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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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이유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10.27 12: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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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한때는 꽤나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 몇 년간은 좀처럼 책을 손에 잡지 않고 지낸 것 같다.

늘상 놀고 먹기만 한다는 의미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먹고 대학생’이라고 불리던 시절까지는 항상 책을 들고 있었다. 어디에 가든지 가방 안에는 책 한권이 꼭 들어 있었고 짬이 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책을 꺼내들곤 했다.

그렇게 가까운 친구였던 책과 멀어지기 시작한 시점을 돌이켜보면 아마도 수험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때가 아닌가 싶다. 매일 읽어야 하는 두꺼운 전공책은 활자에 대한 피로로 다가왔고 수험서를 손에 쥐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실용성 없는 지적 유희와 재미만을 위한 책을 드는 것은 심적 부담이 됐다.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기 보다는 머리 속을 텅 비우고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을 찾게 됐고 이런 습관은 직장인이 된 후로도 이어졌다. 더욱이 기자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글을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또 쏟아내야 하는 일이다보니 업무 외에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또 다시 글을 읽고 쓰기에는 여력이 부족했다.

여기까지 책을 읽지 않는 직장인의 변명. 줄줄이 늘어놓은 변명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느꼈던 즐거움에 대한 기억은 여전했기에 적어도 구매만은 종종 하는 편으로 책장에는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 책장에 자리 잡은 책들 중 하나는 ‘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으로 미국의 백인 빈민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여러 유명 인사들의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 본인이 힐빌리로서 백인 빈민의 생활을 체험했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된 소위 ‘개천의 용’으로 실제 경험을 담은 책이라는 점에서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모양이다.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초반에 지리적 특성이나 힐빌리의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배경에 대한 묘사가 매우 상세하고 길게 이어지는데 ‘캔자스는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인 도로시가 살던 동네’ 수준의 얄팍한 배경 지식으로는 생소한 지명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또렷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내용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몰입도를 떨어트린 부분은 힐빌리에서 개천의 용이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없었던 점이다. 아직 끝까지 다 읽은 상황이 아니라 기자의 오해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읽은 부분만으로는 저자가 힐빌리들이 ‘스스로 포기’하기 때문에 용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이유로 그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느껴졌다.

지극히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용이 될 수도 있는데 힐빌리들은 ‘노력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애초에 노력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자는 힐빌리의 노래를 읽으며 본인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떠올렸다.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쳐 좌절하고 매일 무언가를 포기하고 버리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자신의 진짜 꿈이 무엇인지 찾아볼 여유도 없이 그저 최소한의 안정을 찾아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의 청년들이 몰리는 현실. 아등바등 스펙을 쌓아도 합리적인 근로조건과 급여가 보장되는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그런데 돈 많고 권력 있는 집안의 자식들은 유학이니 연수니 스펙도 쉽게 쌓고 그 좋은 스펙으로 좋은 직장도 차지한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자격도 되지 않는 부자와 권력자의 자녀들이 청탁을 통해 좋은 직장에 부정채용됐다는 소식들이 계속 들려온다.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이들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과 능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일부 성공 사례가 그렇게 되지 못한 다른 이들을 비판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더 이상 개천의 아이들에게 ‘노오오오오력’을 강요하지 말라. 그들이 용이 될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드는 열악한 환경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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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공정 2017-10-27 18:39:15
로스쿨 적폐 해소의 최선책은 견제세력으로서 사법시험 병존!
금수저와 변호사자격증 없는 교수들은 꿀 빨고, 적폐 번들인 특별전형 이외 서민들은 들러리 병풍ㅠㅠ

사법시험존치 청와대 청원에 동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1분 번거로움이 `희망의 사다리` , `공정한 대한민국`, `붕어, 개구리, 가재도 개울을 벗어날 수 있는 세상` 의 초석이 될 수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19128?navigation=pet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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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적폐 청원`

ㅇㅇ 2017-10-29 13:24:39
사시폐지됐는데...법저는 어찌되죠?? ㅠ.ㅠ 계속 신문사 운영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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