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조·재야·학계 두루 거친 김홍엽 변호사에게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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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조·재야·학계 두루 거친 김홍엽 변호사에게 듣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10.19 17: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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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하나하나를 연구 과제로 여기고 재판”
“재야...재조의 확대이자 재판의 확대라 생각”
“로스쿨 성공,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에 달려”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지난 9월,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직에서 퇴임한 김홍엽 법무법인 법교 대표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를 십여 년 만에 재개했다.

말끔히 단장한 그의 새 사무실에서 만나 본 김 변호사는 묘하게도 재조의 분위기와 재야 분위기, 학자 분위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그는 자신이 집필한 저서들의 겉표지를 아내가 수집한 네잎 클로버 사진으로 통일, “독자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전하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에서 그는 친근하면서도 때로는 단호한 어조로 자신의 주장을 개진해 나갔다.

여러 화두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보였고, 특히 로스쿨 제도에 대하여 많은 말을 전해 왔다. 다음은 김홍엽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 10년 가까운 기간 실무에서 떠나 학계에 계시다가 얼마 전 다시 법무법인을 꾸리셨습니다. 재조·재야·학계 각 위치에 있을 때마다 사명감과 중시하는 점들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

각각의 자리에 있을 때마다 그 분야에서 요구되는 바람직한 모습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먼저 재조에 있을 때는 재판에 충실했습니다. 사건을 가장 정의롭고 형평에 맞게 처리하려면 해당 사건을 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리에 밝음’은 분쟁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날카로운 도구를 갖추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사건 하나하나를 연구과제로 생각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재판에 임했습니다.

재야에 있을 때는 재야가 재조의 확대, 즉 재판의 확대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법대에서 하는 재판’이 ‘법대 아래에서 하는 재판’으로 위치 설정만 바뀌었을 따름이므로, 변호사의 업무 역시 법정과 함께하는 업무라는 인식을 가졌습니다.

학계에 있을 때는 재조·재야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어 뜻 깊고 보람 있었습니다. 법원에 있을 때부터 학문 활동과 강의를 했습니다만 전업으로 교수 생활을 하면서 마음껏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점이 좋았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한 입장에서 이론은 실무에 의하여 검증되고 실무는 이론적 근거를 두고 발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수로서 이 부분에 사명감을 두고 뿌듯하게 일했습니다.

- 법원에서 재판 하실 때와 변호사로서 판결을 기다릴 때의 심경이 다를 텐데요. 변호사로서 전관예우나 불공정 재판 논란은 어떻게 보시는지.

전관예우는 법원이나 검찰이 상황적으로, 그리고 심정적으로 전관 변호사에 대해 호의적 입장을 취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전관이든 전관이 아니든 오로지 법리에 의해서, 공정하게 재판하고 수사하겠다는 직업적 마인드가 확립되지 않는다면 전관예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전관에 대하여 호의적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물리적 장치를 강구할 수도 있습니다만, 인식을 철저히 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관예우 문제는 근본적으로 판사나 검사가 재판과 수사에 있어 사법관 내지 준사법관으로서의 자세를 결여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므로, 자신이 맡은 업무가 공정하지 못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들을 일체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무엇보다 전관예우에 대하여 ‘(전관예우가) 있다 혹은 없다’는 식으로 논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합니다. 법원 내부에서는 전관예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직역적 이해관계가 있는 입장이기에 충분히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의 존재를 명확히 인정한 이상, 법원 내부에서도 전관예우의 존재·부존재에 대한 불필요한 논의를 더는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과거에 비해 변호사 시장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이야기 됩니다. 새로이 시장에 나오는 변호사들이 자리를 잡는 데는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제가 첫 개업을 한 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변호사 시장 분위기가 크게 변한 것은 사실입니다. 실력 있는 변호사가 성공하는 시장 분위기가 바람직합니다만, 실력 있는 변호사를 찾고 맡기는 시스템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단순히 바람에 그칠 뿐입니다.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실력 있는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법조인의 사명을 잊지 않고 늘 법조인의 사명을 되새기며 변호사로서 자랑스럽게 일을 해야 합니다.

젊은 변호사들은 시대가 바뀌었으므로 다양한 분야를 개척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스쿨 체제의 장점은 ‘다양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법조인 양성’이기도 합니다.

어려워도 좌절하지 않고, 혼자서 어려울 땐 힘을 합쳐 서로의 자질과 역량을 체계화하여 그 시너지로 여러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 학교에 계실 때 실무가교수협의회 회장을 맡으셨습니다. 실무를 접목한 교육기관이라는 로스쿨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로스쿨 체제 들어 이전에 없던 논의들이 학계에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실무 교수 입장에서 보는 법전원제도 전반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로스쿨 제도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로스쿨은 법조인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갖추도록 예비 법조인을 교육하는 고등교육기관입니다. 하지만 법조계는 전반적으로 로스쿨 제도를 법조인 배출 방식 내지는 패러다임으로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로스쿨 제도를 로스쿨 밖에 서서 로스쿨에 대한 막연한 인상에 의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강박관념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는 편면적인 통계에만 의존하여 접근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나 대한변협도 매우 편협한 시각과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교육의 질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고, 법조 인력의 수급이라는 정량적 관점에서 로스쿨 제도를 바라봅니다. 즉 로스쿨에서 실무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는 생각하나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떠한 실무교육이 필요한지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로스쿨이 사법연수원만큼의 실무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만 착안하여 로스쿨 실무교수를 확충하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실무교수를 확충한다고 하더라도 실무과목을 그에 비례하여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 변호사시험과 연계하여 실무교육이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것인지, 로스쿨에서 이루어져야 할 실무의 내용은 어떠한지 등과 같은 실질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제대로 된 로스쿨 교육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장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우리 로스쿨 제도는 아직 정착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데,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로스쿨을 둘러싸고 형성된 이해 집단의 이해관계입니다.

한편으로는 변호사시험의 저조한 합격률로 인하여 실질적 의미에서 로스쿨 체제가 사법시험 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합니다.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로스쿨이 ‘실무에도 통용하는 실제적 법학 교육을 행하는 교육기관’이라는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혀야 합니다. 로스쿨을 진정으로 살피고 아끼며 다듬어 주는 마음이 아니면 로스쿨 제도의 성공은 기약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로스쿨의 안착을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한 개선점을 꼽으신다면.

로스쿨에서 법학을 ‘제대로’ 가르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로스쿨을 실무연수기관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대한변협이 로스쿨 제도에 대해 정확한 관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로스쿨 제도에 관한 한 대한변협은 비전문가이기에 오로지 변호사 직역보호 차원에서만 로스쿨 제도를 이해하면서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출되는 법조인 수를 법조 시장의 수급상태를 반영하여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궁극적으로 법조인이라는 직업은 국민을 위한 직업입니다. 국민을 위한 ‘법률서비스 실질화’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부와 대법원 역시 로스쿨에 대하여 진지하게 그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강구하려는 태도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작금의 분위기는 법무부와 대법원은 뒷전에 있고 대한변협만이 로스쿨 제도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입니다.

- 지난 8월에 발간하신 책 <민사사법제도론>에서는 우리나라 민사절차법의 연구 수준이 참담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하셨습니다. 민사법 개정에 참여하는 민사소송법 전문가도 거의 없어 법 개정 과정에서의 전문성 또한 우려된다고 언급하셨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신다면.

민사절차법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근본적 이유는 좀 과격하게 말해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로써 대변할 수 있습니다. 실무가들은 ‘일을 함에 있어 절차법 지식은 기본이고 제대로 알든 모르든 필요로 하는 지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 버립니다. 절차법을 제대로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분야도 그렇지만 민사집행법, 나아가 도산법 분야도 그렇습니다.

실무 경험이 없는 이론교수들은 자신이 내세우는 이론이 실무적으로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즉 실무에서 어느 정도로 설득력 있게 자신의 이론이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은 외국의 논의를 그대로 가져와서 자신의 주장으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국과 우리나라는 법문화 내지 법정서, 법인식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쟁점사항도 그 나라의 법체계 전반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쟁점만 떼어내어 주장할 뿐 우리나라 법체계와 맞는지, 우리나라 실무에서 통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관심을 가진다 하더라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법 개정 등의 과정을 보면 너무나 소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미 개정 작업의 큰 방향이 설정된 상황에서 구색만을 맞추듯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위원도 그 분야의 전문가인지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참여시킵니다. 이미 정해진 방향이 있기에 논의도 그 방향에 따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됩니다. 법률 개정사항은 의원 입법 등으로, 규칙 사항은 요식적인 입법 예고를 거쳐 일사천리로 이루어집니다. 즉 입법 과정에서 선진화된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 없습니다.
 

 

- 변호사께서 생각하시는 ‘사법 정의’란 무엇인지. 법치국가인 이 나라에서 ‘법’에 대한 국민의 의식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저의 어릴 적 꿈은 우주물리학자가 되는 것이었고, 지금도 다시 태어나면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사법정의’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뜁니다. 법조인과 법학자가 된 것 자체를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제 삶이 사법정의라는 큰 물줄기를 놓치지 않았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잃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법정의는 올바른 것을 세우는 일이자 옳지 않은 것을 뿌리치는 일, 즉 파사현정(破邪顯正)입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배운 라틴어 격언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d servanda)’와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fiat justitia ruat caelum)’는 말입니다. 이 격언들처럼 사법의 근본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판사나 검사, 변호사 모두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며 무엇보다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하는 책무를 충실히 실행해야 합니다. 나아가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상식에 맞게 일을 해야 하고, 내가 하는 일이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늘 성찰해야 합니다. 하루에 세 번이 아니라 매 순간 거듭 묻고 답하여야 합니다.

국민은 자신이 이해하는 옳고 바름이 과연 법적 정의에 부합한지 비추어 보면서 마음을 비우고 사법을 신뢰해야 합니다. 국민과 사법은 서로 하나이자 상호적 관계에 있습니다. 즉 진정한 법치국가를 이루어 나가는 것은 국민과 사법 모두의 몫입니다.

인터뷰 김주미 기자, 사진 이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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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이또이 2017-10-19 23:13:15
귀감이 되는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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