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진정한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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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진정한 검찰개혁
  • 엄상익
  • 승인 2017.09.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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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 소설가

구속된 전직 경찰총수의 변호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청와대의 심기를 거스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인 채 길거리의 경찰관들 앞에서 조리돌림을 당하는 게 고통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조직 내에서 청렴성과 리더십으로 존경받던 인물이었다. 하명을 받은 검사는 마약견처럼 온갖 곳을 뒤집고 헤집어 내고 있었다. 그가 출마했을 때 사무실의 임대관계를 비롯해서 출판기념회의 손님들을 파악하기도 했다. 가까운 사람들의 후원금들을 현미경같이 들여다보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길거리의 CCTV에 찍힌 경찰총수의 행적을 수집하기도 했다.

그는 구치소가 아니라 매일 검사실에서 살 다 시피 했다. 전직 경찰총수는 계속 뇌물죄로 추궁을 당하고 있었다. 검찰은 후원금을 준 사업가 후배의 약점을 잡고 그걸 뇌물이라고 진술하라고 회유하는 것 같았다. 뇌물죄의 수사기법이 그랬다. 변호사인 나는 아니면 아니라고 부인하라고 권유하다가 쫓겨났다.

이튿날 담당 검사로부터 변호사인 내가 해임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가 전달할 사항이 아니었다. 전직 경찰총수의 가족이 찾아왔다. 담당검사의 친구를 변호사로 선임해야 할 것 같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전직 경찰총수를 마지막으로 찾아갔다. 그의 표정에서 ‘스톡홀름신드롬’ 현상이 나타났다. 인질이 되어 있으면 어느 순간 머리가 텅 비고 자기를 감금하고 있는 범인과 같은 편이 되어 버리는 심리적 변화였다. 그를 위해 싸워주던 변호사로서 참담한 순간이었다.

청와대가 미워하는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정치폭력의 전형적인 형태인 검찰수사였다. 그렇게 걸린 사람들 중에 여러 명이 목숨을 끊기도 했다. 예상대로 그의 뇌물죄는 무죄가 선고되고 그는 풀려나왔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불같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는 기관단총이라도 구하면 가서 다 쏴 죽이고 싶다고 했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그는 담당검사를 변호사법위반으로 경찰청에 고소했다. 청와대를 고소하고 싶지만 뒤로 내린 은밀한 명령을 입증하기 힘드니까 담당검사가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회유한 걸 문제화한 것이다.

경찰청에서 당시 변호사였던 내게 연락이 왔다. 참고인 진술을 받아야 겠다는 것이다. 나는 전화를 건 경위에게 “검사를 경찰청으로 소환해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할 능력이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최대한 노력해 볼 예정입니다”라고 공허한 대답을 했다. 현실에서 경찰이 정치사건을 처리한 검사를 수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대통령과 측근들이 미워하는 사람들을 욕보이기 위해 검사들이 법을 이용해 공격하는 검찰의 어두운 부분이었다. 전에는 어땠을까. 정보기관이나 경찰의 대공분실 등에서 그 역할을 해 왔다. 기관의 본질은 다 같다. 권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충견이 된다. 정치적 선물이 되는 수사결과로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과시하려고 한다. 권한의 조정과 분산이 근본적인 개혁은 될 수 없다. 권력에 바칠 공물마련에는 땀을 흘려도 국민을 위한 수사에는 시들한 게 그들의 생리다. 형사도 검사도 판사가 되어 있다. 국민보고 입증하라고 하고 자료가 없으면 무혐의판정을 내는 게 현실이다. 수사가 진실발견이 아니라 삼류조서문학으로 전락되는 경우도 많다. 검찰이 작성하는 조서의 행간에 국민들의 눈물이 배어 있게 만들어야 진정한 검찰개혁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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