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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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04)
  • 박준연
  • 승인 2017.10.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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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미국 로스쿨에 대한 흔한 오해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 그리고 진학한 후의 첫학기는 공부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과 별개로 이런저런 마음 고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 중 몇 가지가 혹시나 나를 빼고는 전부 이러저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 중 몇 가지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나 빼고는 모두가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서의 비전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로스쿨에서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졸업하고 꼭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기회가 드물지만, 로스쿨 첫 학기도 채 끝나기 전에 1학년을 마친 후 여름방학에 어떤 일을 할 지 고민하면서 졸업 후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로스쿨 학생 신분이라도 다양한 업무 분야가 있는 대형 로펌(full-service law firm)과 면접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거의 매번 받게 된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혹은 로스쿨 진학 전부터 변호사로서의 비전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는 막연히 로스쿨에 가야겠다, 미국에서 법학을 공부해야겠다, 학위와 변호사 자격증을 바탕으로 일을 하고 싶다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미국 로스쿨에 진학했다. 내 기억과 경험으로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특히 내가 졸업을 앞두고 시작된 미국발 전세계 금융 위기는 로스쿨 졸업생의 채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대형 로펌에서 업무 수요 격감으로 인해 1,2년차 변호사를 불가피하게 해고하는 한편, 로스쿨 졸업생의 신규채용도 줄이고, 이미 채용을 결정한 경우도 채용을 취소하거나 업무 시작 시기를 늦추었다. 금융 위기는 업무 분야별 변호사 수요에도 영향을 끼쳐, 내가 졸업할 무렵에는 파산 관련 업무가 급증하고 파산 변호사의 채용이 크게 늘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한편,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이 변호사라고 해도, 간접 경험을 통해 변호사의 생활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이 어떠한 업무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직접 로스쿨에서 그 분야를 공부하고, 일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본 후에는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금융위기가 좋은 예지만 변호사의 채용, 업무 환경도 급격하게 바뀔 수 있고, 상황의 변화로 계획이 생각한 것처럼 순조롭게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로스쿨 신입생들이 로스쿨 재학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 분야를 결정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2. 많은 학생들이 입학 전에 법무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을 살려 로스쿨에 잘 적응할 것이라는 생각

내가 로스쿨에 다닐 때는 주변에 수는 적지만 로펌에서 패러리걸이나 비서로 일했던 동기들이 있었고, 우연치 않게도 그런 동기들이 다들 로스쿨 수업, 특히 소송법 관련 수업에 대해 잘 이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미국 로스쿨 입학 전에 미국 법제에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반대로 로펌 경험이 있는 로스쿨 학생들의 설명에 따르면, 업무 경험이 로스쿨 수업에 도움을 주는 분야는 로스쿨 1학년 필수 과정인 민사 소송법 (civil procedure)인데, 그 외의 분야에는 그리 큰 도움을 못 받았다고 한다.

3. 로스쿨의 분위기는 서로 경쟁하는 데에만 혈안이라는 생각

로스쿨을 묘사하는 TV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로스쿨 수업과 시험을 학생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묘사한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로스쿨 전 수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1학년 수업 대부분은 상대 평가로 성적을 평가하고, 그 성적은 로스쿨 졸업 후의 취업을 크게 좌우하므로 경쟁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경쟁이 일상 생활, 로스쿨 동기들과의 관계에까지 이어지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수업 뿐 아니라 저널이나 다른 과외 활동에서 친해지고, 로스쿨 생활에서의 고민을 서로 나누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로스쿨을 마치 약육강식의 세계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나의 경험과 차이가 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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