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세계시민상과 공수처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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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세계시민상과 공수처 신설
  • 오시영
  • 승인 2017.09.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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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촛불이 지난 19일 세계시민상(Global Citizen Awards)을 수상하였다. 미국의 국제전문 싱크탱크인 아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이 주관하는 세계시민상은 지난 2010년 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관계 증진에 역량을 발휘하고 세계시민의식 구현과 민주주의 발전 등에 기여한 글로벌 리더들에게 주어지고 있다. 금년에는 한국의 촛불혁명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등이 선정되었다. 위 기관이 대한민국의 지난 겨울 촛불집회가 민주주의 발전 등에 크게 기여하였음을 인정하고 촛불혁명을 통해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상을 수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상식장에서 “우리 국민은 촛불 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희망을 만들었다.”고 수상소감을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촛불 시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받아도 될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위대함을 스스로 자평하며 세계 만방에 한국민의 민주주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상을 지난 겨울 내내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대한민국 국민들께 바치고 싶다.”고 모든 공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돌렸다.

민주주의는 공기와 물 같은 것이어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동안은 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독재 권력이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할 때에는 그 고통이 너무나 심대하여 모든 국민이 힘들어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하의 국가정보원이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의 나체 합성사진을 제작 유포하는 것과 같은 치사하고 졸렬한 방법으로 정부정책에 올곧은 소리를 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그들을 문화예술계에서 배제하려 한 사실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유언비어 날포 및 허위사실 조작 등을 통해 좌파로 낙인찍고 정치권에서 매몰시키려는 공작을 하였음이 또한 밝혀졌다. 관련 문서들에 의하면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독대과정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였음직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정식 보고를 하였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알고 있었음을 의미하고,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그러한 불법행위를 하도록 포괄적 또는 구체적으로 지시하였거나, 아니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묵인 하에 교사 내지 방조하였음을 의미한다.

만일 위와 같은 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적극적 지시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묵인 하에 이루어졌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야말로 참으로 못난 대통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입에 담고 살았던 말은 “국격(國格)”이라는 말이었다. 대한민국의 품격 또는 가치와 같은 의미일 텐데,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면서 앞으로만 국격을 외쳐댄 꼴이니 인격이 땅바닥에 떨어진 정치가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교회 장로인 이가 이렇게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위 배우들이나 코미디언 김미화, 가수 윤도현 같은 이들을 좌파라는 낙인을 찍어 축출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알다가 모를 일이다. 결국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다는 진리가 이명박 정권의 부정한 국가권력 행사에 고스란히 묻어나오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지난 18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일명 공수처)”에 대한 기본 골격을 발표하였다. 검사 30명 내지 50명, 수사관 70명 내외의 정원 122명 정도 규모로 구성될 모양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기존 검찰청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판사, 검사, 고위 공무원 등에 대한 수사권을 다른 수사기관보다 우선하여 갖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공수처 계획안에 대하여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보수언론들은 마치 “거대한 공룡”이 출현한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수처가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설될 공수처가 행사하게 될 권한은 새로운 것이 없다. 다시 말해 현재 검찰청이 공수처가 행사할 권한을 그대로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오히려 거대한 공룡 같은 현재의 검찰청의 권한 일부를 분리시켜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검찰 권한의 분배 내지는 이원화의 한 방안일 뿐이다. 그리고 공수처가 검사의 범죄행위를 수사하는 것에 상응하여, 공수처 소속 검사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검찰청이 검찰권을 행사하도록 하여, 상호 견제토록 하고 있는바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현재 검찰청 검사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거나, 아니면 정치권의 외압을 받아 정치 권력자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왜곡함으로써 발생한 검찰의 부정직한 업무수행행위를 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유일한 것이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여 “기소 결정”을 받아 검찰청의 의사에 반하여 기소할 수 있는 방법이 유일한 견제수단이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공수처의 기본 이념과 방향은 나름 타당하다고 하겠다. 현재의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거나 줄을 대는 방법 등으로 정치 권력자에 대한 범죄사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던 과거의 전례, 즉 검찰 적폐를 청산하고 올바른 수사권을 행사하여 고위공직자들에 의해 빚어지는 범죄행위를 엄단함으로써,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이상에서 공수처를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의 이러한 정신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공수처장이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올바른 검찰권 행사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공수처장을 통해 공수처의 기능을 야당 탄압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이를 견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야당은 만에 하나 이런 경우가 발생하여 여당 정치인들은 감싸고, 야당 정치인들은 탄압하는 기관으로 공수처가 기능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 사심 없이 공수처를 운영하겠다고 결단하고, 실제 그렇게 운영하더라도, 정권이 바뀌게 되면 새로운 정권이 들어와 과연 공수처를 설립 당시의 순수한 수사기관으로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보장 자체도 없다.

필자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지나치게 불신을 키운다고 비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부 운영 형태가 180도로 다르다는 점에서 통치자의 철학과 권력기관을 대하는 태도에 의해 공수처의 성격이 180도 달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개혁위원회의 안에 없는 공수처의 권한 행사에 대한 국민의 통제 규정이 함께 신설되어져야 할 것이다. 결국 국민의 통제는 국민을 대표한 국회를 통한 통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회의 수사중지요구권 또는 국회의 사건 이첩 청구권 같은 규제 조항을 함께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공수처 신설안은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주장하여 당선되었지만, 정치권의 비협조로 입법화되지 못하였고, 제17대와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역시 여야 후보들의 대선공약으로 제시되었지만, 17대 이명박 대통령과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공수처를 신설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여 고위공직자 등에 대한 기획수사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말았다. 물론 중수부가 지나치게 정치권력화하여 청와대 하명사건 등을 수사하는 등의 부작용이 컸기 때문에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야당이 피해의식에 젖어 중수부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한 영향도 있었지만, 결국 중수부 폐지로 인해 고위공직자나 재벌 기업 등과 같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범죄사실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하여튼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공수처를 신설하려는 구체적 안을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을 볼 때 공수처 신설을 반대하는 다수 야당이 쉽게 이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국민들의 지지가 공수처 관련 법안에 힘을 실어주느냐 여부에 의해 국회에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공수처의 신설은 지난 20년 동안 유사한 법안이 13차례나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한 번도 통과되지 못한 전례에서 입법과정의 험난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촛불민심이 더 이상 권력자나 고위공직자들의 불법범죄행위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므로, 공수처의 신설은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공수처의 권한은 고위 공직자의 각종 직무 범죄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이라 할 수 있다. 고위 공직자의 뇌물 수수, 알선수재,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 부패 범죄는 물론이고, 그들의 선거 관여, 국정원의 정치 관여 등도 수사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광역지방단체장과 교육감 등 헌법 기관장은 물론이고, 검사, 판사 및 경무관 이상의 고위 경찰도 포함하고 있다. 공수처장은 국회의 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연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자 중 처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6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공수처 검사는 퇴직 후 3년간 검사 임용이 불가하고 퇴직 후 1년 이내에는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변호사로서 공수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야당 및 보수 언론 등이 우려하는 것은 공수처가 정권의 입맛에 맞춰 “기획수사”를 할 경우 마땅한 견제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현재도 검찰이 그러한 권한을 행사할 경우 마땅한 제어수단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에서나 박근혜 정권에서 이러한 사례가 종종 있었고, 그러한 정점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포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듯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범죄사실이 지난 댓글로 상징되는 지난번 범죄사실과 달리 별도의 범죄사실들이 밝혀지고 있고, 그러한 범죄행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명시적 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지시나 방조가 있었다고 보이는 물적 증거 및 인적 증거 등이 계속하여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촛불로 상징되는 정치민주화에 대한 의지 및 행동의 단일화 및 집단화는 이루었다. 하지만 구체적 사회변화를 위한 각론 분야에서는 여전히 구체제의 이기주의와 무관심 등에서 변화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부동산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갑질문화는 여전하며, 장애아 특수학교 설립에 주민들이 집단으로 님비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그 시행까지는 3개월 이상 남았고, 여전히 제도적 개선안은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밝힌 고문 등에 의한 수사로 인한 유죄 확정 피해자들에 대해 “무죄를 위한 재심청구”를 하였음은 획기적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대국민사과를 하고, 검찰이 스스로 자신들의 과거 불법수사사실을 인정하여 고문 등으로 억지 유죄를 만들었던 피해자들에 대한 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를 받게 하겠다는 것은 대단한 각오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검찰의 자기변화의 신호탄이라고 하겠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백남기 농민의 경찰 살수차에 의한 사망사건에 대해 정부를 대표하여 사과하였다. 과거의 잘못들이 하나둘씩 정리되어 가고 있음은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여전히 범죄의 중심에 있었던 이들은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진실을 외면하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모든 것은 세월이 해결해 줄 것이다. 시간 앞에 장사 있다더냐. 공수처의 신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부끄러운 짓을 한 것에 대해 진정 고개 숙여 반성할 줄 아는 것이다. 그런데 꼭 못된 짓을 한 놈은 억지소리를 하며 어긋장만을 놓으려 한다. 모두가 손가락질하는데도 말이다.

세계시민상을 받은 대한민국 국민이 그래도 자랑스럽다.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 위로의 박수를 한 번 쳐보자, 지난 겨울 수고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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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9-24 17:26:15
이 교수님 글 꾸준히 보는데 문대통령 실책은 절대 언급안하고 매번 야당 나쁜놈들!!민주당 정책이 무조건 맞아!! 이런 식이네요. 혹시 정치계 진출을 꿈꾸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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