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법시험, 예비시험과 로스쿨 ‘본말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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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법시험, 예비시험과 로스쿨 ‘본말전도’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09.15 18:4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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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5분의 1 예비시험 출신…합격률 3배 이상
응시자 감소 이어지며 합격률 소폭 상승 ‘25.86%’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올 일본 사법시험 결과가 지난 12일 발표된 가운데 예비시험 출신들의 압도적인 선전이 이어지며 로스쿨을 중심으로 하는 법조인 양성제도의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법무성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의 사법시험에는 지난해보다 932명이 줄어든 5,962명이 응시했으며 그 중 1,543명이 최종 합격했다. 합격인원이 지난해보다 40명 줄었지만 응시자 수 감소폭이 더욱 커 합격률은 전년대비 2.91%p 상승한 25.86%를 기록했다.

합격자들의 성별은 남성이 1,228명, 여성이 315명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28.8세로 집계됐다. 최고령 합격자의 연령은 71세, 최연소 합격자는 21세였다.

전체 합격자 가운데 로스쿨을 거치지 않고 응시자격을 얻은 예비시험 출신은 총 290명으로 지난해보다 55명이 늘어났다. 이는 전체 합격인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로스쿨 중 최다 합격자를 배출한 게이오대(慶応大)의 144명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많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합격률로 예비시험 출신의 합격률은 로스쿨 출신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72.5%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예비시험 출신 합격률에 비해서도 11%p나 상승한 수치다.

로스쿨 출신도 합격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합격인원은 크게 줄며 예비시험 출신의 선전과 대비되는 결과를 냈다. 로스쿨 출신 합격자는 지난해보다 95명이 줄어든 1,253명으로 합격률은 22.51%(지난해 20.6%)였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수 코스(2년) 출신의 합격률은 32.66%로 평균치를 웃돌았지만 법학부 이외 출신을 중심으로 하는 미수 코스(3년) 출신의 합격률은 12.06%로 매우 저조했다.

로스쿨 별 합격자 수는 게이오대에 이어 도쿄대(東京大) 134명, 츄오대(中央大) 119명, 교토대(京都大) 11명, 와세다대(早稲田大) 102, 오사카대(大阪大) 66명, 히토츠바시대(一橋大) 60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합격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로스쿨은 총 5곳이었다.

예비시험과 로스쿨 출신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예비시험은 매년 지원자가 늘어나는 반면 로스쿨은 지원자가 부족해 정원미달로 운영을 중단하는 곳이 속출하는 현상이 일어나며 일본의 법조인 양성제도에 있어서 ‘샛길’로 마련된 예비시험이 로스쿨을 밀어내고 ‘본선(本線)’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예비시험은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직장인이나 경제적 약자 등을 위한 우회로로 마련돼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도입 첫 해 6,477명이 지원한 후 매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13,178명이 예비시험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원자 증가와 더불어 합격자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1년 116명에서 2012년 219명으로 늘었고 2013년 이후 300명이 넘는 인원이 합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394명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예비시험 도입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 합격하는 결과를 냈다.

이에 반해 로스쿨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최대 74개교가 운영됐고 7만 2,800명이나 되는 지원자가 몰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수료자의 70~80%가 사법시험에 합격하도록 하겠다는 당초 목표와 달리 사법시험 합격률이 저조하게 형성되면서 지원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의 예측과 달리 법조 시장의 수요가 늘어난 공급에 맞게 확대되지 않으면서 변호사들의 심각한 취업난이 사회 문제화되는 등 긴 시간과 큰 비용을 들이고도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합격했다고 해도 취업이 힘든 상황은 로스쿨에 대한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됐다. 올해 로스쿨 지원자는 8,159명에 그쳤고 학생모집을 진행한 43개교 중 41개교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정원미달로 운영난을 겪는 로스쿨들은 차례로 문을 닫고 있다. 릿쿄대(立教大)와 아오야마가쿠인대(青山学院大)와 같은 수도권 소재의 유명 대학도 로스쿨 운영을 포기, 내년에는 39개교만이 학생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로스쿨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 로스쿨의 통·폐합을 위한 보조금 차등 지급 정책을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원충족률과 사법시험 합격률 등에 따라 로스쿨 별로 보조금을 달리 지급하는 것. 또 법조 지원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받게 되는 1년간의 사법연수 과정에서 월 13만 5천엔을 지급하는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재정난 등을 이유로 폐지된 급비제(월 약 20만엔 지급)을 사실상 부활시킨 것으로 로스쿨 학비에 연수기간 동안의 생활비 등 금전적 부담을 다소나마 덜어준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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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12-22 00:47:07
로스쿨이 무슨 불필요해. 3부요인중 하나인 사법부를 단지 시험능력 하나로만 뽑아제껴서 이기심 쩔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애들이 대다수인 집단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일본은 기존 사법시험 기득권이 혁신을 방해하고 결국 이긴거지 정부 자체도 보수쪽이니까
잘 구슬려진거고

. 2017-10-10 13:16:41
사실상 사법시험-연수원 체제로의 복귀이지요... 시행착오의 희생자들만이 안타까운...

전옥 2017-09-15 21:33:34
본말이 전도된게 아니라
애초에 로스쿨 교육이 얼마나 쓸모없는지를 방증하는 사례같은데요
이래서 우리 대단하신 로스쿨 관계자들께서 예비시험이나 사법시험 존치를 기를 쓰고 반대하는 듯 하네요 얼마나 로스쿨이 경쟁력이 없는지를 잘아니까

2017-09-15 20:46:07
애초에 로스쿨은 불 필요한 제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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