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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은의 부동산경제 (36)-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또 다른 형태, 관트리피케이션
차경은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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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2  15: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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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은 경제학 박사 

원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도심 재개발과 같은 재생프로젝트를 통해 ‘젠트리 중산층’의 대거 유입으로 낙후지역의 활력을 도모했던 주택정책 추진과정에서 사용된 용어다. 그러나 본래의 의도와 달리 현재는 낙후지역을 살린 임차인이나 원주민들이 해당지역에서 밀려나 외곽으로 쫓겨나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변형시킨 관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상태다. 관트리피케이션은 관(정부)과 젠트리피케이션의 합성어로 정부가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관주도의 도심정비사업 등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촉발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사용되고 있다.

대구광역시 중구의 김광석 길(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김광석이 생전에 살았던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그의 삶과 음악을 주제로 조성된 벽화거리다. 대구시의 ‘방천시장 문정성시 사업’의 하나로 2010년 11월 시작된 이 길은 늘어나는 관광객 덕분에 90미터 구간이 현재는 350미터까지 확장되었고 ‘김광석 가요제’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방천시장과 인근 노후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이 길은 초기 문화예술인들이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이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대구 중구청은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예산을 확보하여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민간과 공공의 공조가 돋보인 프로젝트였다. 특히 김광석 길이 독특한 특색을 가진 문화관광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인근 상인들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노력으로 되살아난 시장 때문에 벽화 대부분이 철거되고 문화예술인의 저작권 및 기타 법률적인 행위의 권한 일체가 중구청으로 이전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정부의 핵심정책인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이 지역이 대구시의 ‘관광인프라 개선사업’에 선정되면서 불거진 문제다. 중구청의 입장은 종전과 달리 개별 작가의 참여를 배제하고 기업형 용역업체를 선정하여 조형물과 홍보물 등을 설치하며 기존 벽화의 80%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종전의 저작권 등은 중구청이 소유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수년째 폭등하고 있는 지가와 임대료로 기존 영세 상인과 예술인들은 이미 외곽으로 밀려난 상태다.

위와 유사한 예가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의 ‘펭귄마을’이다. 이 지역 역시 매년 관광객이 모여드는 명소로 주민들의 참여로 지역 고유의 특색과 문화를 탄생시킨 곳이다. 무릎이 아픈 마을 어르신들의 걷는 모습이 펭귄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펭귄마을에 들어서면 타임슬립이라도 한 듯 녹슨 철제 대문, 고장 난 벽시계, 허름한 주막, 달고나의 향까지 더해진 1970년대∼1980년대와 마주하게 된다. 달동네나 다름없었던 이곳에 화재로 폐허가 된 집터에 쓰레기까지 쌓이자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가난한 이곳 주민들은 살기위해 마을을 단장하기 시작했다. 달동네가 정크아트(Junk Art) 전시장으로 변하자 가난한 예술가들도 하나 둘씩 찾아와 둥지를 틀었고 2014년부터는 ‘시간을 추억하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작년 한해에만 20만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펭귄마을의 변신 역시 원주민들에게는 독이 됐다. 2011년 주거환경개선정비구역으로 지정만하고 개발에는 뒷짐만 지고 있던 남구가 지난해 마을 일대를 문화공원지구로 확대‧지정했고 광주시까지 펭귄마을 일대의 가옥과 폐가 등을 리모델링하여 입주 작가와 창업희망자에게 제공하는 주민주도형 공예특화거리로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공예특화거리 개발대상지에 편입된 토지는 수용되고 주민들은 이주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대표적인 본보기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돋보인 김광석 길과 펭귄마을에서 관(정부)이 보여준 개발 행정은 분노를 넘어 암담하기까지 하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원래의 목적은 원 도심과 노후 주거지역을 개선하여 원주민의 삶의 질과 지역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관(정부)은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하며 지속적으로 정책이 유지되어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면 누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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