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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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과 여
  • 이은경
  • 승인 2017.09.22 15:27
  • 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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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남과 여의 구분을 더 뚜렷이 할 건지, 아예 구분 자체를 없애 버릴 건지 의견이 분분하다. 전자(前者)는 남과 여의 성적구별을 자연스럽게 보고, 어설픈 여성배려나 급진적인 남녀대결을 모두 경계한다. 남녀차이를 거부하고 양성평등을 구현하려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낡은 패러다임’이라 지적한다. 바로 이 생각이 남녀동수로 대의제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제도개혁론까지 도출했고, 1999년 프랑스 ‘남녀동수 의회구성’을 이끌었다. 당시 여론도 압도적 지지를 보냈고, 헌법에도 남녀동수이론을 심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의 위대함’에 대한 재인식이 근본적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한다.

후자(後者)는 남과 여의 문제를 넘어 제3의 성을 주장하는 그룹들이다. 인간의 2분법적 구분을 폐지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거다. 이미 공식문서에 “엄마”, “아빠” 대신 “Parent 1”, “Parent 2”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 의회는 ‘남편’과 ‘아내’라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려는 법안이 발의중이다. 우리나라도 주민등록번호의 남녀구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남과 여의 문제는 이제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성(Sex)과 인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회학적인 성(Gender)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의 헌법적 결단까지 앞두고 있다. 얼마 전 국회 개헌특위도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양’자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했기 때문이다.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을 헌법에 명시하려는 건 최고 상위규범으로 불특정 다수의 선택적 성을 인정하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젠더를 헌법과 법률에 이식하는 건 ‘혼인’과 ‘가족’의 개념도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남녀 두 개의 성에 국한하지 않고, 수많은 젠더를 인정하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가는 개인이 결정하는 다양한 성을 수용하고 이를 전제로 모든 법률을 손질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시는 2016년 5월경 공식적으로 31개의 성을 공포했고, 개인이 선택한 성 정체성을 수용하지 않는 기업은 벌금에 처해질 수 있게 했다.

둘째, 혼인을 1남 1녀의 결합으로 묶어둘 건지 보다 다양한 형태를 도입할 건지 논의해야 한다. 2015년 6월 26일 미국의 동성혼 합헌결정 당시, 9명 중 5명의 대법관이 혼인을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라 정의한 것이 정체성을 정의하고 표현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판시했다. 이후, 다자간 사실혼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올해 5월 22일자 뉴욕 포스트 기사는 2명의 양성애자 여성과 남성 1명의 3인조 결혼 생활이 미래의 모습일 거라 보도했고, 6월엔 콜롬비아가 남성 동성애자 3인 간의 결합을 인정했다. 동성혼의 도입은 물론, 일부다처나 일처다부, 그리고 복혼마저도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남녀’를 대체하는 ‘다양한 종류의 성’을 인정하고, ‘가족’의 정의도 바꾸려 한다면, 열띤 토론을 반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몇몇 국가들이 최근 십여년 동안 급격하게 주도해 온 이 대담한 실험이 과연 인류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사실 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동성애 이슈’였다. 이는 지금도 치열하게 논쟁 중인 인류의 오랜 경험이다. 그런데, 모든 논의를 덮어둔 채 인권이슈를 앞세워 남녀구분 폐지를 제도화하려는 건 결코 신중한 처신이 아니다. 실은 대한민국의 미래도 커다란 리스크를 안는 셈이다.

나는 남과 여의 구분을 없애는 것보단 오히려 남과 여의 차이를 적극 활용하는 게 훨씬 현명하단 생각이 든다. 지금은 모든 게 급변하는 초연결 시대라 하지 않는가. 더 큰 선(善)에 관심이 있는 겸손함, 바로 속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바로 포용, 섬김, 배려 등 여성적 특성이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리라. 남과 여 모두에게 국가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 그리고 두터운 책임과 의무를 동등하게 배분하는 건 어떤가. 다만, ‘출산’과 ‘양육’의 숭고함을 강조하고, 보다 섬세한 시스템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겠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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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2017-09-27 11:09:16
남녀의 성구별은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상식인데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상식을 벗어나는 사고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정연호 2017-09-26 14:33:00
인간은 남성과 여성이 다르게 창조되었음.
당연히 차이가 있고,
그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보완하며 살아야함.

죠이김 2017-09-26 07:24:12
성은 남자와 여자만 있을 뿐....

세둥이맘 2017-09-26 07:02:02
여성과남성 각자 장단점이 있으니 함께 아우러지면 완전한 하나가 되겠네요.. 너무 좋습니다
전 여성으로 출산과 양육으로 이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인재양성의 중요한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좋은글 감사드려용

환쓰둥이 2017-09-25 23:52:23
인간 스스로 결정할수 있는 사회학적 성
인간의 교만과 타락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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