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청탁금지법 시행 1년, 개선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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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청탁금지법 시행 1년, 개선점은?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9.22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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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청탁금지법연구회 공동심포지엄
정형근 교수 “학계 주류적 견해는 법 개선 요구”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지난 해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법적 과제와 주요 쟁점을 짚어보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지난 20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와 청탁금지법연구회(회장 신봉기)가 공동으로 주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법적 과제와 주요 쟁점에 관한 심포지엄’에는 학계와 업계, 실무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활발히 의견을 나눴다.

청탁금지법연구회 신봉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항해해 온 청탁금지법의 여정을 되돌아봤다. 그는 “법률안 자체가 좌초될 위기를 겪었고, 금지사항이 너무 많으면서 예외사항도 불명확하다는 불만이 제기됐으며 언론과 사립학교를 왜 넣었냐고 반발하더니 법률 통과 후에는 입법권자인 국회의원만 쏙 뺐다며 국회를 몰아세웠다”고 반대 논란을 되짚어봤다.
 

▲ 청탁금지법연구회 신봉기 회장 / 사진 김주미 기자

나아가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는 가지각색의 사례를 들어 ‘권익위 스스로 우왕좌왕 한다’며 답변의 모호성을 비난했고, 국감에서까지 ‘담임교사에게 캔커피, 카네이션을 못 주게 한다’며 권익위를 몰상식하고 비상식적이라고 폄하했다. 청탁금지법은 이처럼 수많은 반발과 비아냥 속에서 출발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신봉기 회장은 “법제정의 원인은 어쩌면 법조인이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공직자들의 부패가 형법으로 근절되지 않는 현실을 더 이상 도외시할 수 없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뇌물 등 여러 사건들이 사법부에 의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부정되어 무죄 판결로 결론지어지는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신 회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재판이 이루어져 왔다면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법 시행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사말을 전한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찬희 회장은 지난 1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6년 기준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이 100점 만점에 53점, 전체 176개 국가 중 52위로 추락한 사실을 언급하며 “부정부패의 주범은 뿌리 깊은 청탁 관행, 접대문화, 연고주의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청탁금지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작지 않지만 전체적인 여론은 청탁금지법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그만큼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국민적 기대가 있다고 보인다”며 “청탁금지법이 부정부패를 유발하는 사회문화를 바로잡고, 공직자와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자들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법으로서 자리를 잡아나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찬희 회장 / 사진 김주미 기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
법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맞는가

청탁금지법은 24개 조문에 불과한 단출한 법률임에도 불구, 지난 1년 간 쏟아져 나온 연구논문은 대개가 ‘청탁금지법의 위헌성’, ‘청탁금지법의 문제점’, ‘청탁금지법의 개정안’ 등의 제목을 달고 있다.

오랜 기간 청탁금지법을 연구해 온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원장은 이에 대하여 “그만큼 학계의 주류적 의견이 ‘법을 개선하자’는 쪽으로 모아져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원장은 ‘법의 적용대상자’와 관련된 쟁점으로 먼저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가 포함된 것’을 꼽았다.

그는 “2013년에 제기된 정부안이나 국회의원 발의안에는 언론인과 사립학교·학교법인의 교직원이 그 적용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것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의 과정에 오면서 국공립학교 교직원에 대응하는 사립학교 및 유치원 교직원이 적용대상자로 포함된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는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오인하여 이들에 대응하는 MBC와 SBS 등 민간 언론사들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로 언론인들까지도 적용대상자가 되었다”며 “그 결과로 언론인과 사립학교·학교법인 관계자들이 ‘공직자가 아닌 공적 업무 종사자’로 분류되어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자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정형근 원장은 “국회가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자를 특정할 때 언론계와 사립학교 관계자의 부패문제가 심각하여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라, 다소간의 즉흥적인 결정으로 대상자를 확대함으로 인하여 청탁금지법의 정착에 심각한 장애요소를 만들었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에 대하여는 지난 해 7월 28일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판결(2015헌마236·412·662·673(병합))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김창종, 조용호의 논리를 참조하여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 적용대상자’ 관련 두 번째 쟁점으로는 ‘공직자의 배우자’를 들었다. 정 원장은 먼저 “배우자가 금품 등을 요구한 행위는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금품제공을 강요하는 것에 해당되기에 입법적으로 처벌규정을 둘 필요가 있는데, 청탁금지법은 배우자의 금품 등 수수행위 일체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음 “공직자 본인은 물론 그 배우자가 제3자로부터 수수 금지 금품 등 제공의 의사표시를 받은 경우에도 신고의무가 있게 되는데, 금품제공의 의사표시를 받은 경우에도 신고하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 입법인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는 헌법정신에도 반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과잉입법이라고 할 수 있어 향후 ‘의사표시를 받은 부분’은 삭제하여 신고의무를 폐지함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 법무법인 광장 홍승진 입법컨설팅팀장(제1주제 토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강기홍 교수(제1주제 토론),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제1주제 발제), 송기춘 전북대학교 교수(좌장) / 사진 김주미 기자

개선돼야 할 점 ‘곳곳에’

정형근 원장은 ‘금품 등의 수수금지’ 요건에 관한 개선점도 살펴봤다. 그는 먼저 금품 등 수수의 주체인 ‘공직자 등’에 비상임 임직원이 포함되는 것에 비판적인 인식을 보였다.

비상임 임직원은 여러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형태로 직무를 수행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상임 임직원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고, 따라서 비상임 임직원은 공무수행사인과 같이 ‘공무수행에 관련’ 해서만 금품 등의 수수금지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다.

‘금품제공자가 공직자에게 직접 교부하지 않고 제3자에게 협찬이나 후원의 명목으로 제공한 행위를 공직자 등에게 제공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에게 금품 등을 제공할 때 형법상 뇌물죄의 적용을 피하고자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었던 점을 감안,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정 원장은 이에 대하여 “만약 공직자에게 ‘직접’ 제공된 기부나 후원, 증여만 금지된다고 한다면 공직자는 처벌을 모면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기부나 후원의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도록 할 수 있다”며 ‘누구든지 기부·후원·증여 등의 명목으로 공직자 등은 물론 공직자 등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해서는 아니된다’와 같은 명시적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공직자 등은 제1항에서 정한 금액을 제3자에게 제공하게 하거나 제공할 것을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규정 역시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품 등 수수금지 위반에 대한 법정형’에 대하여는 “향후 수수한 금품가액에 따라 청탁금지법상 형을 가중할 입법론적 필요성이 제기될 것”라고 정 원장은 예측했다.

그는 청탁금지법 제10조가 정하고 있는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 수수 제한 규정과 관련된 논점들도 몇 가지 언급했다.

정 원장은 이 규정의 입법취지에 대해 ‘공직자 등에게 직무와 관련된 부정한 금품 등을 전달함에 있어 외부강의료라는 명목으로 지급되는 것을 규율하고자 함’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중 ‘요청받고’ 한 외부강의 등에 대한 사례금 제한이라는 현행 청탁금지법의 입법태도는 민간기업이나 사인이 공직자 등에게 외부강의 등을 먼저 주도적으로 요청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공직자 등이 강의료나 원고료를 받기 위해 기업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연락을 하여 강의나 기고요청을 하도록 할 수도 있고, 이런 행위를 엄격히 규율할 필요성도 크다는 점에서 ‘요청받은’이라는 요건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외부강의 등을 하게 된 경위가 요청을 받고 한 것이든 스스로 자원하여 한 것이든 강의사례금을 제한하고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타당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외부강의 등에 대한 신고의무 면제기관을 현행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인 공공기관까지로 확대하는 것을 입법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보였다.

나아가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국공립대학 교원에 대하여 일반 공직자와 동일하게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 액수를 일반 공직자의 직급에 따라 정하고 있는 점을 지목, “국공립대 교수가 공무원 신분일지라도 외부강의에 있어서 일반 공직자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고, 부교수 이상과 조교수 사이에 차별을 두어 사례금액의 차이를 두고 있는 것에도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공립대 교수를 사립학교 교원의 사례금과도 현저히 차별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규정은 자의금지 원칙을 위반한 평등권의 침해로 교수의 학문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도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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