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00)
상태바
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00)
  • 박준연
  • 승인 2017.09.22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내 자신을 위한 메모 (note to self)

이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회사의 저작, 출판물 관계를 담당하는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확인을 받았던 내용은, 회사의 동료 변호사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하지 않고, 담당 업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후자는 변호사의 비밀 유지 의무와 관련된 부분이라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지만, 연재의 주제상, 업무 내용을 밝히지는 않고,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을 지키면서도 일하면서 느낀 점을 종종 써왔다. 이번 1,2주 동안 느낀 점을 연재의 목적뿐 아니라 앞으로 내 자신이 기억해 둘 내용으로서 써보려고 한다.

1. 클라이언트에 대한 공감의 중요성.

로스쿨 1학년때 다른 로스쿨에서는 흔히 리서치와 글쓰기(Legal Research and Writing Program)라고 불리고 NYU 로스쿨에서는 로이어링(Lawyering)이라고 불리는 수업에서 클라이언트를 대리하여 조정(mediation)하는 과정을 연습한 적이 있다. 로스쿨에서 배우를 써서 인종 차별 문제로 살던 아파트에서 퇴거하게 된 클라이언트를 연기하도록 했다. 조를 짜서 클라이언트와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에서 시작하여 실제 중재에 참여하고 나중에는 클라이언트 역을 맡았던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 기억에 남는 것이, 그녀가 나를 보고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냐고 물어본 학생은 내가 유일했고, 그 짤막한 대화만으로 큰 위안을 받았다고 한 이야기였다.

물론 변호사는 클라이언트의 근심, 걱정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카운셀러는 아니다. 변호사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그 차분함과 냉정함이 어떤 경우에는 차가움이나 무관심으로 보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반대로 내가 존경하는 선배 변호사는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클라이언트가 겪은 부당한 처사에 화를 내고, 부당하지는 않더라도 형사, 민사 측면의 정부 조사와 소송 과정이 주는 스트레스에 공감을 표현한다. 물론 이 공감이라는 측면이 변호사의 필수적인 역할은 아니지만, 공감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말 한마디로 클라이언트의 얼굴 표정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느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내가 담당하는 업무에서는 클라이언트, 정확히는 클라이언트 기업의 사원이 변호사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사실과 생각을 이야기하는지가 업무 진행의 관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마음을 얻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 다시 한번, 이 평범하다면 평범한 사실을 다시 절감했다.

2. "어려운 클라이언트"를 다시 생각하기.

특히 내 업무 분야에서는 사안뿐 아니라 클라이언트 자체가 다른 클라이언트보다 어려운 경우가 없지는 않다. 미국의 정부 조사나 소송에 익숙하지 않고, 법무 담당 인력이 부족하여 조사나 소송의 단계에서 클라이언트측의 협력을 얻는 것이 어려운 클라이언트가 그런 편이다. 하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조직 내에서, 내부 법무팀의 힘만으로는 여건상 문제 해결이 어려워서 로펌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이고, 그래서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클라이언트가 "어렵다"는 것이 클라이언트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진행 방향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전략을 함께 논의하는 것을 게을리하는 핑계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여러 로펌이 함께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해당 로펌과 클라이언트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되지만, "어려운 클라이언트"이든 아니든, 클라이언트와 법적인 측면, 전략 방향의 설정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어야 하고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손님은 왕이라는 구호처럼, 클라이언트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정확한 판단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클라이언트가 개인이 아니고 회사인 경우, 클라이언트 회사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안건의 당사자인 클라이언트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상대방(소송 상대방이나 정부기관등)과 업무를 진행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정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