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딸과 함께 쓴 칼럼 - 법조인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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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딸과 함께 쓴 칼럼 - 법조인과 ‘사람’
  • 이은경
  • 승인 2017.10.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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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20대 가장 불안했던 시절, ‘고아와 과부를 돌보겠다’는 버거운 다짐을 붙잡고, 11년 법복을 입었다. 선과 악을 판단하기 때문일까? 법을 다루는 직업은 ‘사람’에 대한 공감과 연민 없인 감당키 어려웠고, 고통과 외로움이 뒤따른다는 걸 깨달았다.

변호사 개업도 어느덧 15년, 산전수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사람’과 얽힌 수많은 경험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실로 다양한 삶과 마주쳤다. 몸과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 사람, 죽음을 넘나드는 험악한 인생도 보았다. 부, 명성,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 범죄에 휘말린 필부필녀도 만났다. 처지는 현격히 달라도 실존의 고통만은 예외가 없었다. 진정 법조인은 타자를 위해 존재하는 직업인가. 이 사람들을 과연 어떻게 대할 건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고, 실패도 적지 않았다. 허나, 타자를 의식하는 첫 번째 방법은 나랑 비슷하리라는 나이브한 생각부터 깨는 거였다. 그 사람에 맞는 가장 적절한 도움을 다양하게 탐구하는 게 필요했다.

과연 “법조인”의 삶이 무엇인지 한마디 하라면, “도움”이란 뜻의 “eze”라 답하고 싶다. ‘사람’을 돕는 건 범죄자라 한들 예외가 아니다. 절망에 휩싸인 한 사람에게 돌이키고 살아갈 힘을 북돋아 주는 건 고달플지언정 기쁜 일이다. 모든 일을 사랑의 관점에서 구현하는 게 가능한지를 고민하는 건 늘 무거운 숙제지만 말이다. 나는 ‘사랑’이 삶의 뿌리인 동시에 삶의 성취를 위한 원천이라는 말을 굳게 붙들고, 오늘도 도움을 기다리는 한 사람을 만난다.
 

 

 

 

 

이혜승 미국 뉴욕대(NYU) 스턴 경영대 졸업

바야흐로 표현의 시대가 왔다. SNS와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다양한 정보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손쉽게 의견을 올릴 수 있는 댓글 기능은 더 많은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그런지, 혐오 표현 또한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범죄자에 관해서는 관용이란 어림도 없어 보인다. 그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는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뒷전이다. 물론 형벌의 목적엔 응보가 있지만, 낙인효과로 귀결될 수 있는 엄벌주의가 무조건 타당한 것일까?

먼저 범죄의 사회적 기원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많은 범죄자는 유년기에 가난, 가족의 사망, 트라우마, 범죄 피해 등을 겪었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어린 나이부터 경찰과 사법제도를 접했다. 현재 우리나라 재소자 수는 6만여 명에 달하고, 교도소 수감비용은 1,000억 원을 넘었다. 우리는 왜 한 사람을 80년간 교도소에 가두기 위해 이렇게 큰 돈을 쓰는 것일까. 그 돈을 미리 투자하여 예방에 쓴다면 막을 수 있는 범죄가 매우 많아 보였다.

비록 나는 아직 법조인이 아니지만, 법조인의 꿈을 꾸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먼저 발 벗고 이 일에 나서면 어떨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소년범들을 기소하고 판결을 내려 범죄기록이 남게 하는 대신, 사회 교화를 이룰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깊이 뉘우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 안전을 꾀하는 길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심리치료를 알선해주며, 경제적 자립을 위해 후원해 주는 것이 오히려 범죄인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사건 때부터 청소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예비 범죄자로 찍혀 자포자기하는 것보다 더 안정적인 삶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법조인이 한 사람을 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형벌의 최후 수단성 원칙에 부합하고, 진정 미래에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어금니 아빠’ 등 극악무도한 사건도 많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중범죄까지 선처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였기에, 적어도 희망이 보이는 이들은 우리가 먼저 보듬어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서 모든 것이 데이터로 표현되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법조인들은 사후적 정의 실현뿐만 아니라 사전적, 예방적 시각에서 다가가는, 오히려 누구보다 ‘사람’과 더불어 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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