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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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02)
  • 박준연
  • 승인 2017.10.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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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미국 로스쿨과 외무고시

미국에서 생활해본 경험도 없이 로스쿨을 진학하기로 한 결정은 무모했다. 지금에 와서는 결과적으로는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고, 몇 차례, 번복하고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게 미국 로스쿨에 가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사실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외무고시 준비 과정, 특히 2차 시험 준비 과정은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실하게 노력하면 그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미국 로스쿨 공부가 힘들고 다른 제도, 다른 문화, 다른 언어의 장벽도 있지만, 솔직하게는 고시 준비할 때처럼 노력하면 안 될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주변에 미국 로스쿨에 진학한 사람이 없어서, 인터넷이나 책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 외에 미국 로스쿨에 대해 무지했던 부분도 무모한 선택에 일조를 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론은 노력이나 성실함은 성공(물론 성공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 하는 문제는 있지만)의 충분조건이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외무고시 2차 시험을 처음 준비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루 종일 공부를 하자는 생각에서 아침 일찍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하루 종일 시험공부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공부를 하는 척 한 것이다. 물론 시험공부라는 일상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가 궤도에 오른 것은 과목별로 어느 정도 공부의 요령을 파악하고, 내게 맞는 공부 방법을 고르고, 시험공부 하는 몇 달간 계속할 수 있는 생활 습관, 내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까지 어느 정도 정하고 실천한 시점이었다.

로스쿨도 그렇다. 다들 로스쿨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 첫 학기라서 마음만 급했던 부분도 있다. 공부 방법을 고민할 여유 없이 일단 도서관에 앉아있었다. 요령을 파악하지 못하니 예습과 복습에 시간이 걸리고 그에 따라 자고 쉬고 식사할 시간도 부족해지는 악순환이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수업 시간 외의 시간은 공부를 하며 보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할 여유도 없이 나도 ‘일단’ 그렇게 공부하기로 했다. 첫 학기 성적표를 받아보고, 마침내 공부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예습, 필기, 복습과 시험공부 과정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여전히 공부할 시간은 부족했지만 시간을 정해 최소한의 수면 시간은 확보하려고 했다. 로스쿨 공부도 그 이후에 비로소 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매일매일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나 역시 가끔은 지치고 나의 선택에 대한 회의와 싸우기도 했다. 비로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금도 아주 가끔 악몽의 배경으로 출현하는 장면이 신림동 고시 준비 학원의 강의실에서 2차 시험 직전에 답안 작성을 연습하던 경험, 로스쿨 도서관에서 48시간 오픈 북 시험 답안을 작성하던 경험이다. 그때는 단지 같은 공부 루틴을 매일매일 계속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노력과 성실에 더하여 또 다른 충분조건은 요령이라고 생각한다. 꼼수를 부리고 지름길을 찾는다는 의미의 요령이라기보다,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가능하다면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기 위한 요령이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도 없다. 요령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남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시공부를 할 때도, 로스쿨 진학 준비를 할 때도, 로스쿨에 다닐 때도 자신의 제한된 경험을 마치 정답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있었고, 그때마다 참고는 하되 그게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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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17-11-16 11:41:22
'여전히 공부할 시간은 부족했지만 시간을 정해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확보하려고 했다.' 공감되는 부분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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