대이적단체들에 대한 정보수집 및 국익 수호를 위한 반공방첩활동을 하는 국가기관인 줄 알았더니 북한 정보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할 정도로 까막눈인데다가 오히려 국내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국민들을 이간질시키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막장드라마를 연출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니 참으로 황당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가, 위정자가 먼저 법을 지키지 않으면 백성 역시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법가사상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종래 위정자들은 자신들이 법을 앞장서서 개무시하고, 불의와 불법을 저지르는 범죄자 노릇을 하였으니 주객이 전도되고, 본말이 뒤틀리는 파괴현상이 비일비재하니,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가 확장일로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원랜드 신입사원 채용 비리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서라도 신입사원 채용 비리를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하였다. 지난 9년 동안 나라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버렸다. 떡장사가 떡을 팔지 않고 자신이 먹어 버리고, 술장사가 술을 팔지 않고 자신이 먹어 버리면, 떡장사든 술장사든 망하기 마련이다. 팔아서 번 돈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부정부패 옹호의 일관성으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서도 여전히 적폐청산에 협조하기보다는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짜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수구보수꼴통이라는 국민적 비난만 높아질 것이라는 좀을 제발 좀 알았으면 한다.

홍준표 대표는 “죽으면 죽으리라”라는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로 친박을 당내에서 제거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자신이 친박에게 도태되고 말 것이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성완종 사건으로 인해 자신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서청원 의원의 폭로에 타협하자고 달려들면 진짜 죽게 된다는 사실을 홍준표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내가 죽더라도 상대방을 먼저 죽이면 자신이 살아날 방도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미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서청원 의원에게 청탁한 비밀녹취록 소유를 천명한 마당에 상대방을 치지도 못한 채 제 스스로 제 목을 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임도 명심해야 한다.

10월 28일, 광화문에 다시 촛불이 타오를 모양이다. 청와대 권력만 바뀌었을 뿐 국회권력이나 언론권력을 아직 바꾸지 못하고, 재벌권력과 갑질권력을 아직 바꾸지 못한 현실을 하루 속히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타오르는 촛불집회에서 분출할 것이다. 어찌 보면 이번 촛불집회의 주요 타겟은 자유한국당이 될지도 모른다. 많은 국민의 의식 속에는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국정농단의 일심동체적 일란성 쌍둥이라는 인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국정원을 필두로 한 권력기관의 잘못을 저지하거나 막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그것을 오히려 방어하고 옹호하기에 바빴던 자유한국당 때문에 부정부패의 골이 깊어졌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자유한국당은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다시 한 번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개 같은 놈”이나 “개보다 못한 놈”이라고 욕하는 까닭을 생각해 보자. 그래야 개 같은 놈이나 개보다 못한 놈이 되지 않고자, 사람 같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 오늘날, 드디어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개들이 사람을 무는 빈도가 점차 높아져가고 있다. 개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당위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해야 할 때이다. 가수 안치환이 노래하지 않았는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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