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공무원 수험가, 수험생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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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공무원 수험가, 수험생을 생각하며
  • 정인영 기자
  • 승인 2017.09.19 13: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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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정인영 기자] 공무원 수험신문 기자로 기사를 쓴 지 1년이 넘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굵직한 공무원 시험 현장 취재와 설문조사 분석, 축적된 시험 현황분석, 시험기관에서 발표하는 공고와 보도자료 등을 기사화하면서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

그런데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정말 보고 싶은 기사, 뉴스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분명 이런 기사들로 충분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수험생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 만한 기사를 쓰고 있는가’ 자문해보면 더 석연찮은 기분이다.

가끔 공무원 수험 강사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다보면 홍보일색의 기사가 되기 십상인데, 그래도 분명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이며 공무원 수험 ‘전문가’로서 수험전략과 수험생들을 향한 진정성 있는 당부의 말을 전했기에 유익한 기사를 쓴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홍보할 게 없는데도 억지로 꾸며내거나 거짓정보를 보탠 적은 없었기에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었다.

그러던 중 공무원 수험 강사 한 분이 기자에게 수험생의 합격보다는 수험생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업화된 현 공무원 수험가를 비판하며 이런 문제점들을 언론에서, 특히 공무원 수험신문에서 다뤄야 하지 않겠냐는 고언을 했었다. 맞는 말이라고 수긍하면서도 그런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해야지 기자의 말로서 할 용기는 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강사나 수험신문 기자나 모두 상업화된 수험가의 덕을 보고, 또 그것에 일조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일텐데...라는 생각에 ‘입바른 말’을 하는 것이 더 양심없다고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기자의 말을 직접 수험생에게 전하는 유일한 통로인 기자노트를 매주 쓰면서 수험생활에 지쳐있는 수험생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말들을 주로 전해왔다. 돌이켜보니 모두 기자가 수험생일 때 듣고 싶었던 말들이었다.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버티면 언젠가 될 거라는 기약 없는 말들을, 노력 끝에 결국 이뤄낸 많은 사람들의 말로 포장하며 전하려 애썼다.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말은 아무런 관심 없는 사람들이나 해주는 말이에요.” 한 강사분이 전해준 그 말에 정곡을 찔려서일까. 아무리 포장했어도 결국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기자노트로 매주 수험생들에게 싸구려 위로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마음 한구석이 쎄해졌다.

‘제대로 된 정보는 없고 광고만 있는 수험가’라는 질타에 제대로 된 정보도, 진정성 있는 강사들도 얼마나 많은데...라며 항변해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합격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공무원 수험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수험생들을 생각하면 일말의 책임감과 죄스러움도 느껴진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주고 지식을 전달하고 도와주고 있는데 결국 열심히 안 한 수험생들의 탓이라거나 공무원 시험 합격이 워낙 좁은 문이고 운에 좌우되는 거라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도 없다.

적어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의 말마따나 ‘누구나 와서 학원에서 하라는대로만 하면 1~2년안에 합격한다’고 쉽게 발들이게 하는 대신에, 얼마나 많은 공시생들이 오랜 기간 발이 묶여 있는지 실상을 알리며 ‘정말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고, 각오를 단단히 했을 때’ 들어오게끔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 오랜 기간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도 버티다 보면 될 거라는 책임감 없는 응원이나 지금 포기하고 나가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반협박 대신에, 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돕고 그 결정 이후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기자도 용기내서 말해보려 한다. 수험생 시절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기도 하다. “하기로 했으면 정말 열심히 해서 단기간에 합격해서 나가세요. 그리고 안 될 것 같으면 과감히 접고 나가세요.” 하지만 처음 듣는 말도 아닐 이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기로라도 해내서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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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15:52:39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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