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이혼과 아동의 보호’, 어떤 내용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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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말하는 ‘이혼과 아동의 보호’, 어떤 내용 나왔나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9.18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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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아동권익보호학회 창립기념 심포지엄
건강한 이혼, 아동중심 이혼, PAS 장애 등 거론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지난 7월 21일 창립한 아동권익보호학회(Korean Society for Child Rights Advocacy, KSCRA)가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1층 대강당에서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가졌다.

아동권익보호학회, 아동정신치료의학회, 부모교육공동연구회, 가정아동보호실무연구회가 공동주최하고 인천가정지방법원, 법원행정처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서는 ‘이혼과 아동의 보호’라는 주제 하에 ‘전문가가 본 이혼과정에서 아동보호의 현안과 과제’를 논했다.

개회사를 전한 아동권익보호학회 곽영숙 회장은 “(본 학회는) 법원 판사, 가사조사관, 소아정신과 전문의, 외부 자문 관련 전문가, 관련 학과 학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 학제 학회”라며 “각 분야 현장에서 아동이 처한 현실을 깊이 우려하며 대책을 고심하다가, 영역의 한계를 넘어 아동권익 옹호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하여 본 학회가 탄생했다”고 전했다.

또한 “아동 권익을 위한 이러한 노력은 세계적으로 이미 있어 온 것이며 역사적 배경도 가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곽 회장은 이어 “진정한 선진국은 아동의 권익을 보호하는 나라이며, 우리사회가 아동의 권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를 전한 안영길 인천가정법원장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며 “한 아이가 건전한 성년으로 자라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법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아이들이 최대한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함은 물론 이혼 후에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축사를 전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장화정 관장은 “지난 해 이혼 건수가 10만 7천 여 건에 이르렀다는 통계가 있으며 그 중 절반 가량은 미성년 자녀가 한 명 이상 있는 가정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혼 문제는 단순히 이혼 부부만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되고 이혼 가정의 자녀 문제이기도 함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나아가 “이혼가정의 문제는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다’라는 생각을 가져달라”고도 당부했다.
 

▲ 사진 김주미 기자

이혼 절차에서의 아동보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의 장창국 판사는 ‘이혼 절차에서의 아동보호’를 살펴보기에 앞서 ‘건강한 이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강하지 못한 이혼을 겪은 부부는 배우자에 대한 분노에 휩싸인 나머지 순수하게 자녀를 위하여야 하는 양육 의지를 희석시켜 반 쪽짜리 양육 환경을 만들고, 양육과 면접교섭마저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창국 판사가 제시하는 건강한 이혼이란 상대방 탓만 하지 않고 자신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이혼은 내 인생의 한 과정이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는 이혼을 말한다.

장 판사는 먼저 협의상 이혼 절차에서 ‘자녀 복리에 반한다고 추정되는 경우’들로 △영유아를 아빠가 기르는 것으로 할 때 △자녀를 부모가 한 명씩 기르는 것으로 분리양육 할 때 △현재 동거 중이고 양육 협의서는 서로 별거할 때를 대비한 것이라고 할 때 △양육협의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주저주저할 때 등을 들었다.

또한 △자녀가 몇 살이 되면 주양육자를 자동으로 변경한다는 합의를 하였을 때 △자녀들이 원하면 면접교섭을 한다는 합의를 했을 때 △숙려기간 동안 전혀 면접교섭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을 때 △양육 협의서에는 주양육자를 지정했으나 이혼의사 확인 기일에 그것을 번복하거나 서로 양육을 미룰 때 △다문화 가정에서 외국인 배우자가 이혼 후 본국으로 귀국하겠다고 하는 경우 등도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들로 제시했다.

장 판사에 따르면 이 경우 내려지는 조치들로는 상담 의뢰, 직권 고발, 이혼 의사 불확인 등이 있다. 특히 이혼 의사 불확인 선언이 있게 되면 당사자는 다시 협의상 이혼을 신청하여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든지, 아니면 재판상 이혼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

한편 재판상 이혼의 경우 협의상 이혼보다 갈등 수위가 높고 소송이 길어지면서 당사자들의 분노가 더 올라간다.

여기서 생기는 자녀와 관련된 사항으로는 ▲주양육자 분쟁(자녀를 빼앗아 배우자에게 복수하려는 마음, 상대방의 양육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 ▲면접교섭 분쟁(아이를 데리고 있는 쪽이 배우자의 면접교섭을 방해하거나 상대방이 만나려 하지 않거나 자녀가 피하는 경우) ▲양육비 분쟁(주양육자에 대한 분노감이나 복수심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는 경우) 등이다.

또한 ▲자녀 탈취(친척이나 변호사 등의 조언으로 부모 일방이 상대방과 자녀의 동의 없이 자녀를 일방적으로 데리고 가버리는 경우) ▲미성년자녀 동반한 쉼터 입소(가정폭력을 이유로 자녀를 데리고 쉼터에 입소하는 경우. 아동을 기존 환경으로부터 분리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됨) 등의 경우도 중요한 사항으로 짚었다.

이 외에도 장 판사는 이혼 이후 면접교섭 변경, 친권자·양육자 변경, 양육비 변경, 성본 변경 등 ‘가사비송 사건에서의 아동보호’ 또한 살펴볼 지점으로 지목했다.

이는 협의상 이혼한 부모가 나중에 문제가 생겨 청구하게 되는 경우들인데, 당초 법원의 개입 없이 간편하게 이혼한 만큼 추후 그만한 휴유증이 생겨 결국 법원에 다시 오게 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장 판사는 “법원은 심리 전문가를 동원하여 자녀의 정서 문제를 확인하고 감독한다. 부모가 서로 합의했다고 해서 허가 결정을 하는 것은 지양하고, 자녀의 의사와 양육 상황을 반드시 확인한다”면서 법원 차원의 아동보호 노력을 설명했다.

아동 권리 옹호를 위한 가사조사관의 역할

아동권익보호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송현종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가사조사관은, 아직까지는 생소한 개념인 ‘가사조사관’의 역할에 대해 살펴봤다. 이는 가정법원의 복지서비스 방향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는 설명이다.

송현종 가사조사관은 “1950~60년대에 병리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이혼이 70년대에는 ‘불행한 결혼관계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80년대부터는 이혼 후 부모와 자녀의 적응이라는 관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이에 따라 이혼과 양육 분쟁에서 법원의 역할도 기존의 중립심판자에서 갈등관리자로 변화했다가 이제는 사회서비스의 중심기관으로서 자원을 통합·조정하는 가족문제의 해결자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현재의 가정법원 복지서비스도 아동의 권리보호와 밀접히 연관될 수밖에 없으며, 구체적으로는 ‘이혼부모교육과 조정→양육평가→화합회의→판결’로 연계되는 단계형 서비스 모델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가정법원조사관 제도는 이 같은 가정법원의 복지 기능을 전적으로 담당하기 위해, 인간행동과학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가정법원 복지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전담하도록 도입한 가정법원만의 독특한 제도다. 가정법원조사관은 가사사건, 소년보호사건, 가정보호사건, 아동보호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송 가사조사관은 “우리나라 가정법원은 일본과 미국 등의 서구 가정법원을 모델로 삼아 발전해 온 과정에서 내부에 인간행동과학 전문성을 갖춘 조사관 제도를 두면서도, 최근 상담위원과 자문위원 등 법원 외부 전문가와도 연계하여 가정법원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의 조기개입조정,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에서 아동권리 강화 방안으로 시작한 가사·가정·아동보호 통합 조사시스템 등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시도라고도 평할 수 있다.

그는 한편 “가정법원은 부모의 이혼과정에 놓인 아동의 권리를 보호할 사명이 있고 가정법원 복지서비스는 그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면서 “가정법원조사관은 그 시대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응하여 가정법원 복지서비스를 혁신할 책무를 사회에서 위임받았다고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발표 말미에 그는 “2017년 3월 22일 법무부안으로 입법예고된 ‘가사소송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 법원행정처 가사소송법 전부개정법률안 제147조로 제기되었던 ‘면접교섭보조인’ 제도가 도입되지 않음으로써 가정법원 복지서비스 혁신의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아정신의학적 관점의 ‘자녀중심 이혼’

아동권익보호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정동선 W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소아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자녀중심 이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원장은 “아동중심 이혼이란 상호협력적인 이혼으로, 아동이 모든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고 아동의 안녕이 우선시 되는 이혼”이라면서 “이혼당사자들도 이혼 후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고 자녀를 위해 협력하는 공동양육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혼 부부들은 대개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기도 힘들어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자녀의 감정과 사고를 헤아릴 시도조차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럴 경우 자녀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이혼 과정과 이혼 이후에도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자녀에게 안겨주기도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자녀들은 이혼 과정 중 부모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모두 기억하기 때문이라는 것.

정 원장은 “자녀에게 (이혼에 대해) 가능한 한 자세한 설명을 해 줄 필요는 있지만 연령과 상황에 맞게 설명해주어야 하며 지나치게 자세한 내용은 오히려 혼란과 심리적 부담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급적 이혼결정에 대한 설명은 부모가 함께 하는 것이 좋으며, 만일 자녀가 한쪽 부모의 일방적인 선택이었다고 듣게 되면 자녀는 그 부모가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자신은 버림받았다는 불안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원장은 ‘부모 따돌림 증후군(Parental Alienation Syndrome, PAS)’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이혼의 갈등 속에서 자녀가 한쪽 부모와는 지나치게 결속되어 있는 반면 다른 쪽 부모와는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행동을 보이는 현상이다. 정 원장에 따르면 이는 아동 양육권 분쟁의 맥락에서 주로 발생되는 장애다.

주요 징후는 아동이 한 쪽 부모를 정당한 이유없이 폄하하며, 자신이 거부하는 부모에 대하여는 ‘나쁘고, 위험하고, 사랑할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강하고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아동은 가까운 쪽 부모의 주장만을 그대로 받아들여 반대 증거를 보여줘도 거부하며, 반대 쪽 부모에 대해 스파이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동을 꼭두각시로 삼아 이간질 시키는 부모는 ‘이혼이란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하는 전쟁’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녀의 정신건강을 희생시켜서라도 다른 쪽 부모자녀관계를 단절시키고자 한다고 그는 말헀다. 그것이 궁극적인 승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PAS는 정서적 학대의 한 형태로, PAS 아동들은 해리나 공황장애와 연관된 증상, 그 밖에 품행장애, 반사회적 성격장애, 분리불안장애, 망상장애, 자기애적 성격장애, 성정체감 장애 등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의 자녀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우울증, 이혼, 물질 남용, 자신과 타인에 대한 불신 등을 경험한다”고도 말했다.

정 원장은 “부모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동요와 분노감을 인식하고 가라앉힌 후, 최대한 중립적으로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와 미래에 자신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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