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정인영 기자]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출범시키려 했던 이유 중 하나로 들었던 것이 사법시험 합격률이었다. 합격률이 3%가 안 된다며 100명 중 3명 합격시키는 시험 대신 ‘소양을 갖춘’ 예비 법조인을 선발해 70%가량을 합격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구상과 달리 현재는 시험응시인원 대비 50%대까지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합격률을 높이거나 애초 선발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등 제도개선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공무원시험은 어떨까. 올해 최종합격자 발표를 마친 국가직 9급의 경우 역대 최다인원인 228,368명이 지원하고 최종 4,994명이 합격해 합격률은 2.19%를 기록했다. 필기시험에 실제 응시한 172,691명 대비 최종합격률을 계산하면 2.89%로 약간 더 높다. 어쨌거나 합격률이 낮아 폐지되기까지 이른 사법고시와 마찬가지로 3%가 안 되는 합격률이다.
특히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일반행정직(일반:전국모집)의 경우 41,910명이 지원해 최종 243명이 합격했으니 합격률은 0.58%, 지원자 100명이 아닌 200명 중 1명이 합격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국가직 9급, 7급 최종합격률 모두 3%를 넘은 적이 없다. 국가직 9급 합격률(출원대비)은 2016년 1.89%, 2015년 1.96%, 2014년 1.26%로 올해 2%를 처음 넘어섰고 7급은 2014년 이후에야 2%대를 넘어섰다.
이렇게 엄청난 합격률을 보면서 ‘천운’에 기대거나 ‘어차피 될 사람은 된다’는 강한 자기확신으로, 또는 다른 선발기관의 공무원 시험에 중복 응시하는 등의 전략과 노력으로 합격만 바라보며 묵묵히, 시험공부를 해나가도 되는 것일까.
시험을 포기할 게 아닌 이상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합격률이나 경쟁률 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준비하는 시험을 앞둔 시점에서는 바람직할 테다. 그러나 시험제도와 관련해 책임 있는 공무원들은 시험제도 개편과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듯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실무능력 외에 공무원의 소양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안정적인 직장의 하나로서 공무원을 택하지 않고 정말 공무원으로서의 직분을 감당할만한 사람이 공무원이 돼야 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런 소양을 갖춘 사람이면 필요한 지식을 갖춘 시점에서는 누구나 빨리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도 안 되는 좁은문을 개인의 노력으로 어떻게든 통과하게 수년간 공무원시험 공부로 진을 빼놓거나 시험기술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공부를 시킨 뒤 검증하는 형식으로 필기시험이 치러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의 소양 등에 대한 검증이 보다 면밀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같은 시험제도하에서, 필기시험 개편 없이 면접 등에서 검증절차가 강화되는 형식의 제도개선이라면 수험생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무지막지한 합격률을 뚫고 가까스로 필기합격한 자들을 또 다른 유형의 시험으로서 면접을 준비하게 하고 면접시험으로 또 다시 걸러 낼 것이 아니라, 먼저 필기시험에서 문을 넓혀줘야 한다는 말이다.
변별력을 높인다는 미명하에 ‘틀리라고 내는 문제’출제를 지양하고 공부를 열심히 한 수험생이면 누구나 고득점할수 있게끔, 필요한 지식을 검증하는 출제가 이뤄져 필기시험은 통과하게 하고, 이후 선발절차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한 검증시험들을 개발‧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