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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전 대법관 “법관의 자기인식이 판결의 질 결정해”
김주미 기자  |  hova@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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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0  17: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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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한국법학원 주최 강좌서 강연
‘논리와 직관-법률가의 고민’ 주제로 풀어가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난달 26일, 한국법학원(원장 권오곤)이 주최한 ‘법률가가 된 뜻을 되새기는 강좌’의 세 번째 강사로 나섰다.

올해 진행된 이 강좌에서 김영란 전 대법관, 양창수 전 대법관에 이어 세 번째로 강단에 선 안대희 전 대법관은 ‘논리와 직관-법률가의 고민’이라는 주제하에 어려운 이야기들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안 전 대법관은 강의의 첫머리에서 “법치국가화 되면서 법의 중요성은 점점 증대되는데, 판단자의 사소한 견해차이가 판단을 받는 자들에게는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잘못된 법적 판단과 판결은 곧 공적인 불의가 된다”며 “법적 판단을 직업으로 하는 법률가들의 과제는 입법과 법적용에서 발생하는 자의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그는 ‘법적 판단이란 논리와 직관, 연역과 귀납, 당위와 현실이 만나는 곳에 있게 된다’고 한 아르투어 카우프만의 말을 인용하며 “논리적으로 포장된 판결문에도 그 근저에는 법관의 가치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법적 판단에 대하여는 반성적 고찰이 필히 뒤따라야 하는데 ‘정확한 사실인정을 했는지, 선입관에 의해 한 증거판단은 없는지, 개인적 정실에 의해 오도된 결정은 없었는지, 지나치게 논리를 추구하다 잘못 판단한 것은 없는지, 법률요건에 대한 해석에 이론적 정합성이 있고 보편타당했는지’ 등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 안대희 전 대법관 / 사진 김주미 기자

법관 간 견해차이, 어디서 오나

안대희 전 대법관에 따르면 해석의 방법인 문리적 해석과 목적론적 해석 사이, 추상적 성격의 규정 해석, 자유심증주의로 인하여 법관 간 견해 차이는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가 ‘몇 안 되는 7:6 사건 중 하나’라고 소개한 2006도4549 판결은 ‘수자원공사 임직원에의 청탁이 변호사법 위반인지’에 대하여 문리적 해석과정에서 벌어진 견해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다.

형사사건에서도 부정행위를 인정한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은 추상적 성격의 규정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8:5로 갈렸다.

종전의 판례와 조세법이론은 허위신고를 부정행위로 인정했는데, 대법원은 허위신고가 없더라도 고의적으로 징수를 어렵게 하는 것도 부정행위라고 판단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나 형사소송법 제307조 등은 우리 법관이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실인정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자유심증주의) 안 전 대법관은 “이 때문에 동일한 증거에 대하여 심급 간, 법원·검찰 간, 법관 상호 간 증명력 판단에 차이가 생기며, 증거의 증명력에 대해서도 신빙성에 대한 심증의 차이 및 입증의 충분성에 대하여 차이를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검사 시절에는 ‘범인이냐, 아니냐’와 같은 실체적인 부분에 몰두하느라 절차의 중요성을 잘 몰랐는데, 대법관이 되어서 절차의 중요성을 많이 배웠다”고 술회했다.

그는 “법적 판단의 정당성이 오직 절차를 통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절차 안에서 생긴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소송절차란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그 한계점을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안 전 대법관에 따르면 소송은 전략적 행위이지 의사소통절차가 아니며, 상당한 정도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참된 인식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또 소송은 도그마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소송참가자들은 법률, 때로는 결함있는 법률에 구속되게 된다. 나아가 소송이란 ‘논거들의 포만’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합의 없이도 종결되는데, 소송이 진리와 정의에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법정 평화에 봉사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더라도 법적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은 합리적 담론에 기한 결과다. 법원의 모든 참가자들이 ‘이성적으로 논증하기만을 요청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이기 때문이다.
 

   
▲ 단체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권오곤 한국법학원 원장, 가운데 안대희 전 대법관, 오른쪽에서 세 번째에 신영철 전 대법관. / 사진 김주미 기자

“판결의 질은 법관이 결정한다”

안 전 대법관은 미 연방대법원 첫 유대인 출신 대법관인 벤자민 카르도조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판결은 과학이 아닌 예술이며 훌륭한 판사는 유추, 장인적 기술, 정치적 예지, 그리고 사명감을 융합하여 직관적인 판결을 만들어내고, 판사는 직관을 통해 법을 더 잘 인식한다”고 말했다.

즉 판사들이 어떤 가치판단으로부터도 자유로웠다고 핑계를 댄다면 그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가치판단과 정치적 확신들을 성찰적으로 고려할 수 없었다는 말과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안 전 대법관은 카르도조의 말에 동조하며, “법관들이 사안에서 선입견 또는 선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더 해석주체이자 법적용자인 법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들은 포섭 작용에 앞서 규범(법률)과 사례를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창설적이고 창조적인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안 전 대법관은 “법관이란 법률로 하여금 비로소 말하게 만들고, 법률로부터 사례 관련적 의미를 이끌어 내며, 법률의 쇄신적 힘을 작용하게 만들고, 법률을 추상적 견고함으로부터 일깨워 역사적 존재로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 스스로가 이러한 자기 역할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을 때 판결의 질이 담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전 대법관은 법관들이 구성적이고 해석학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해’란 언제나 객관적인 동시에 주관적인 것인데, 이해자는 이해해야 할 대상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형성한다”며 “올바른 선이해를 갖는 기술은 법감정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법감정’이란 일반적인 것을 다시금 개별적인 것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민한 정신적 능력을 요구하며, 라드브루흐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법관의) 법감정이 곧 결과를 선취하고, 법률이 근거들과 제한들을 제시’하게 된다.

한편 안 전 대법관은 논리의 적용을 위해서도 사안의 선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이러한 선이해는 귀납적이기에 결국 경험의 축적에서 나오는데, 단 상위 법규범과 법이념에 어긋나는 선이해는 수정되어야 함을 당연한 전제로 했다.

안 전 대법관은 “법이란 가치와 관계의 학문이기에 형평과 균형에 대한 근원적 요구를 내포하고 있다”며 “(법률가들은) 인간관계에 대한 직·간접의 경험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 역사와 문화에 대한 소양,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에 대한 확고한 신념, 공동체의식에 입각한 인간에 대한 배려 등을 갖춰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따라서 “올바른 법적 판단을 위해서는 법이론서 외에 법철학과 법사회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주변 학문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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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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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창호 2017-10-12 17:25:30

    이 분 조두순 사건 3심 판사 아닌가?신고 | 삭제

    • 조승래 2017-10-11 01:17:33

      올바른 법적 판단을 위해서는 법이론서 외에 법철학과 법사회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주변 학문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는점에 공감하게됩니다. 잘 갖추어진 기사 잘 읽었습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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