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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8)- 강제추행죄와 신상정보등록
신종범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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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9  12: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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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http://nulim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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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같은 단어일지라도 규정된 법률, 조문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법률보다 엄격한 해석이 요구되는 형법에서 조차 같은 단어라도 의미가 넓게 확대되거나 좁게 축소된다. '폭행죄'에서의 '폭행'(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의 의미보다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사람에 대한 직접·간접의 유형력의 행사)의 의미가 더 넓게 해석되는 것이다. 강간죄의 구성요건에서도 ‘폭행’이 규정되어 있는데, 그 의미는 또 다르다. 즉, 강간죄에서의 ‘폭행’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가장 강력한 유형력의 행사를 말한다.

강간죄에 이어서 규정되어 있는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은 강간죄와 유사하다. 문언상으로는 폭행, 협박이라는 수단은 같고, 강간이냐, 추행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 강제추행죄의 폭행의 의미는 강간죄의 그것과 같을까? 우리 판례는 강제추행죄의 폭행의 의미에 대하여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은 불문한다”고 하여 강간죄의 폭행보다 훨씬 넓게 해석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행 또는 협박을 한다함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그 항거를 제압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하면서 소위 '기습추행'이라는 개념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추행의 의미에 대하여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판례는 ‘회식 중 술에 취해 엎드려 있는 여자 후배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댄 다음 양손으로 머리를 만진 경우’, ‘직장 상사가 등 뒤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어깨를 주무른 경우’ 등의 사례에서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인정한 바 있다. 이러한 판례의 경향에 따르면,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행위는 거의 대부분 강제추행죄가 될 수 있다.

법원이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를 넓게 인정하면서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 행위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순간적인 실수로 인한 가벼운 신체접촉 마저 강제추행죄로 의율되면서 행위와 처벌 간의 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술에 취하여 순간적으로 함께 술을 마시던 이성의 다리나 손을 만져 강제추행죄로 기소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강제추행죄가 인정되면 형법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따라 다음과 같은 일련의 조치가 잇따르게 된다. 즉, 성폭력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고, 경찰관서에 신상정보를 제출하여 등록해야 하며, 신상정보를 제출할 때부터 매년마다 경찰관서에 출석하여 정면·좌측·우측 상반신 및 전신 컬러사진 촬영에 응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출입국시마다 신고를 해야 하고, 등록된 신상정보는 최소 10년 이상 보존되며, 그 등록기간 동안 매년 경찰관서의 장의 대면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은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일련의 조치들은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없어도 법원의 별도의 판단 없이 당연히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전에 유사한 전력이 없고, 재범의 위험성도 없으며, 비교적 가볍다고 평가할 수 있는 신체접촉행위에 대하여도 강제추행죄를 인정하여 장기간 신상정보등록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독일형법은 강제추행죄와 관련하여 그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중요한 행위만을 의미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법원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을 확대해석하여 처벌 범위를 너무 넓게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한, 신상정보등록과 관련한 성폭력처벌법에 대하여는 과잉금지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 또한 관련 규정이 합헌이라고 하면서도 신상정보등록 여부를 법원이 판단할 수 있도록 입법 권고하고 있는바, 관련 규정의 개정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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