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거부, 저항인가 생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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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거부, 저항인가 생떼인가
  • 오시영
  • 승인 2017.10.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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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저항은 아름답다. 저항은 약자가 강자를 향해 내젖는 처절한 몸의 언어이다. 굶음과 말없음, 등돌림과 무릎꿇지 않은 무릎꿇음으로 저항은 표현된다. 죽기 직전 살기 위해 벌이는 극한투쟁이 저항이다. 저항하는 자가 될 때 비로소 자기의 길을 걷게 되고, 자기의식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저항하지 않는 자는 영혼이 죽은 자이고 몸이 죽은 자이고 정신이 죽은 자이다. 가장 처절한 저항은 사랑마저 저항할 때 나타난다. 사랑이 모든 것을 감싼다며 대부분 사랑 앞에 주저앉고 말기에, 사랑 앞에서조차 저항할 수 있을 때 어찌 보면 진정한 저항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드디어 자신의 생에 대한 저항을 시작하였다. 어찌 보면 겁에 질린 공주의 마지막 생떼일 수도 있지만, 필자는 드디어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생에 대한 최종적 위기를 스스로 개척해야겠다는 각오로 진정한 저항을 시작하였다고 평가해 주고 싶다. 한 번도 자신의 생에서 저항을 해본 경험이 없었을 것인데, 그러기에 어찌 보면 최초의 저항일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지만, 이제 비로소 저항을 해보려는 시도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항은 자기가 하고자 하던 것들이 성취되지 않거나 커다란 힘에 부딪쳐 거부당할 때 제 뜻을 달성하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다. 평생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동안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어 왔거나, 아니면 자기 뜻을 한 번도 제대로 주장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전자의 삶, 즉 온실 속 화초처럼 과보호되고, 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모든 것을 알아서 해 주었던 까닭에 구태여 본인이 크게 저항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그 해결을 위해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는지 본인은 구태여 인식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을 살아왔기에 저항이라는 극렬한 단어를 그다지 인식할 필요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저항이 서툴고 어설퍼지기 쉽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옥중에서 본인 입으로 “형량이 20년이 되든 30년이 되든 상관없다”고 한 말이야말로 ‘아, 이러다 평생 감옥에서 썩겠구나’라는 두려움의 발로이고, 이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겁먹었음을 의미한다. 말로야 ‘아무 것도 아니야’ 라고 의젓한 듯 하지만, 그 말속에 숨어 있는 두려움은 ‘어찌 상황이 잘못 전개되고 있는 것이 확실하구나’하는 자기 인식을 비로소 하게 되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지난 연말께부터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불거지고 성난 민심이 촛불집회로 타오를 때부터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 박영수 특별검사에 의한 구속 기소에 이르기까지 박 전 대통령은 ‘이러다 풀려나겠지’하면서 그 때가 오늘일까 내일일까 하며 기다려 왔을 뿐 실제 자신이 유죄의 범죄자로서 오랜 수감생활을 하리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1,2차 대국민담화를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고,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심한 제스처를 써가며 유치한 호도전략을 쓰기도 했던 것이다. 그 정도 하면 모든 것이 풀렸던 과거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가 다시 6개월간 구속 영장을 연장하게 되자, 비로소 자신이 기소된 범죄사실에 유죄의 심증을 재판부가 갖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면서 비로소 현실상황이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참으로 뒤늦은 깨달음이지만, 이제서라도 겨우나마 깨닫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필자가 본란을 통해 몇 번 밝혔지만,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변호사로서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변호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탄핵재판에서부터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 재판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방향을 거꾸로 잡고서 피고인 박근혜씨 눈치보기에 급급하여 진실을 호도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번 과정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1차 구속영장 만기일인 10월 17일 석방될 것이라고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얼마나 변호사들이 6개월만 버티면 구속만기가 되어 석방될 수밖에 없다고 헛된 안심정보만을 주입시켜 왔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재판을 가능한 지연시켜야 하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하며 작성한 참고인진술조서 등을 부인하고, 그 참고인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워 일일이 물어보는 과정을 통해 재판을 지연시킬 필요가 있다며 재판 지연전략이야말로 최고의 변론이라고 속삭여왔을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것이다.

필자는 이전부터 1차 구속영장 기간 6개월이 경과되어도 2차 영장이 발부되거나 이미 심리가 끝난 일부 사건에 대한 일부판결을 통해 구속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 밝힌 바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사건은 순수한 형사재판이라기보다 정치재판적 성격도 있기 때문에 유무죄를 다투는 공판전략보다는 정치적 대타협에 의한 정치적 사면 등을 기대하며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음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계속하여 이 사건을 형사사건으로만 몰고 가는 바람에 측근들이 줄줄이 법정에 불려나와 증인석에서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려줌으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능과 부정부패만 더 부각시키는, 그로 인해 그의 지지층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합리적 보수마저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환멸을 느끼고 완전히 등을 돌리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반복해 왔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드디어 정치적 저항을 시작하였다.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한 재판의 본질을 범죄에 대한 형사재판이 아닌 정치 투쟁에 패배한 정치재판으로 물꼬를 바꾸고자 저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자신의 모든 변호인들을 사임케 하고, 스스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몸이 아프다면서 법정에 출석할 수 없다는 불출석계를 제출하였다. 이러한 행위가 생떼로 그칠지 아니면 단식과 같은 목숨을 담보로 건 최후의 저항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은 단식과 같은 최후의 수단을 통해 정치적 저항을 시도할 것이다. 그렇게 예측된다. 하지만 그를 지지해 줄 합리적 보수가 등을 돌려버린 현실은 그의 저항을 어쩌면 마지막 생떼로 치부하며 더 등을 돌려버리는 여론의 악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그녀에게 남아 있는 것은 10% 남짓 될 것으로 추정되는 극보수층의 지지라 할 것인데, 이러한 극보수층은 정치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에 아무런 실체적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물론 거리에서 태극기를 휘두르는 현상으로 잔존하겠지만, 이를 정치적 역량으로 묶어 그녀에게 실제적 도움을 줄 세력화가 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음이 대단히 바쁘고 급하다. 지금 상태로 나아가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필패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여전히 보수의 집결지로 합리적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지연을 근거로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그다지 전망이 밝지 못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지방선거에서의 필패를 막기 위해 합리적 보수를 끌어안아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그 첫 번째 행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미국으로의 출국을 앞둔 오늘쯤 홍준표 대표의 결단이 내려지지 않겠는가 추측되기도 한다. 덩달아 친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에 대한 조치도 함께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친박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가 홍준표 대표가 직면한 골칫거리라면 골칫거리라 하겠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을 계속하거나 사선변호인을 새로이 선임하지 않는다면 국선변호인을 선임하고 궐석재판으로라도 재판이 진행될 것이다. 국선변호인에 의한 제대로 된 방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검찰의 공격으로 더 많은 범죄 사실들이 일방적으로 밝혀질 것이고, 결국 국민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합리적 보수가 등을 돌려버려 그녀의 저항을 지지해 줄 세력조차 붕괴되어 버렸기에 그 저항의 파괴력은 아마 미미할지도 모른다. 물론 일부 보수 언론이나 극보수층의 극렬한 저항마저 없지는 않겠지만, 그 정도는 결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저항은 나름 높이 평가한다. 비로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기 인식의 사고력을 회복했다고 믿고 싶어서이다. 이러한 저항을 통해 그녀의 마지막 승부수가 통할지 아니면 더 극단적인 몰락을 자초할지 알 수 없지만, 현 법치체제, 헌법체제에서는 그 마지막 승부수는 별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잠시의 혼란은 있겠지만, 현행 사법체계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시스템에 의해 절차법대로 진행이 이루어질 것이다. 불출석을 계속하더라도 궐석재판이 이루어지고, 형량이 선고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법정에서 2차 영장 발부로 인해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으며, 정치보복은 자신으로 마침표가 찍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역사적 멍에와 책임도 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앞에서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함으로써 여전히 자신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까닭에 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저항을 시작하면서도 사실의 본질을 여전히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박 전 대통령은 형사사건을 부정함으로써 정치사건으로 비화시키고 싶어 하지만, 국민은 최순실과 결탁된 국정농단이라는 헌법파괴 및 법률위반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인식하고 있어 인식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그의 저항의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녀의 반발은 그녀에 대한 출당을 앞두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내홍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더 크다. 그리하여 친박계와 홍준표 대표 사이의 당내 권력 쟁투를 심화시키고, 보수층을 더 이탈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니까 어느 쪽으로 튈지 감히 예단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저항은 그것만으로 아름답다. 촛불이 꺼지기 직전의 마지막 한 번 타오를 마지막 불꽃일지언정 필자의 눈에는 아름답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박 전 대통령의 미국내 국제법무팀으로 알려진 MH그룹의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받아 “박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서 지내고 있으며 계속 불이 켜져 잠들 수 없고, 침대가 없어 허리가 아프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하였다. 이에 대해 한국 교정당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며 구체적 사실을 열거하였다. 노회찬 의원은 147일 구금일수 중 148회 변호인 접견을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한 번도 국내에서 위와 같은 보도내용이 그녀의 변호인으로부터 항의된 적도 없었다. 국내외적으로 의도적 저항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 저항은 그녀 입장에서는 해볼 만하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하지만 국내 여론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녀의 마지막 발언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랍니다”라는 말은 그녀가 평생 해 온 말 중에서 가장 멋진 말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옆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내보인 것은 그녀의 화법에 비추어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 말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는 것인지, 진정성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저항을 시작하면서 내뱉은 최후 진술이겠기에 그 진정성을 믿고 싶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법원의 선처를 바라면서도 그들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나 미안함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지만, 과연 진실이 밝혀질 때 그 진실이 그녀에게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저항은 아름답다. 누구든지 자기에게 불리하고, 스스로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저항할 수 있다. 저항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 우리네 삶에 저항하며 스스로 우뚝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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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 2017-10-21 08: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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